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배틀그라운드를 같이 플레이하는 학교 후배가 생일이라고 이 책을 선물해줬다. 생일 이틀 전, 우리는 경쟁전에서 치킨을 먹었기 때문에 (1등을 했다는 뜻이다) "엊그제 치킨 먹은 우리에게 어울린다"는 말과 함께 받은 이 책의 의미는 더욱 선명해졌다. 우리는 배틀그라운드를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라니, 이것보다 든든한 격려가 어디 있을까? 4인으로 경쟁전에 들어가면 순위 방어까지 하지만, 대부분 작은 실수 또는 결정적인 실수로 팀원이 죽거나 전멸하여 치킨을 놓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서로에게 철저하게 피드백을 해 가며 운영과 실력을 보완해 왔다. 그리하여 후배가 선물한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는 배틀그라운드를 할 때마다 되뇌이는 주문이 되었다. 


 나에게 배틀그라운드란, 쉽게 말해서 '인생 게임'이다. 2017년에 출시되었을 때는 군 복무 중이라 즐길 기회가 없었다. 2018년에 휴가를 나와서 친구들과 함께 처음 배틀그라운드를 접했을 때의 신선함과 즐거움이란! 그때는 운영도, 조준 실력도 형편없었지만, 그래서 내가 왜 죽는지도 모르고 상황 판단이 매우 느렸지만, 가상의 세계 속에 동료들과 소통하고 교전에서 승리할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얼마 후, 나는 실력을 쌓기 위해 솔로 모드를 돌렸고 수많은 실패 속에서 스스로를 보완했다. 특히, 사람이 얼마 남지 않는 후반전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집중력에서 오는 감정은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솔로 모드에서도 치킨을 먹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치킨을 먹으면서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이해도는 계속 높아졌다. 


 시간이 흘러 2022년, 여전히 실력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게임을 보는 눈은 어느 정도 생겼다. 적어도 남의 도움에 의존하는 운영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플레이를 만드려고 한다. 물론 그것이 욕심이 되어 팀 전체를 전멸시킬 때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과감한 결단이 좋은 결과를 낳은 적이 더 많았다. 고작 30분 남짓의 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전략을 수정한다는 점에서, 이 게임은 FPS보다는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RTS와 비슷하다는(배틀그라운드 이전의 인생 게임이 바로 스타크래프트였다) 생각을 종종 한다. 2018년에 느꼈던 소중한 기억들, 예컨대 길리 슈트를 입은 적을 찾지 못해 유리한 상황에서 치킨을 놓쳤다거나 구급상자 먹는 법을 몰라서 경밖사(자기장에 불타 죽는다)하는, 서투르지만 그것조차 즐거웠던 추억들은 이제 재현될 수 없음을 안다. 그리고 게임도 늙어서 고인물(오래된 유저)과 핵(불법 프로그램)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유저들의 수도 초창기 같지 않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 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치킨에 대한 갈망은 남아 있다. 이 게임은 생존이 목적이다. 적을 많이 죽인다고, 좋은 아이템을 보유한다고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점수를 많이 획득하거나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다. 때로는 적을 죽이지 않아도 승리를 획득하기도 한다. 스쿼드 모드에서는 전투 능력이 탁월한 팀원을 보조하기만 해도 1인분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전장에 투입되는 100명의 인원은 모두 한 가지의 목표로 참여한다. 바로 '치킨'이다. 한 명, 또는 한 팀이 우승하기 위해 다른 모든 이들은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치킨을 먹지 못하면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아예 초반에 교전을 하다가 죽으면 미련없이 다음 판으로 가겠지만, TOP10(생존자 10명) 이하에서는 작은 실수나 판단 오류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에 자책을 하기 쉽다. 그럴 때마다 다시 한 번, 이 책의 제목을 주문처럼 되새겨야 한다. 너는 배틀그라운드를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치킨을 먹지 못하더라도, 과거에 느꼈던 감정들을 기억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점검하며 팀원과 함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평은 안 하고 왜 게임 이야기만 하냐고? 이 책은 말하자면, 랜덤 스쿼드와 같은 것이다. 우연히 만난 유익한 동료다. 하지만 매치가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갈 길을 간다.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았든, 아무렴 관심이 없다. 만나게 된 이상 치킨을 향해 정진하고 실패하든 성공하든 헤어질 인연이다. 그러니 나는 무미건조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랜덤 스쿼드의 본질이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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