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블레의 아이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라블레의 아이들 - 천재들의 식탁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양경미 옮김 / 빨간머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보면 가끔씩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를 맞닥뜨리곤 한다. 처음 책의 제목을 얼핏 봤을 때, '라블레'가 사람 이름인지 지명인지 조차 모를 정도로 무지했다. 라블레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먹거리에 대한 언급을 읽으면서 비로소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프랑수아 라블레라는 인물을 검색하게 되었다. 프랑수아 라블레는 몽테뉴와 함께 16세기 프랑스 르네상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대표작으로는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이야기>가 있다. 솔직히 설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에 비견될 정도라고 하니 라블레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가 있을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던 사람들 중에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이들이 어찌나 많은지 라블레도 의사이자 인문학자이면서 글을 쓰기도 했다. 라블레의 작품 속에는 풍성한 식탁이 자주 등장하며 주인공들도 대식가이거나 미식가들이 많았다고 한다. 저자는 천재들이 보여준 호기심과 진리에 대한 탐구 열정을 식욕에 빚대어 <라블레의 아이들> 이란 제목으로 천재들의 식탁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어떤 재료로 어떤 요리가 만들어졌는지 글로써 표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요리를 완성해서 시식까지 하고 감상을 남겼다는 점이다. 말이쉽지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말이 없다.

 

 사람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어 단지 안다는 것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긴 하다. 그런 점이 마케팅과 연결될 때,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도 하고 말이다. 가령 대감님 댁의 제사음식은 어땠을까, 임금님의 수라상에는 어떤 음식이 올랐을까 하는 궁금증이 자료로 끝나지 않고 요즘에도 '헛제사밥'이나 '궁중요리'로 맛볼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전통을 자랑하는 가문에서 전수되어 온 비법 요리를 맛볼 때도 마찬가지로 음식을 먹는 그 시간 만큼은 대감님도 되었다가 종가의 어른도 되었다가 임금님도 부럽지 않은 호사를 누린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메이지 천황 무쓰히토의 오찬회 요리를 맛볼 때나 아피키우스의 고대 로마의 향연을 즐길 때, 아마도 세상을 다 가진듯한 여유로움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장어요리도 여러 차례 등장하고, 마녀의 수프를 재현한 요리도 흥미로웠다. 프랑스 민심을 분노하게 만들었다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과자 이야기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푸딩도 기억에 남고 앤디 워홀의 통조림 수프처럼 저렴한 요리도 있다. 더구나 마지막에 소개된 것은 아이들한테 인기 만점인 후리가케다. 아이가 어릴 때 밥먹이기 힘들면 후리가케 뿌린 밥을 김에 싸서 먹였던 기억이 나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천재들이 먹었던 요리를 시식했던 것 처럼 독자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기대했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저자도 직접 만들어 먹은 것이 아니라 대부분 우여곡절 끝에 요리사들이 만들어준 음식을 맛본 것이다. 과자나 푸딩, 후리가케는 그렇다 쳐도 대부분의 요리가 독자들의 입장에서 재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득 책에 소개된 메뉴로 식당을 차리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는. 또 한가지는 책에 소개된 25가지 음식의 주인공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사실인데 아무래도 아는 인물들이 많았더라면 더 관심있게 읽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결론적으로 요리를 소개하고는 있지만 '요리'를 위한 책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고, 표현하자면 "음식을 통해 천재들이 살았던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인문학적 노력이 돋보이는 책" 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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