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사라지는 숲이야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 종이, 자연 친화적일까? 세계를 누비며 밝혀 낸 우리가 알아야 할 종이의 비밀!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외 옮김 / 상상의숲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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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런 이야기 늘어놓으면 세대차이라고 타박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종이가 귀했다. 초등학생 시절 학기가 끝나면 쓰다남은 공책의 뒷부분을 모아 공책을 만들던 기억이 나는데, 그나마도 종이질이 좋지 않아서 지우개로 지우다 보면 구멍이 났을 정도였다. 선배들이 공부했던 교과서를 물려받아 사용했던 적도 있고 초등 고학년 때까지 아버지가 구해주신 이면지에다 문제를 풀기도 했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이쁜 연습장을 장만하던 날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공부가 절로 될 것만 같았다. ^^;

 

 그런데 요즘은 종이가 참 흔하다. 지금 앉은 자리에서 주변을 둘러보아도 각종 서류에 달력, 편지봉투, 포스트잇, 광고전단, 영수증... 종이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인터넷을 비롯한 모바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머지 않아 종이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전자책 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고 검색한 것은 출력물을 가져야만 하고, 손에 영수증을 쥐어야 든든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라는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마음 한 구석이 뜨끔했던 것도 내 스스로가 종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1년 동안 한 사람이 소비하는 종이량이 얼마나 될까,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레로 각종 휴지와 종이 뭉치를 날라다가 보여주었다. 짐작은 했었지만 한 곳에 모아 놓으니 양이 어마어마하다. 환경을 위해서 자원을 아껴야 한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종이는 왜 이렇게 마구 사용해 왔을까? 우선은 재활용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그리고 천연자원이라 땅에 묻거나 소각해도 유독하지 않다는 인식이 컸던 것을 인정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가 수많은 생물의 삶의 터전을 훼손한 결과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p.29)"

 

 저자는 주장한다. 애초에 종이의 재료가 되는 나무를 베는 순간부터 자연에 치명적인 해를 가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캐나다 숲의 경우 벌목한 나무를 강물에 띄워 운반하는데 강바닥을 긁으면서 나무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이 희생되기도 한다. 그보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나무가 썩는 것을 막기위해 강에다 수은을 풀기 때문에 숲에 사는 생물들 뿐만아니라 인근의 원주민들까지 심각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밀림을 비롯해 북유럽과 캐나다 북쪽의 산림은 태고적 부터 숲을 이루어 온 원시림이다. 기업화되고 조직화된 벌목꾼들은 그린피스의 저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합법성을 내세워 산림을 훼손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자라온 나무들이 너무나 짧은 시간에 쓰러져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안타까운데 사후 처리는 더욱 기가찬다. 무조건 빨리 자라는 외래종에다 단일 수종일 경우 이전 생태계와는 확연하게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우리 산이 그랬던 것처럼 눈가림할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심은 아카시아는 다른 나라에도 골칫거리라고 한다. 아카시아가 뿜어내는 독성은 인근의 식물들을 죽게 만들어 산을 황폐화 시키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합법적이라는 것인지. 누가 다른 생명체의 생존을 결정짓는 행동을 해도 된다고 허락할 수 있다는 것인지. 합법적이라는 말이 반드시 도덕적이라는 것을 의미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 세상의 어떤 생물종도 자신의 서식 공간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서식 공간이자 생존을 위해 필요한 각종 물질을 생산해 해는 숲을 파괴하는 유일한 생물종이다. (p.251)"

 

 신이 인간에게 다른 동물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허락한 것은 자연을 돌보고 지켜주라는 의미였을 것이나 오늘날 인간들은 지구를 가장 많이 오염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었다. 기억할 것은 우리가 마구 쓰고 버리는 종이가 천연자원이자 유한자원(나무가 자라는 속도와 베는 속도를 비교하자면 유한자원으로 봐도 무방하다.)인 나무로 만들어진다는 사실. 그리고 소비자가 질 좋은 티슈를 선호할수록 더 많은 나무들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 질 좋은 종이일수록 약품 처리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화학 처리된 종이는 재활용하기도 힘들다는 사실이다. 또한 재활용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우리가 소비하는 종이의 반도 재활용되지 못하며 매립되는 종이는 유독 가스를 발생시킨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선진국을 비롯해서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들이 그렇지 않은 나라들보다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발전과 환경 오염이 비례하기 때문이며, 종이 소비량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종이의 재료를 대체할 방법으로 캥거루 똥, 엘크 똥, 대나무, 볏짚, 사탕수수의 버려지는 부분으로 종이를 생산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나무를 대신하여 종이를 만들 재료들을 찾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수의 나무를 지킬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일상속에서 종이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는데 특히 사무실에서의 이면지 활용이나 화면 인쇄로 확인하고 출력을 한다든지, 각종 우편물을 이메일로 받는 등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장기적으로는 수많은 나무들을 지켜내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니 가벼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종이를 재활용하는데 있어서도 종이의 질에 따라 분리 수거를 세분화해야 하며 특히 이물질이 묻은 종이가 재활용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앞서 읽었던 부분들이 마치 거대한 음모를 엿보는 것처럼 너무나 엄청난 내용들이어서 의외의 제안에 어리둥절 하기도 했지만, 환경 문제라는 것이 국가나 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라 개개인의 인식과 행동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덧붙임. 우선 위험을 무릎쓰고 전세계를 누비며 종이를 추적한 저자의 용기에 고개 숙여진다. 처음엔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했는데 질감이나 무게를 느껴보니 재생용지 같아서 안심이 된다. 솔직히 책 사면서 종이 질 따져본 적은 한번도 없다. 오히려 무거운 책 보다는 두께감이 있더라도 재생용지로 만든 가벼운 책이 좋더라. 나 뿐만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재생용지로 만든 책 분명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업계에서는 이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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