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박치기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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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박치기다 - 재일 한국인 영화 제작자 이봉우가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책!
이봉우 지음, 임경화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박치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김일 이라는 레슬링 선수다. 아~주~ 오래전 아마도 흑백TV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할 것 같은데, 한일 간의 레슬링 경기가 펼쳐지면 온 가족이 모여앉아 경기를 응원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양 선수가 주먹 다짐을 하고 피터지는 광경을 보면서도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마치 천성적으로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절실했다.
하지만 착한 사람(?)은 늘 초반에 밀린다. 안타까움에 발을 한참이나 구르고 나서야 마침내 김일 선수가 박치기를 시작 한다. 사람이 저렇게 박아도 뇌가 멀쩡한가 따위는 생각할 결흘도 없이 이제 이겼구나 싶은 생각뿐이다. 그리고 김일 선수의 두 손이 번쩍 올라갈 때 우리 가족도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특별한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없었던 그 시절, 김일 선수의 박치기 한 방은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특별한 뭔가가 있었다.
<인생은 박치기다> 이 책은 영화제작자인 저자가 영화 산업에 뛰어들어 성공하기까지를 서술한 에세이다. 개인의 성공스토리를 다룬 책들이 그러하듯이 무일푼에 희망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영화에 대한 열정만 가지고 시작한 일이다. 영화에 대한 감만 믿고 첫번째 영화를 계약했으나 상영관을 찾지 못해 곤란을 겪고 홍보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버벅거리던 과정, 흥행 실패로 친구의 돈을 날려 버린 일 등 어찌보면 그의 영화 인생은 무모함의 연속이었다.
"예전에는 이 나라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스스로를 비하했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 일을 통해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므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본에서 표현할 수 없다면 다른 나라에서 표현하면 된다는 명쾌한 사고방식까지 갖게 되었다. (p.58)"
하지만 책의 제목처럼 저자는 '박치기 인생'이었다. 일단은 부딪혀서 해결하고 때론 끈기있게 때론 과감하게 재도전해서 이룬 결과였다. 돌이켜 보면 그 시작은 재일 조선인으로서 차별받았던 어린 시절부터 다져진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 세대에 제주도 4.3 사건을 계기로 일본으로 건너와 온갖 힘든 일을 겪으면서 견디어야 했던 세월, 형의 죽음 등 가족사에 대한 솔직한 고백도 기억에 남았고, 무엇보다 '자이니치(재일 한국인)'에 대한 몰이해가 가져온 정체성의 혼란으로 누군가 건들이기만 하면 폭팔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청소년기가 너무나 가슴 아팠다.
"왜 우리는 조선인인 거야? 조선인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 (p.174)"
국민들을 보호 하지 못했던 정부, 그로인해 가까운 일본으로 떠나와야 했던 재일 한국인들... 해방후에 남북 분단과 군사 독재, 민주화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사건들은 재일 한국인들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애증을 키우게 만들었다. 그나마 부모님들 세대는 고향에 대한 무조건 적인 향수가 남아있었겠지만 2세들의 경우는 그런 감성적인 부분 보다는 냉혹한 현실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런 경험들이 대표작 <박치기>를 통해 고스란히 표현되었고 개봉과 동시에 일본 열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가끔씩 외국에서 명성을 떨친 교포들의 사연을 접할때면 뿌듯한 마음과 함께 민망한 생각이 드는 것.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하인스 워드, 추성훈, 위성미 등 적어놓고 보니 스포츠 선수들만 나열해서 그런데 하여간 그들이 한국인이거나 한국계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기사화 할때도 꼭 한국이름을 적는다. 하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교포들을 위해 해 준것도 없고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마음이 좀 그랬다. 그 그설에는 저마다 먹고 살기 힘들어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고 치자. 하지만 이제라도 재외 교포들을 돌아봄으로써 2세, 3세들이 한국을 찾고 한국을 자랑스러워 하도록 만들어 주기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책을 처음 펼쳤을 때만 해도 일본 영화제목이나 영화인들에 대한 언급이 많아서 무척 낯설었고, 끝까지 읽을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의 솔직한 고백에는 아픔을 나누고 성공에는 진정한 박수를 보낼 수 있을 만큼 공감하게 되었다. 중반 이후에 저자가 배급하거나 관람했던 영화 목록과 감상이 적힌 부분에서는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르는 영화가 대부분이어서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재일 조선인의 아픔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것과 저자의 열정과 도전 정신이 보여준 감동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