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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의 시선 - 예견하는 신화, 질주하는 과학, 성찰하는 철학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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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초등학생인 울 아들이 5세쯤 되었을 때다. 당시 다니던 어린이집이 아이들의 나이에 상관없이 5-7세 합반 수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솔직히 엄마된 심정으로는 큰 애들한테 치이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고 똑같은 주제를 놓고 수업을 진행할 때,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것인데 어떻게 수업이 진행될 수 있는지 걱정이 많았었다. 그 때 원장님께서 학부모들에게 하신 말씀인즉, 나이에 상관없이 '꽃'을 관찰한다고 가정하면 어떤 아이들은 꽃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고 좀 더 성숙한 아이들은 꽃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또 다른 부류의 아이들은 꽃을 감성적으로 해석하는 등 저마다 자율적인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메두사의 시선> 솔직히 오랫만에 무척 힘든 독서를 했다. 철학과 사상이라는 분야 자체가 원래 형체가 없고 보이지 않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던가. 더구나 만물의 영장이자 이토록 복잡미묘한 사고를 가진 인간의 생각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어찌 쉬울 수 있으랴만은 머리가 한 줌은 빠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난해한 책이었다. 계간지인 <철학과 현실>에 연재되었던 글을 엮은 것이라고 하는데 보통 사람들이 철학문화연구소의 계간지를 읽을 일은 없을 터, 사실상 철학을 위한 대중서로 자리매김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나마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서평을 남길 작정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년전 어린이집 원장님의 말씀을 떠올려가면서 욕심을 내려놓고 어려운 용어, 해설 다 이해할려고 애쓰지 말고 내게 와닿는 것만 움켜쥐자 라며 마음을 다잡았기 때문임을 밝혀둔다.  

 

 작가는 신화-과학-철학을 상호 연결된 하나의 선상으로 보았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철학이야기는 각각 신화에서 시작해서 철학으로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과학으로 이어진다. 가령 '헤라클레스와 육체의 반어법' 이라는 장을 예로들면 그리스 신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영웅인 헤라클레스 신화에 대해 그가 해결했던 많은 미션들이 강인한 육체보다는 오히려 지혜를 요구하는 것이었음을 설명한다. 그리고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주장했던 육체와 영혼에 대한 철학이야기로 옮겨갔다가 다시 뇌과학과 영혼탐구라는 과학적인 분야에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나르키소스의 신화를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르키소스가 빠져들었던 대상을 자신의 모습 그대로가 아닌 '확장된 모습'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약간은 어려우면서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최근에 자신에게 당당한 젊은 세대를 보면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잠시도 쉴 새가 없는 모습, 자신을 알아주는 이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거나 자기 자신의 모습에 빠져있는 모습을 나르키소스라고 표현한 점이 특히 그렇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신화는 인간의 정체성과 인간중심적인 사고에 대해 언급되었다가 인간의 모습을 본뜬 로봇으로까지 확장되고 디오니소스의 신화는 니체의 충동과 예술, 찰스 다윈의 인간의 기원에서 농업 기술로 이어지는등 저자의 인문학적 해박함과 사고의 확장에 감탄했던 시간이었다.         

 

 수년전만 해도 소설만 줄창 읽던 내가 그나마 인문학을 가까이 하고자 애쓰는 것은 책 읽는 시간이 더이상 오락에 머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또 다른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의 충족이주는 기쁨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이다. 가끔씩은 이번의 경우처럼 나의 무지를 일깨우는 책을 만나 당황하기도 하지만 이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잘 안다. 개인적으로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하늘을 자유롭게 올려다보는 동물이었다는 점이 인간의 사상을 폭팔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말이 무척 가슴에 와닿았다. 실제로 신화의 내용이나 '신' 이라는 존재도 하늘과 하늘 너머의 우주에까지 사고가 미친 결과니까 말이다. 이처럼 어떤 현상을 단편적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신화-과학-철학' 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은 인문학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꼭 필요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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