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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한번인.생
조대연 지음, 소복이 그림 / 녹색문고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A cat has nine lives. ' 서양 속담에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라는 말이있다. 최근들어 우리 사회도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을 키우게 되었지만, 예전만해도 고양이는 영물로 알려져 왔었다. 이는 서양의 관점에서도 다르지 않아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의 날렵함이라든지 이집트 신화의 영향을 받아 고양이는 왠만해서 죽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속담은 속담일 뿐. 동물이나 사람 할 것 없이 모든 생명체는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참 쓸쓸하고도 허무한 표현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을.
<딱한번인.생> 이 책에서는 지극히 '보통인' 한 사람, 평범 씨의 삶을 통해 '인생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파노라마처럼 펼쳐서 보여준다. 평범 씨는 우리 주위에서 스치듯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면서 또한 나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게 뛰어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모든 면에서 중간 정도인 사람, 스스로를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평범 씨에게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이 평생 먹는 음식, 평생 소비하는 가전 제품과 자동차, 배우자와 함께 하는 시간, 공부를 하거나 직장에서 일한 시간 등등 소소한 일상부터 꿈과 야망까지 모든 것을 평균화해서 말해준다.
그런데 괜시리 우울해 지는 이 기분은 뭐지?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무엇을 얼마만큼 소비하고 이렇게 그렇게 살아간다는 사실, 짐작은 했었지만 기분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가령 같은 반 친구들이 20년 뒤에 만나면 그들 중 본인이 원해서 직장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8명이고 5명은 장사를 하거나 직원이라고 한다. 두 세명은 공사판에, 두 세명은 농사를, 한 두명은 직업이 없어 매우 어렵게 산단다. 그리고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은 한 두명 뿐이란다. 또한 대한민국에 태어난 1천명 중 한 명만이 부자 소리를 듣는데 그 조차도 부모가 부자인 경우라고 하니 아이들에게 꿈을 크게 가지라고 말할 수나 있을까 싶다.
지금까지는 '인생'에 관한 책을 읽으면 삶의 소중함과 함께 가슴이 따뜻해 지곤 했는데, 이 책은 좀 다르다. 다른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기억에 남지도 않는데 유독 우울한 이야기는 가슴에 콕 박하는 거다. 평범 씨의 인생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지독한 '현실의 벽' 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는 분명 인생의 허무함이나 절망에 대해 말하고자 함이 아닐 것이다. 벌어도 벌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천 분의 일, 만 분의 일의 확율에 목숨거는 사람들에게 인생은 그 보다 더한 가치가 있음을 일깨워 주고자 한 의도라고 믿고싶다.
저자의 장편소설 <상상동물원 1>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거든요. 사람은 무의미한 것을 견디지 못해요. 의미를 확인하고 확인해야 마음이 놓여요. (p.257)" 인간은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유일한 생명체다. 그리고 인류의 발전은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노력으로 인해 발전해 왔다. 꼴지가 있어야 1등도 있는 것. 만 분의 일의 확율에 대한 도전일지라도 그 꿈이, 노력이 결코 헛되다고는 말 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쩜 인간은 꿈을 꾸고 도전하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다지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생각보다도 훨씬 더 빨리 읽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 사람의 인생을 통계화 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삽화도 많고 큼직하게 배치되어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다만 청소년들이나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는 비추이고 대신 경쟁에 지친 사람, 잠시 숨돌릴 시간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책장을 다시 펼치니 스쳐 지나갔던 한 줄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가 평생 만든 4백 개 수정란 중의 하나와 아빠가 평생 만든 12조 개 정자 중의 하나가 우연히 만나, 평범 씨가 태어났어요. 4백 곱하기 12조.... 4,800조분의 1의 기적이군요. (p.13)" 우리는 타인의 인생에 대해서 판단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 금전적으로나 신체적, 정신적인 해를 가하지 않는 한은 말이다. 때문에 개개인의 삶이란 그 자체로 기적이요 의미다. 아무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삶, 지금 이순간 멍 때리면서 흘려보낸 1분 1초가 누군가에겐 천금을 주고도 가질 수 없는 것임을... 그 사실만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