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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청년 김원영의 과감한 사랑과 합당한 분노에 관하여
김원영 지음 / 푸른숲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전 출근 준비를 하다가 '인간극장'이라는 프로를 본 적이 있다. 때마침 방송되고 있던 주인공들은 시각장애인 부부로 돌 무렵인 딸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아이 엄마는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상태고 아빠는 형체만 조금 보이는 정도라고 하는데, 사실상 육아라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힘에 부치는 일이라서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하지만 잠깐 동안 시선을 고정한 사이 시청자인 나의 시선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이 가진 장애는 아이를 씻기고 병원에 데리고 가고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는 과정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한 듯 보였고 '장애란 조금 불편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이들 부부 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부모가 자녀들을 낳아 잘 키우는 모습은 그 전에도 간혹 방송에서 보여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진정 자신들의 장애를 뛰어넘고 극복한 사람들일까? 한때는 같은 질문에 '예'라는 대답을 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는 것은 장애를 극복했다는 표현을 쓰기에 앞서 이젠 당연함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기에 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 서울대를 졸업했다면 그리고 지금 서울대 로스쿨을 다니고 있다면 이건 확실히 다르게 와닿는다. 그만큼 서울대가 가지는 위상이 남다르다는 것도 있고, 그 과정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어렴풋이 짐작해보니 대단하다는 말만 계속 하게 된다. 확실히 장애를 극복한 사람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아니란다. 자신은 '단 한 번도 장애를 극복한 적이 없고 희망의 증거가 될 생각도 없다.' 며 단호하게 외치는 이 청년... 왠지 자꾸만 관심이 간다.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이 책은 골형성부전증이라는, 뼈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쉽게 부러지는 병(이렇게 밖에 설명이 안된다. ^^;;)을 가진 저자가 유년의 기억부터 학창시절, 대학생활,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생활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적은 글이다. 가족 구성원중에 한 사람이 감기 몸살한 걸려도 온 식구들의 생활 패턴에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고 돌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달라져야 할 부분들, 그리고 장애들의 꿈과 희망 열정에 대해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내용중에 장애가 있거나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가난이 되물림되는 것에 언급한 부분이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처럼 그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 보다 저자가 정확히 집어낸 것은 그들이 '꿈'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있는 집 자식들은 부모들에게 그만큼의 지원을 받으면서 어릴 때 부터 꿈을 키우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소득이나 환경이 그에 못미칠 수록 아이들의 꿈도 작아지고, 미래에 대해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만다. 자유와 평등의 나라에서 애초부터 동등한 기회란 없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장애인에 대한 현실이다.
책을 덮으며... 저자의 단호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 장애를 극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믿었던 내 삶을 돌아보며 마음이 숙연해 졌다. 나보다 여건이 좋지 않은 사람을 통해 얻는 막연한 안도감이나 상대적 행복감일 뿐이라고 해도 할말은 없지만 청년 김원영을 통해 전해온 열정이 너무나도 뜨겁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한 사람의 외침이 하루 아침에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열린 마음을 가진 개개인을 하나로 모아 변화를 시작하기엔 충분하다고 본다. 그가 꿈꾸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앞당겨지기를, 모든 사람들이 과분한 꿈을 가져도 좋을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