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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토크 Shall We Talk - 대립과 갈등에 빠진 한국사회를 향한 고언
인터뷰 지승호& 김미화.김어준.김영희.김혜남.우석훈.장하준.조한혜정.진중권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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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ll we... 로 시작하는 제목을 보는 순간 갑자기 Shall we dance? 라는 문장이 생각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워낙에 몸치인지라 춤추자고 하면 질색을 하지만 <여인의 향기> 같은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호흡을 맞춰가며 추는 탱고는 넋을 잃고 보게 되더라. 그러고보면 댄스와 대화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혼자하든 여럿이 하든 상광은 없지만 두 사람이 할 때 가장 보기가 좋고,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자신의 뜻을 강요하기 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에 앞서 상대를 존중하고 마음 여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겠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은 표현이 '소통의 부재' 혹은 '소통의 단절' 이라고 한다. 어릴 때 부터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어른들이 사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다보니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아 놓으면 아무리 '대화'라는 걸 시도해도 의견이 좁혀지기는 커녕 더욱 반감만 가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한동안은 토론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우리 아이들도 변화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문화가 라는 것이 반나절 만에 쌓을 수 있는 블럭도 아니고 엄청난 인내심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셸 위 토크> 이 책은 전문 인터뷰어인 저자가 사회 각계 각층의 인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여 책으로 펴낸 것이다. 김미화, 김어준, 김영희, 김혜남, 우석훈, 장하준, 조한혜정, 진중권 이상 여덟 명의 이름을 늘어 놓으니 일단은 '각계 각층' 이라는 말처럼 참으로 다양하다는 느낌이 든다. 개그우먼에서 시사프로 진행자가 된 김미화 씨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이고 김영희 PD는 쌀집아저씨라는 애칭으로 유명하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저자 김혜남 님도 은근히 반갑고 그 뒤로는 시사 문제를 다룬 책에서 자주 뵈던 분이라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똑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똑같은 사회를 경험하면서도 인터뷰이들 각자가 자신의 전문 문야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듣다보니 우선은 참신하다는 생각이 든다. 2년전 촛불 집회를 떠올리면서 촛불 정신을 이어가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하는 사람, 자신에게 생소한 분야이면서도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오늘날의 사회 현상을 현대인들의 심리에 비추어 설명하는 사람, 우리 방송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걱정하는 사람, 현 정부에 대해 침 튀기며 비판하는 사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사람, 신자유주의의 실체를 폭로하며 경제문제를 짚어준 사람 등 주제가 넓은 듯 하면서도 핵심만 짚어주고 있어 대부분 공감가는 내용이었다.
요즘들어 개인적으로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일이 있다. 예전부터 참 좋아하던 연기자였는데 이분이 정치에 입문하고나서는 네티즌들로부터 자주 공격을 받더니, 실제로도 뭔가 새로운 것을 추진하거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이 책의 인터뷰이들이 솔직담백한 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전문 인터뷰어의 노하우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만큼 순수하고 곧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 할 말이 더 있긴 한데 일단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겠다. 어쨌거나 사회 각층의 인사들이 꾸준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대중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본이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