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때는 역시 집에서 보물찾기 하는 게 딱인 것 같다. 하지만 딱히 소재로 할 것은 없어 보인다. 기껏해야 바둑알, 종이 밖에 없다. 그러나 바둑알은 얼마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데다가 미끄러워서 공간 활용이 잘 안 된다. 종이는 그 반대로 너무나 얇아서 숨긴 본인조차 찾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동생과 함께 공기로 보물찾기를 했다. 공깃돌로 반드시 공기를 하란 법 있나? 우리는 공깃돌로 알까기도 한 사람들이다. 보물찾기야 까짓거 못할 이유가 없다. 장소는 거실로 정했다. 한 명은 다른 방에서 문을 닫고 기다리고, 다른 한 사람은 공기를 숨기고, 공기를 숨기지 않은 사람(들)이 숨긴 사람이 거실 곳곳에 놓아둔 공기를 모두 찾아내는 게 규칙이다. 단, 옷 속이나 CD, 그리고 책 속 같은 찾기 힘든 공간에는 숨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무 개의 공깃돌을 빠짐없이 숨겨놓을 수 있는 공간은 충분했다. 우리 집이 그다지 부자도 아니고, 거실이 그다지 공간 활용이 잘 되보이는 공간이 아니었다. 즉, 공기를 숨길 만한 곳이 없어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기를 하다 보니 우리 집 거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느 집이건, 최소한의 가구만 있다면 숨길 곳은 얼마든지 있다. 벽과 책꽃이 사이의 그 미세한 공간, 컴퓨터 스피커 사이의 공간, 화분 위의 잎에 절묘하게 넣는 것 등등...... 우리는 가끔 기발한 장소에, 그러나 합리적으로 공기를 숨겨 놓았는데 우리는 각각 그것을 '천재적'이라고 부른다. 얼마나 천재적이었느냐....... 그것은 비밀스럽게 알려주겠다. 우리의 아이디어도 당신들이 계속 하다보면 뻔한 전략이 되어버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