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의 쇼핑 - 1400~1600년 이탈리아 소비자 문화
에블린 웰치 지음, 한은경 옮김 / 에코리브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쇼핑의 4요소는 쇼핑이 이루어지는 '장소'와 '시간', '상품', 그리고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또 다시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그것은 상인과 구매자다. 이 네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없으면 '쇼핑'이라는 행위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늘날은 동네 시장과 전문적으로 물건을 파는 상점뿐만이 아니라 대형 마트와 같은 대규모 상점이 있어서 쇼핑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과거에 쇼핑이란 매우 복합적인 일이었다. 그렇다면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에서의 쇼핑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그것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에블린 웰치라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저자가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이라는 제목의 교양 서적을 읽기만 하면 된다.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에 대해 다룬 책이 드문지라 적어도 국내에선 그것에 대한 책 중 가장 권위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부제인 '1400년대~1600년대 이탈리아의 소비자 문화'가 말해주듯이, 이 책은 단순히 '쇼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 문화'를 말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리뷰의 제목을 '쇼핑을 통해 본 르네상스 문화'라고 정한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은 앞서 말한 쇼핑의 4요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정치 상황이나 법령 등 다양한 분야까지 다루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독자의 이해를 위해 풍부한 문헌 자료를 제시하고 200여 점이 넘는 르네상스 그림들을 제공하여 눈을 즐겁게 한다(이 책에서 얻은 게 없다 해도 이 그림 덕분에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문학, 그림, 법률 등 다양한 분야까지 세세히 파고들어가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 문화를 입체적으로 다룬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이야말로 저자의 노력과 정성이 묻어나는 뛰어난 책이라 할 수 있다(실제로 이 책은 500쪽이 넘지만 참고 문헌이나 그림 자료를 설명하는 페이지를 제외하면 본문은 400쪽밖에 되지 않는다).  

 8장까지는 쇼핑의 문화를 다루고, 9장은 섭정이 된 이사벨라 데스테의 쇼핑 방법을 알아봄으로써 실제로 쇼핑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생생하게 살펴보며, 결론 부분에 해당하는 10장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고전 문헌이나 조각품의 거래, 그리고 면죄부의 거래까지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책은 면죄부를 책 속에 써넣으면 종교 개혁이나 마르틴 루터의 생애를 그리는 데 사용하는 데 이 책은 면죄부의 거래와 가격을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책의 총 결론은 이렇다. 

 "이 책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이 정기적인 외출이든 특별한 행사든 단순항 행동이 아니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은 지위와 종교, 성별이 각기 다른 사람들을 함께 모으는 핵심적인 순간이었다. (…) 르네상스의 구매 관행은 '상점'이라는 단일한 공간에 연결된 고정 행사이기는 커녕 상호 연결된 행사와 행동의 다충적 행위였으며, 표면적으로 가격·생산·수요라는 객관적 문제는 물론이고 시간·신뢰·사회관계·네트워크 등에 의존했다(p.409)." 

 결국 이 책의 주제는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쇼핑 문화이다. 저자는 많은 자료를 이용하여 그 순간을 재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일에 성공했다고 본다. 비록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사람들이 이 책을 좀 더 보았으면 좋겠다. 실망한다면 그림이라도 많이 봐라. 저자의 노력의 산물 중 하나이니. 이런 문화의 보고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쇼핑이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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