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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자전거 ㅣ 동시야 놀자 1
신현림 지음, 홍성지 그림 / 비룡소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손 파이, 엄마손 도시락, 엄마손 산후조리원까지... 신성한 어머니의 이름을 판 상술에는 왠지모를 거부감이 생기곤 했던 내게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엄마가 '딸을 위해 쓴 첫 동시집'이란 말엔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보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베스트셀러에 올라 부를 이룬다는 후차적인 것보다 혼을 담고 마음을 담아 자식을 낳는 고통을 똑같이 겪는다는, 자식과 같은 애정을 쏟는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초코파이 자전거
초코파이 자전거를 탔더니
바람이 야금야금
다람쥐가 살금살금
까치가 조금조금
고양이가 슬금슬금 먹어서
내 초코파이 자전거
폭삭 주저앉아 버렸네
초코파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다람쥐,까치,고양이가 슬금슬금 먹어서 자전거가 폭삭 주저앉아 버렸다는 내용이 참으로 기발하다. 자전거가 주저앉아버려서 울상이 된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면서도 살며시 웃음이 지어지는 미묘한 상황~ ^^ 동시는 이처럼 흔한 자전거타기에서 초코파이 자전거를 만들어내고, 초코파이로 몰려드는 바람과 동물들과 아이의 마음이 경쾌하게 그려져 있다.
풍 덩
개구리가 고요한 연못에 퐁당
돌고래가 푸른 바다에 펑덩
나도 아늑한 엄마 품에 푸웅덩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을 통해서 느낀것이 있다면 시를 쓴다는 것, 동시를 쓴다는 것에 대해서(아마도 일반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운 것이고, 쉽게 생각하면 너무나도 간단한 것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말장난같은 동시를 통해 재미있는 시를 마음껏 감상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풍덩'이라는 이 짧고 간결한 시에 다른 어떤 시보다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작은 연못에 개구리 퐁당, 넓은 바다에 돌고래가 펑덩, 그 다음엔 생뚱맞게도 엄마 품이 등장한는데 바다 보다 더 넓은 엄마 품에 푸웅덩이라는 마무리가 절묘하다.
동시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른의 사고를 버리는 것, 어린이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아닐까 한다. 최대한 고개를 낮추고 어린시절 동심으로 돌아가고자 하여도 이미 오랜세월 몸에 배어버린 어른의 '가치관'과 어른의 '시선'을 완전히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들까.
부릉부글부들
차가
부릉부릉
배불러서 달린다
된장국이
부글부글
열 받고서 넘친다
엄마가
부들부들
화가 나서 쓰러진다
마치 초등학생 어린이가 쓴 시처럼 화난 엄마의 모습을 잘 표현한 시다. 동시를 짓는 동안 시인이 펼쳤을 동심의 세계가 얼마나 넓고 순수했는지 짐작이 간다. 뒤이어 <가래 뱉지 마>, <목욕 좀 해라>등 내용이 엽기적인 시도 몇편 등장한다. 더러운 것을 더럽다고 표현하고, 냄새나는 것을 그저 냄새난다고 말할 줄 아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그대로 들어난 동시들이다.
동시의 소재와 형식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한,두줄 짧은 동시여도 좋고, 하루동안 아이의 경험을 산문처럼 늘어뜨린 것도 상관없고 한 권의 동시집을 읽어내는 순간 아이도 나도 시인이 되어보고픈 욕심이 생긴다. 어쩌면 엉뚱생뚱한 아이들일수록 더 멋지고 기발한 동시를 내 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