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딸콤플렉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착한 딸 콤플렉스 - 착해서 고달픈 딸들을 위한 위로의 심리학
하인즈 피터 로어 지음, 장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릴 때 부터 착하다는 말 많이 듣고 자랐다. 내 자랑하는 거 절대 아니다. 그냥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남들은 딸 셋인 집에 막내라고 하면 어리광도 부리고 이쁨 받으면서 자란 줄 알지만 아들 바라던 집안에 태어난 죄인지 어린 시절 내내 할머니, 부모님은 물론이고 언니들 한테까지 물 떠다 바칠 정도로 심부름에 치여 살았다. 옷이며 학용품도 바로 물려받은 것은 좀 나을지 몰라도 세째인 나한테 까지 넘어올 때면 항상 헤진 표가 많이 나고 학용품도 구색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속으로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싫은 내색 한 번 못했던 것은 집안 형편이 눈에 들어왔던 이유가 가장 컸고, 다른 한 가지는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잘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 착하다는 칭찬을 들을수록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까닭이다. 시간이 지나 그 말이 부담스러운 때 조차도 마치 브레이크 고장 난 자전거를 탈 때 처럼 그만두지 못하고 부담스러움을 안고서 의무적으로 행동하게 되었다. 황당한 것은 사춘기 무렵 반항 한 번 했더니 그동안의 수고로움이 모두 허사가 되더라는 것이다. 

 

 <착한 딸 콤플렉스>라는 제목과 "엄마, 왜 항상 나만 양보해야 돼?" 라는 멘트를 보는 순간 이건 나를 위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녀들을 곁에 두려하고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독립은 멀고도 험하구나 싶었다. 특이한 것은 심리학적인 용어와 설명을 하기에 앞서 <거위 치는 소녀>라는 동화의 내용을 들려주고 동화 속 내용을 문장 하나하나 예를 들어가면서 분석하고 그 내용을 심리학적인 설명과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오래전에 남편은 잃은 왕비'는 딸을 통해 파트너의 빈 자리를 채우려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고 '공주가 결혼한다는 것'은 독립을 의미하며 왕비의 곁을 떠날 때 공주에게 건네준 '세 방울의 피가 묻은 손수건'은 자식에 대한 과보호와 부모에 대한 자식의 의존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동화 속의 공주는 시녀에게 자기 자리를 빼앗기고도 매사에 수동적이며 "어머님이 아시면..." 이라는 체념어린 푸념만 늘어놓는다.

 

 그렇다면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자신의 품위보다 자신의 열등감을 더 많이, 더 확실하게 믿는다. 치유의 길은 그 사실을 이해하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 (p.135)"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 것이다. 남을 의식하고 강요된 희생을 감수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을 되찾는 것이다. 공주는 왕의 도움으로 쇠난로에 들어가 진실을 밝힘으로써 자신의 자리를 되찾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용기와 결단, 치유의 눈물 등이다. 

 

 경제가 어려워 지면서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자녀들이 늘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헬리콥터 부모'라는 말까지 나올정도이니 자녀에 대한 극진함은 국경을 초월해서 다 같은 마음인가 보다. 다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과할수록 부모니까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자녀들이 생긴다든지, 옛날과 달라서 자식에게 노후를 의지하지 않겠다 하면서도 장성한 자식을 품안에 두려하고 자식의 인생에 지나치게 관여하려 하는 부모들이 있다면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에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부터 따라다녔던 '착한 딸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자 일찌기 사회 생활을 통해 독립을 시도했었다. 그런데 결혼 후 맞벌이를 하면서 다시 부모님께 의지하게 된 경우라서 면목이 없다. 책에 소개된 사례들을 읽으면서 지금이라도 정체성을 회복하고 독립해야 겠다는 의지보다는 나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부모님의 극진한 사랑 속에 자랐고 얼마나 행복한 유년을 보냈는지 확인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딸의 입장에서 벗어나 이젠 부모의 입장으로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자식에 대한 소유욕을 자제하고 자녀를 하나의 성숙된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다. 또한 자식의 입장에서도 부모에 대한 의존성을 극복하기위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글로쓰니 쉽긴 한데 늙은 노모의 눈에는 중년의 자식도 걱정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식의 독립을 인정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말, 그 말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부모의 사랑'에도 해당된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무조건적인 사랑' 보다는 '현명한 사랑'이 진정 자식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가슴 속에 깊이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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