삼총사 2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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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삼총사』가 국내에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말로만 듣던 고전을 제대로 된 번역으로 만날 수 있어서 마음은 기대에 부풀었다. 매혹적인 디자인의 고급 양장본을 보니, 그것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쳐올랐다. 마침내 두 권으로 된 『삼총사』가 내게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당장 읽어보았다. 최근에 본 영화 <삼총사>와 비교 해볼까 하던 참으로. 그러나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는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말해두겠다.

 

 역시, 삼총사다.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 그리고 다르타냥이 벌이는 자유롭고 유쾌한, 그러나 치밀하고 신중한 모험은 명확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단연코 모험소설의 고전이라 할 만하다. 국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가장 음모가 많고 위험한 시기에서, 왕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가졌던 추기경의 적이 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삼총사, 그리고 다르타냥은 그 위기를 함께 극복했다. 또한, 이 소설 속에 등장인물은 각각의 특성을 갖추면서도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간다. 즉, 리슐리외 추기경을 비롯해 국왕 루이 13세, 버킹엄 공작, 프랑스의 왕비 안과 같은 역사상의 실존 인물과 밀레디 드 윈터(윈터 백작부인), 삼총사, 다르타냥, 트레빌 씨와 같은 허구의 인물(어쩌면 허구가 아닐지도 모른다)을 적절히 섞어내어 뒤마 최고의 걸작이 탄생한 것이다. 

 

 1000쪽이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과 복잡하게 얽힌 당시의 정치상황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질리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이야기'의 힘을 들겠다. 소설의 줄거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기는 매우 어렵다. 『삼총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아우르며 이야기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모두 담으려면 1000쪽이라는 분량으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페이지 안에 빼곡히 차 들어가 있는 정치 이야기, 모험 이야기, 그리고 연애 이야기들이 질리지 않게 번갈아가면서 등장한다. 그러니, 몰입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두 번째로, 뒤마가 창조한 '캐릭터'의 힘을 들겠다. 뒤마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그것을 옮겨적어가는 형식으로 소설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본 독자는 혹시 '나'가 등장하지 않을까 궁금해할 것이다. 하지만 '나'가 등장하는 순간, 이 소설은 매우 지루해진다. 동시에 여러 이야기를 전개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서술자는 많은 것을 알고, 시공을 뛰어넘어 자유로이 이동해야 한다. 따라서 그렇게 하기에는 '나'라는 1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따라서 이름도 모르는 화자가 아토스는 어떻게, 포르토스는 어떻고, 아라미스는 어떻고........ 라고 쓸데없이 열거하지 않는다. 뒤마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동안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인물의 개성과 특성을 삽입했다. 그럼으로써 독자는 각자만의 분명한 느낌으로 인물의 개성과 성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난 이 소설의 악역인 '밀레디'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그녀는 이른바 '팜므파탈'로, 아름다운 외모와 목소리지만 그 뒤에는 감출 수 없는 욕망과 악이 숨겨져 있다.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교묘한 말솜씨와 유혹으로 다른 사람들을 죽이거나 그 원인을 제공한다. 특히, 『삼총사』 2권에서 밀레디가 펠턴이라는 청교도를 유혹하여 탈출하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마지막으로, 뒤마의 '전개하는 문체'를 말하겠다. 이 작품이 뛰어난 이야기와 분명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대중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 불멸의 고전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이야기를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보내는 알렉상드르 뒤마만의 문체에 있다. 내가 영화나 뮤지컬, 그리고 아동용 동화보다 제대로 된 완역본을 읽어보라고 권하는 까닭도 그것이다. 직접 읽지 않으면 그 맛을 모른다. 유쾌하면서도 풍자적인 뒤마의 문체는 보는 내내 독자들을 자극한다. 나 역시 그랬다. 만약 뒤마의 문체가 없었다면 그럴듯한 교훈도 딱히 발견되지 않는, 한 시대에만 그칠 평범한 대중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여전히 『삼총사』는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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