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 - 사랑했으므로, 사랑이 두려운 당신을 위한 심리치유 에세이
권문수 지음 / 나무수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해마다 여름철이면 봉숭아 물을 들이는 것이 연례 행사였다. 특별히 꾸밀만한 것이 없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봉숭아 붉은 기운은 참으로 매혹적인 빛깔이었다. 어쩌면 첫눈이 올때까지 봉숭아 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 때문에 더 특별했는지도 모르겠다. 기다리던 첫눈이 오면 손톱에 눈을 맞칠려고 팔짝팔짝 뛰어다니곤 했는데, 사랑이 뭔지도 몰랐던 시절에도 첫사랑의 로맨틱함을 떠올리며 막연한 환상을 품었다는 사실이 우습기만 하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이상은 사랑에 빠지게 되다지만 첫사랑의 기억 만큼은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처음 겪는 낯선 감정인 '사랑'은 두근거림과 설렘, 행복을 느끼게도 하지만 혼란과 두려움, 때론 깊은 상실감을 남기기도 한다. 가끔씩 실연의 아픔을 호소하는 후배들을 대할때면, 힘들더라도 잊으라며 머지않아 새로운 사랑이 올거라는 위로를 한다. 그래도 그때가 좋은 거라는 말은 꿀꺽 삼키고 말이다. 나 또한 사랑때문에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음에도 그것 외에는 달리 해줄 말을 떠올리지 못하겠다. 사랑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기에 동반되는 아픔 또한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심리학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는 것 처럼 사랑 때문에 너무나 깊은 상처를 받아 그 후의 삶을 고통속에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테라피스트인 저자는 환자들과의 상담 내용을 정리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상처의 유형과 치료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다 큰 성인이 사랑때문에 심리 치료라니, 하는 생각으로 환자들을 유별난 사람이라 오해하기 쉽겠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사랑때문에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무감각'한 상태에 빠져버린 환자는 어머니가 죽은 상황에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할 정도였다. 치료를 통해 무감각에서 벗어나면 사랑의 상처때문에 다시 고통스러워 질 것이고 그렇다고 회피하면 사는 것 같지 않게 살게 된다. 참 어렵다. 어떤 남자는 수많은 여자들과 사귀면서도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했으며 오히려 스스로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랑의 상처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옆에서 힘이 되어 준 사람과 쉽게 사랑에 빠지는데 불완전한 상태에서의 사랑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경고하기도 한다.    

 

 "상처가 깊을 수록 자신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실컷 울어도, 화를 내도, 박장대소하며 웃어도 좋다. 그것은 어쨋든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앞으로도 잘 살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니까. 그리고 나서 주저하지 말고 끊임없이 좋은 인연을 찾아 나서기를 부탁하고 싶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인연이란, 곧 필연이니까. (p.249)"

 

 개인적으로 양다리, 불륜, 막장 같은 상황을 연출하는 사람들을 증오한다. 대신 사랑을 하게 되면 그 순간 만큼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충실하고 미친듯이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세상에 '그 사람'만 있는 것 처럼, 나의 반쪽을 채워줄 유일한 사람인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랑이 떠나가면 보내줘야지. 그 사람을 사랑했던 마음도 함께... 그리곤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면 된다. 말로하니 참~ 쉽기는 한데, 막상 사랑에 빠지게 되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마비된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사랑은 인간의 이성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독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책의 내용처럼 사랑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힘겨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사랑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가정에서 자란 남녀가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인 만큼 어린시절 어떻게 양육되었는지가 성인이 된 후 연예관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남들처럼 평범한 사랑을 하기가 힘든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시절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 부분부터 극복해야 한다. 

 

 상처가 있는 사람은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속으로 쌓아두기 보다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랑으로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동병상련'을 느끼게 해주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어떠한 경우에라도 사랑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살아 숨쉬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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