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글은 여전히 아름답다. 이것은 조종사들의 위대한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 여기에 그 구름들을 남겨본다.

그는 인생을 달콤하게 해주는 일들이 늙어서 ‘시간이 날 때‘로 조금씩 미루어왔음을 깨달았다. 마치 실제로 언젠가는 시간 여유가 생기기라도 할 것처럼, 마치 삶의 끄트머리에서는 상상하던 그런 행복한 평화를 얻을 수 있기라도 할 것처럼. 하지만 평화란 없다. 어쩌면 승리로 없을지 모른다. 모든 우편기가 최종적으로 도착하게 되는 일이란 없는 것이다. - P23

내가 비난하는 건 그가 아나. 그를 통해 나타나는 것, 미지의 것을 앞에 두고 인간을 마비시키는, 그런 장애물이지. 내가 그의 말을 들어주고, 그를 동정하고, 그의 모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면, 그는 불가사의한 세계에서 돌아온 거라고 생각할 거야.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바로 이 불가사의뿐이거든. 더는 불가사의라는 게 없도록 해야 해. 사람들이 이 어두운 우물 속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면서 그 안에 아무것도 없더라고 말하도록 해야 해. 이 조종사도 칠흑 같은 밤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내려가도록 해야 하지. 손이건 비행기 날개건 그런 것만을 비추는 광부의 조그만 램프 같은 것도 없이 말이지. 미지의 것과 어깨 넓이만큼만 거리를 두도록 해야 하는 거야. - P71

"보편적인 이익은 개별적인 이익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못하죠." 한참 후 리비에르는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을 값으로 따질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인간 생명의 값어치를 능가하는 양 행동하지요…… 그런데 그건 무엇일까요?" - P89

이보게, 로비노. 삶에는 해결책이 없다네. 전진하는 힘이 있는 거지. 그런 힘을 창출해 내면 해결책은 뒤따라 나오는 법일세. - P105

자크 베르니스, 이후 세상을 날아다니면서 자네는 무엇을 배웠는가? 비행기를? 우리는 단단한 수정 같은 하늘에 구멍을 뚫으며 앞으로 천천히 나아간다. 조금씩 조금씩 도시들이 차례로 바뀐다. 거기서 뭔가가 구체화되려면 착륙해야만 한다. 이제 자네는 알고 있다. 이 풍요로움은 자네에게 아주 잠시 주어졌다가 바닷물에 씻기듯 시간에 씻겨 사라진다는 점을. - P141

멀리서 사람들은 상상을 한다. 떠날 때에 사람들은 미어질 듯한 가슴을 안고 애정을 포기하고 가지만, 동시에 땅속에 보물을 묻어두고 가는 듯한 야릇한 감정도 느낀다. 이러한 도피가 때로는 그토록 소중한 사랑을 증명하기도 한다. 어느 밤, 별이 총총히 박힌 사하라사막에서 저 멀리 있는 뜨거운 사랑을, 별이 총총히 박힌 사하라사막에서 저 멀리 있는 뜨거운 사랑을, 씨앗처럼 밤과 시간에 묻혀 있는 사랑을 생각하고 있으려니 그는 마치 누군가의 잠든 모습을 보기 위해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 급작스레 들었다. 고장 난 비행기에 기대어 사막의 곡선과 지평선의 경사를 눈앞에 두고, 그는 자신의 사랑을 양치기처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다 그대로라니!" - P157

관습, 관례, 법처럼 자네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모든 것이, 자네가 도망쳐 나온 그 모든 것이…… 바로 인생의 테두리가 되는 거야.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기 주위에 지속되는 현실이 필요한 법일세. 부조리하다든가 부당하다는 건 모두 그저 말뿐이지. 그러니 자네가 데려간 주느비에브는 더는 주느비에브가 아니라네. (…) 그런데 자네는 아파트에서 그 많은 물건들을 치우듯 그녀에게서 그녀의 삶을 텅 비우게 하려는 걸세.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집을 이루고 있는 그런 물건들을 없애듯 말이야.
하지만 자네에게는 사랑이 곧 탄생과 같은 말일 거라고 생각하네. 자네는 새로운 주느비에브를 데려간다고 생각하겠지. 자네에게는 사랑이 영롱하게 반짝이는 눈빛처럼 느껴지겠지. (…) 어떤 순간에는 가장 단순한 몇 마디 말이 위력을 발휘해 아주 쉽게 사랑을 불타오르게 하지. 그건 맞는 말일세…….
하지만 삶은 분명 그와는 다른 것이라네. - P188

베르니스, 자네는 어느 날 내게 고백했지. "나는 그다지 잘 이해되지 않는 생활, 완전히 충실하지도 못했던 생활이 좋았네.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조차 잘 몰랐어. 그건 그저 가벼운 욕망이었으니까 말이야……."
베르니스, 자네는 어느 날 내게 고백헀지. "내가 짐작했던 것은 모두 사물 뒤에 감추어져 있었네. 조금만 노력하면 마침내 이해하게 되고 알게 되고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지. 하지만 내가 밝은 세상으로 결코 이끌고 나올 수 없었던 그 친구의 존재 때문에 나는 괴로운 마음을 안고 떠난다네……." - P273

나의 동료여…….
그러고 보니 여기에 보물이 있었군. 자네가 그토록 찾아다니지 않았나?
이 모래언덕 위에서, 양팔을 십자 모양으로 벌리고 얼굴은 저 짙푸른 만을 향한 채 있는 자네, 그날 밤 자네는 어찌나 가볍던지…….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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