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삿갓 - 바람처럼 흐르는 구름처럼
이청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어제까지 걷는 것, 흐르는 것은 사는 것이었지만 오늘부터 걷는 것, 흐르는 것은 죽는 것이다. 누가 "왜 걷느냐?"고 물으면, '그저 술이나 한잔 마시러 가는 길'이라고 대답해 주리라. p.238

김삿갓 이라는 인물을 떠올리면 일단은 '도인'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전설속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모르는 것도 없고, 해결하지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은, 지팡이를 휘둘러 도술이라도 부릴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작가는 서두에서 김삿갓의 도인같은 이미지보다 인간적으로 고뇌하는 김병연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하였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책을 읽는 내내 김병연의 인간적인 면을 물씬 느낄 수 있었고 그로인해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김병연은 당시의 글읽는 선비들이 그러한것처럼 부인과 자식들에게는 무심하기 그지없는 위인이었다. 나무를 한다든지 하는 기본적인 가사일을 거들고자하는 마음은 있었으나 가족의 생계를 도맡아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은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의 사랑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자란 자식이 그를 찾았을 때, 두번씩이나 도망(?) 가버리는 모습도 참 비정해 보인다. 그리고, 아무리 좋게 봐주려해도 심각한 수준의 알콜중독자였던것 같다. --;;

"조선 땅 어딜 가나 언제나 듣는 말이었다. 과거는 썩었다. 입 가진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붙어야겠다. 눈 뜬 놈은 모두 같은 소리를 했고, 같은 공부를 했다. 그러면 과거를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훈장은 존경받아야 마땅한데 사실이 그런가? 아니었다. p.254"

김병연이 살았던 시대와 현재가 어쩜 이토록 닮았을까. '역사는 되풀이 된다'더니 이런 씁쓸한 모습은 두번다시 보지 않아도 좋으련만. 남루하여 거지와 같은 행색을 하고서도 글쓰는 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던 그는 한끼밥과 술한사발에 아첨을 떠는듯한 글도 짓고, 송사에서 양쪽 모두를 위한 글을 짓기도 하고, 과거에 예상문제, 예상답안을 만들어 시험장앞에서 팔기도 하는등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다. 그토록 날카롭고 예리한 문장력으로 다른 이들을 비판하던 그가 왜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했을까. 그렇게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

보통은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몰입되고 주인공과 공감하게되는데 김병연과는 그렇지 못했다.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는 여자 입장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인간적인 김병연'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가 힘들었다. 균형된 시각으로 김병연을 판단하기 위해 다른 관점으로 씌여진 글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전에 작가가 의도한 '인간적인 김병연'을 이해하기위해 마음을 열고, 그의 시들을 다시한번 음미하였다. 그의 글은 거침없고 직설적이다. 김병연은 선비로서의 자존심을 팔아버린 자가 아니라 당시의 모순된 사회 분위기를 마음껏 농락함으로써 글쓰는 이의 자존심을 지켜려 했던 것이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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