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기 전에 당신이 읽어볼 책' 목록을 만들기 전에, 당신이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설명해보겠다. 

 첫째, 고전은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는 책이다. 초고만으로 고전이 되는 작품은 극히 드물다. 수많은 사색과 노력을 담아 만들어 낸 책이 바로 오늘날 고전으로 인정받는 책이다.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바로 그 모범이다. 그는 『마담 보바리』를 비롯한 자신의 전작품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완성했다. 그래서 플로베르의 작품은 다른 작가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완성도는 그만큼 높다. 독자들은 단지 읽기만 하면 된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둘째, 고전은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책이다. 고전은 오랜 사색을 거쳐서 한 문장씩 만들어졌다. 따라서 문맥의 뒤에는 겉에 드러나 있는 내용보다 더 많은 것이 숨어 있으며, 그것을 발견한 독자들은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셋째, 고전은 사람들의 사랑이 담겨 있는 책이다. 고전은 얼핏 보면 따분한 이야기 같지만 결국 독자인 나 자신에게 던지는 충고이다. 고전 작가들은 대부분 읽는 사람들, 나아가 그들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이 올바른 길로 발전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욱 그렇다. 혼란과 부패로 가득 찼던 시절에는 지식인들이 그랬으며, 그렇지 않았을 때는 왕과 함께 그러했다. 

 무엇보다도 고전은 사람들에게 계속 사랑을 받고, 인정받으며 살아온 책이 아닌가! 고전이 오래될수록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살아남은 책일수록 그 가치가 높은 법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플라톤의 대화편 등은 아직도 연구 대상이 되고 있는 뛰어난 인류의 문화 유산이다. 그 속에 무엇이 담겨있는지는 직접 확인해야만 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고전을 이름만 듣고 잘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려워서", "시간이 없어서"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이 '핑계'를 대고 있다고 질책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런 핑계를 대어야 마땅하니까. 어쨌든 분명히 고전은 어렵다. 따라서 사람들이 쉽게, 또는 관심을 가지고 고전의 세계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그 가이드가 필요한데, 나는 여기서 그 대표적인 책들을 소개해 볼란다. 

  

  

 『3분 고전』과 『5분 서양고전』 이 두 책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고전을 빠르고 정확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전을 읽으려면 몇 시간, 또는 몇 일이 소모된다. 그러나 『3분 고전』은 멘토처럼 고전을 통해 충고와 처세술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고전을 읽으면 조금 더 쉽게 이해되지 않을까? 한편, 『5분 서양고전』은 국내 최고의 영문학 번역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김욱동 교수의 저서로, 『3분 고전』과는 달리 서양의 고전들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그것을 한자로 표현하는 것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고대에서 현대사까지 아우르는 서양 고전의 맛을 입증된 교수의 저서로 즐겁게 맛보기를. 

  

 『평생독서계획』은 '고전을 설명하는 고전'이라고 불릴만큼 잘 구성되고 인정받은 명저다. 클리프턴 페디먼은 우리의 착각(서양 사람들은 동양 사람들을 잘 모른다는)을 깨고, 동서양의 고전을 나란히 소개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고전이 나올 수 있는 '잠정적 작가'의 도서 리스트를 만듬으로써 가능성을 제시했다. 고전을 읽게 되면 자신을 더 많이 발견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고전을 설명하는 책을 읽은 후 당신은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도있겠지만, 당신은 고전 입문서에 발을 들인 이상, 고전도 반드시 읽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평생독서계획』과 같은 명저를 읽은 가치가 없다.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은 독자들이 고전 읽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을 바라는 마음으로 써졌다. <워싱턴 포스트>의 언론인인 저자는 이 책에서 순수하게 고전 읽기를 '즐기라'고 말한다. 고전의 가치, 고전의 이로움 등을 무시하고 말이다. 그것들은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깨달은 후에도 충분할 것이다. 더다가 수록해놓은 책들 중 하나를 골라서 무작정 몰입해보라. 그러면 당신은 뜻밖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전을 설명하는 책은 고전은 읽은 사람만 말할 수 있는 법이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고전에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고전 탐닉』의 저자 허연은 20년간 출판 전문기자로 일하면서 4000여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 56권만 꼽으라는 것은 아무리 20년의 경력이 있다고 해도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고민 끝에 엄선한 책인만큼 흔히 어렵고 지루하다고 여겨지는 고전에 탐닉할 수 있도록 하는 관문이 될 것이다. 또, 저자 허연의 이야기가 고전 속에 녹아있다고 하니, 주의를 기울여서 살펴보면 의도 아니게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이와 더불어, 니컬러스 캐롤리도스의 『100권의 금서』도 읽어보라고 권하겠으나 아쉽게도 품절되었다. 혹시 기회가 되거나 우연히 발견한다면 펼쳐보시길.  

 

  

 나는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자기계발서에서 으뜸가는 인물들 중 이지성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저서에는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천재들의 인문고전에 사랑이 담겨있음을 알려준 책이 바로『리딩으로 리드하라』였다. 인문고전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인문고전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어서 친절한 가이드가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인문고전 전체를 길잡이해주는 역할을 한다. 문득 가이드에 충실히 따라가다가 길을 잃으면 이 책을 돌아보시길....... 

 

 

  이외에도 고전을 읽기 전에 읽어볼 만한 책들(예컨대, 헤럴드 블룸의 저서나 『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와 같은 책)이 많으나 나 역시 엄선해보리라. 사랑을 담아서. 그리고 당신이 어떤 것보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당신이 휴가가 끝난 뒤에도 인문고전을 펼쳐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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