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비롯하여, 초등학생들과 청소년들의 독서량이 점점 줄고 있다. 그러나 이 한 분야에서만은 유독 강세를 발휘한다. 바로 판타지다. 왜 어린 아이들이 판타지를 많이 읽을까? 우선 판타지는 상상력이 풍부하여 독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판타지가 그리는 세계는 한 가지 면에 있어서라도 현실과 다른 점이 있는 법이다. 학업이나 친구, 가족과 관련된 스트레스와 고민을 잠시 잊게 만들어주는 게 바로 판타지다. 그래서 그런지 재미있는 판타지는 청소년들에 의해 계속 팔린다. 그런데 어떤 초등학생과 청소년은 직접 쓰기도 한다. 그 중 극소수는 이렇게 문단에 의해 검증 받고 세상에 나오게 된다.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조선일보 어린이 판타지 문학상' 덕분에 큰 도움이 되었다.
『풀잎의 제국』, 『도화촌 기행』이 나란히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에 수상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조선일보 어린이 판타지 문학상은 잊혀지고 말았다. 두 작품의 기세는 엄청났다. 하지만 『영원한 웃음』도 두 작품이다. 최우수작이자 표제작인 『영원한 웃음』은 감정을 잃어버린 인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모험을 통해 가장 먼저 '웃음', 즉 '기쁨'이라는 감정을 얻게 된다. 문득 내가 지금 웃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본다. 한편, 우수작은 『조너선과 오로라의 구슬』은 '오로라의 구슬'이라는 책을 발견한 아이들의 모험을 다루고 있다(에메랄드 아틀라스가 연상된다).
이번엔 중학생의 판타지 소설이다. 내 생각엔 중학생일 때 가장 판타지를 많이 읽는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독서에 대한 첫걸음이기에 아직은 판타지가 생소할지 몰라도(물론 고학년부턴 얘기가 좀 달라지지만) 중학생부터는 본격적으로 판타지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지능과 감성이 발달했다(고등학교는 읽을 시간이 없다). 제목의 '레기온'은 '감정'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영원한 웃음』과 마찬가지로, '감정'에 대해 다루는 소설이다. 하지만 위의 작품이 주로 '기쁨'을 묘사하려는 데 반해, 『레기온의 눈』은 슬픔, 기쁨 모두 다 다루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빠질 수 없는 '성장'의 요소. 청소년이 쓴 책은 유독 성장이 돋보인다.
다시 초등학생이다. 문학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소설은 제목처럼 아놀드라는 10살의 소년이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김준희는(내가 형이니까) 초등학교 2학년 영어 시간에 '용'에 관한 소설을 쓰라는 숙제를 받았는데, 그 때 쓴 원고를 다듬어서 이렇게 책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총 10권을 계획 중이며 2권도 거의 완성되었다고 한다(그런데 왜 출간이 안 되느냔 말이다-출판사 탓인가, 작가 탓인가). 용과 소년의 모험은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다. 초등학생 4학년(올해 6학년)이 품은 문제의식이 가끔 용의 불꽃처럼 우릴 자극한다. 하지만 어떤 분이 지적하셨듯이, 아직 대화체나 어투는 조금 어색하다고 한다. 음, 나는 읽어봐야 아는 직성이니 일단... 보류하자.
(크루세이더라는 작품은 이전에 올렸으니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