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여자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여자들 - 고종석의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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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history 애초부터 여성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우리 역사를 예로들면 고려시대, 조선초기까지 부분적으로 여성에 대한 관대함을 찾아볼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며 동서양을 통틀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세상의 반이 남자라면 그 나머지는 여자인 것을 어떻게 남자들의 기준으로만 역사가 만들어진단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여인들은 성녀로 칭송받든 아니면 악녀로 낙인찍혔든지 상관없이 그 자체만으로 대단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들의 일생이 파란만장했던 만큼 후대의 여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음은 말할 것도 없다.

 

 <고종석의 여자들> 이 책은 저널리스트이자 언어학자인 고종석님이 손꼽은 34명의 여인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인물이 중심이 되는 책의 경우 '역사를 움직인', '세계를 빛낸' 등의 수식어가 붙기도 하고 왜 그 인물을 선정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뒤따르기도 하는데, 이 책의 경우는 서두에서 아예 못을 박고 시작한다. 소개하고 있는 여인들이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에 따라 편파적이고 불공정하게 선정된 인물이며 실존과 허구, 삶과 죽음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태클을 걸 수가 없다. ^^; 

  

 솔직히 책을 처음 봤을 때, 바람직하지 못한 두 가지 생각을 떠올렸음을 고백한다. 요즘들어 '골프의 황제'라 불리는 세계적인 스타가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과 겹쳐 제목의 느낌이 달리 와닿았던 것이 첫번째이고 또 한가지는 '고종석'이 누구인가?, 라는 생각이었다. 무엇을 하든 어떤 자리에 있든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기업이 브랜드화 되고 있는 것처럼 개인의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독자로서 저자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자 순간 내 탓이 아니라고 위로하고픈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저자에 대한 정보 뿐 아니라 그가 소개하고 있는 여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서른네 사람 중에서 반 정도만 알고 있었고 나머지는 처음 들어보는 인물이었다. 오래된 영화나 문학 작품 속의 주인공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니콜 게랭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기억에 남는다. <러브스토리>의  에릭 시걸의 또다른 작품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에 등장하는데 상당히 진보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로 결혼은 원치 않지만 아이는 낳아 키우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대단하다 싶었다. 시대적 배경이 1960년대임을 감안할 때 21세기인 오늘날에도 논란이 될만큼 파격적인 생각이나 가족의 형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결손가정'이라는 말이 없어져야 한다는 말에는 공감하게 된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미디어 여왕'으로 등극한 오프라 원프리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으로 손꼽힌다. 그녀의 토크쇼에 출연했던 사람들은 진솔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유명인이란 타이틀을 내려놓고 진심을 털어놓게 된다고 한다. 오프라 원프리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어려움에 처해있는 여성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또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편견을 극복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그외에 마리 앙투아네트, 윤심덕과 같은 비련의 주인공들에 대한 의견이나 최진실, 강금실 전 장관을 포함한데 대해서는 의외였지만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누구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여인 한 두명쯤은 가슴에 품고 살지 않나 싶다. 하지만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여인을 꼽으라면 주위를 둘러볼 것도 없이 바로 내 어머니를 꼽을 것이다. 어머니는 체형, 외모, 성격 등 모든 면에서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을 가지셨다. 단아하면서도 다소곳하시고 자식들에게 헌신적이며 생활력 강하시다. 무엇보다 긍정적이고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셔서 주위에 마음을 나눌 사람들이 많다. 사춘기때 한참 반항하고 그럴때는 엄마처럼 가족과 타인을 위해서 사는 인생을 누가 알아주느냐고 엄마처럼은 살고 싶지 않다고 소리쳤던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엄마를 반 만이라도 닮고 싶다는 바램이 간절하다. 뒤늦게 철드나보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고종석이라는 작가와 그의 여인들을 알게 되어서 너무나 반가웠다. 아무리 주관적인 생각으로 선정하였다고는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 깊은 인상을 심어준 인물들인 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처음에 책 제목과 표지만 보고 선입견을 가졌던 점을 반성한다. 모두가 나의 내공이 부족한 것이 이유였는데 말이다. 다행인 것은 나의 무지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젊다는 이유로 세상을 경험하고 배울 시간이 많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인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인물들이 많고 세상을 변화시킨 이들도 많지만 그들을 낳아 기른 것은 '어머니'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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