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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의 정권 - 탈세와 부정으로 얼룩진 오바마 정권의 이면
미셸 말킨 지음, 김태훈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2008년 11월, 세계인들의 눈은 미국 대선을 향해 있었다. 평소 '정치'하면 인상부터 찡그려지는 독자인지라 남의 나라 대사에까지 신경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국내 경기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 미국발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완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 국내에서도 선거가 치러지기 전부터 연일 관련 기사를 접할 수 있었고 정치, 자기계발 분야등 출판 시장에도 오바마의 리더쉽과 개인사를 다룬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오바마의 지지도가 올라갈 수록 미셸 오바마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음은 물론이다. 똑똑하고 당당한 그녀의 모습은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경력을 내던지고 퍼스트 레이디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오바마에게 있어서 최고의 참모나 다름 없었다. 이들 부부는 케네디 대통령과 재클린 여사와 비교되면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 까지도 기사화 되었을 뿐 아니라 미국 역사를 새로 쓰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세계 경제를 회생시킬 위대한 지도자 콤비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오바마 정권이 탈세와 부패로 얼룩진 '기만의 정권' 이라니, 미셸 말킨 이라는 당찬 언론인은 국민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출범 초기부터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한 오바마 정권에 대해 가차없이 비난을 퍼붓고 있다. 정치와 관련해서 로비스트들이 발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던 공언과 그들에게 정치 자금을 받지 않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정치사에 있어서 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정권을 만들겠다던 공약도 보은 인사와 코드 인사에 묻혀 버렸다. 

 

 특히, 최고의 브레인이라 추켜세우던 측근들의 경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탈세와 횡령같은 도덕적 헤이함은 기본이고 횡령, 무능, 전과기록은 옵션에다 배우자나 가족이 이해관계에 얽힌 기업의 임원으로 몸담고 있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들은 오바마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이들도 엄청난 정치자금을 모아주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도 큰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오바마는 그들의 비리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내치지 못했으며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필요없는 '차르'라는 직책을 악용하여 대통령의 그림자로 머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하기엔... 책 읽는 내내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쩜 MB정권 초기와 이렇게도 같을 수가 있을까. 엄밀히 말하면 MB정권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과 요직의 인사가 모두 해당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2000년대 였나?  '인사청문회' 라는 것이 생기고 국민들이 그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게 된 이후,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답답해 했었던가 말이다. 탈세 문제는 도무지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없었고, 거기에다 부동산 투기, 부당 전입, 병역문제, 국적문제 등등 일일이 나열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아무리 힘없는 작은 나라이지만 그렇게도 인물이 없단 말인가? 그런 생각 정말 많이 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비리가 온 천하에 까발리는데(?) 남부끄러워서 어떻게 청문회에 나올 생각을 하는건지 이해도 안되고 말이다. 그런데 땅 넓고 인재 많을 것 같은 미국도 마찬가지더라. '사고한 문제 때문에 능력있는 사람을 놓칠 수 없다.' 는 것이 지명자의 변명이었고, '이정도 비리 없는 정치인은 없다'면서 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피지명자의 입장이다. 전세계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기대에 부풀게 했던 오바마 정권은 그렇게 모두를 기만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명심할 것이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에서, 오바마를 깍아내리기 위해 작정하고 덤벼든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 책은 대립된 양측의 한 쪽 끝에서 오바마를 판단한 것이고, 엄밀하게 말하면 오바마에 한 사람 보다는 그를 둘러싼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당선 초기의 기대감을 걷어내고 냉철한 시선으로 마주대한 오바마 정권의 모습, 솔직히 그 모든 것이 의혹일 뿐이라 할지라도 충격적이긴 마찬가지다. 정치란 그런것인가 보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던 오바마조차도 진흙 구덩이에 뛰어드니 결국 더렵혀 질 수 밖에 없는가 보다. 

 

 또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투명한 정치'를 앞세웠던 고 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죽음을 통해 자신의 뜻을 내비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4,5천억 비자금을 챙겼던 사람도 지금까지 잘 먹고 잘만 사는데... 그 때는 당도, 언론도 국민도 등을 돌리지 않았던가. 저자의 주장대로 오바마가 그렇게 부패한 정권이라면 그 이전의 정권은 떳떳하다는 말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물론 많이 받으나 적게 받으나 똑같은 부정인 것은 맞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오늘날 지구상에 투명하고 떳떳한 정권은 어디에도 없으며 아마 인류가 새로운 종으로 바뀌지 않는 한, 정도의 차이일 뿐 정치판의 기본 행태는 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우리의 아이들이 장래에 꿈이 대통령이라고 말할 때 허황된 꿈이라고 일깨워 주었어야 했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 무엇을 꿈꾸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오바마의 당선 소식과 함께 한 흑인 유권자가 인터뷰했던 내용이다.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이고 자유와 평등이 국가를 이끄는 힘이라고 내세웠던 미국이지만 사회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차별과 멸시가 존재해 왔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오바마의 당선은 변화를 원하는 미국인들의 염원을 담은 결과였을 뿐만 아니라 유색 인종을 비롯한 사회 하층민들에게는 꿈이 현실화 되는 승리감을 안겨주었다. 오바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것이리라. 하지만 오바마의 정권의 출범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정권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잠시만 더 미루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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