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은 기회로 『청소년을 위한 고전산문 다독다독』을 읽었다. 이 책의 구성은 총 4부로 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고전 산문 중 잘 쓰인 것을 선별하여 수록했다. 그리고 각 장의 끝마다 엮은이의 해설이 첨부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저자에 대한 상세한 소개도 부록으로 추가된다. 이러한 구성은 예상 독자인 청소년들이 옛글에 좀 더 접근하기 쉽도록 이루어져 있어서, 누구라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각 장의 분량도 3~4장 가까이 되어, 틈틈이 읽기 수월하다. 확실히 고전 산문에 대해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한계도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옛글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이 쉽게 풀어쓴 고전들의 파편은 독자를 끌어당길 힘을 잃게 된다. 해설의 분량이 더 많은 경우에는, 역자가 하고 싶은 말을 고전 산문을 이용해 전달하는 듯한 인상도 받는다. 차라리 원문의 분량을 늘리고 해설을 최소화하는 구성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청소년들은 충분히 선조들의 글을 음미하고 즐길 수 있다. 다만 엮은이가 해설을 통해 칭찬만 하지 않고 적절한 비판이나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에, 원문을 이용한 토론 활동에는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어디에서 태어나 자랐는가‘라는 환경도 중요하다. 외지고 적막한 곳에서 나고 자라 자연이나 인물, 이웃, 여행 등의 경험이 부족하여 높고 웅장하고 그윽하고 특별하고 괴상하고 호탕한 일들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다면, 마음이 세련되거나 넉넉해지지 못한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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