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독서] 한국의 책쟁이들 - 임종업 저 | 청림출판 | 2009년 9월 가끔씩 잠결에 눈이 떠지면 나도 모르게 책장쪽으로 눈길이 간다. 나즈막한 책장에는 책이 빼곡하고 그 위로 책을 넣은 종이박스가 두 층으로 올려져 있어 조금 불안해 보이긴 했었는데 요즘들어 남편의 잔소리가 심해진 탓도 있다. 책장이 벽쪽으로 더 기울게 손을 보든지 아니면 박스라도 아래쪽으로 내리라는 말인데 건물이 살짝 진동이라도 하는 날엔 책이 쏟아져 내릴지도 모른다고 성화다. 인터넷을 배회하다 보면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자신의 책장을 공개한 사진을 종종 보게되는데 평범하게 직장다니고 생활하는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분들도 꽤 되더라. 거실을 서재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재로 이름지어 컴퓨터와 책장이 들어선 자리에는 창문만 빼고는 온통 책으로 가득한 집도 보았다. 아이 교육 문제를 핑계로 친정에서 살다시피하는 나로서는 너무나 부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언제쯤 나만의 책장을 짜넣어 책 속에 푹 파묻힐 수 있는 공간을 가지게 될까. 그런날이 오긴 올까. 종이 박스를 다른 방으로 옮겨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돌아서는데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새어 나온다. <한국의 책쟁이들> 이 책을 읽고 난 직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이 감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세상에는 갖가지 물건들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고, 마니아 소리를 들어가며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도 많다지만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정말 책에 미친 사람들이다. 그것도 아주 곱게 그리고 강열하게 미쳤다!! 누군가에게 말로써 설명하는 것이라면 손짓, 발짓,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하는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련만 문자의 한계인가 그저 와와~~!! 하는 소리밖에 낼 수가 없다. 책에 소개된 마니아들 대부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전부를 책을 위해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들이다. 책을 좋아해서 책을 읽다보니 하나씩 수집하게 된 경우가 많은데 초판본이나 고문 중에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거나 희귀본을 수집하는 분도 있고, 만화나 판타지에 빠져있는 이가 있을 만큼 연령층과 범위가 다양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책 선물만큼 어려운 것이 없나니 책의 범위는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만큼 넓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책마니아들의 삶이 마냥 부러운 것은 아니다. 그들이 걸어온 길은 내가 꿈꾸었던 삶의 범위를 벗어난 또 다른 차원의 삶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소유한 장서가 기본 수천권에서 5만권 까지인데 그 많은 책들을 소유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물질이 필요했을까 생각하니 말문이 막혔다. 바닥이 꺼질라 아파트는 엄두도 못내고(실제로 방구들이 꺼진 이도 있단다.) 책은 돌덩이라며 이삿짐센터에서도 홀대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장서가가 고인이 되신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중고 서점에 책이 나온다든지 평생 모든 귀한 책을 나라에 헌납하려고 해도 제대로 된 공간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는 호소에 너무나도 속이 상했다. 우리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출판강국이다. 하지만 우리의 독서 문화는 기술적이 면에 반의 반도 미치지 못한다. 일례로 군대에서 책을 읽는다고 하면 요즘 군대 참 많이 편해졌다면서 비웃을지 모르겠으나 미군의 경우 군도서관이 으리으리하다. 전쟁 중에는 지게에 지고라도 날랐을 정도라고 하니 독서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얼마나 확고한지 알만하다. 어떤 이는 책을 모셔만 두고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책은 펼치는 순간 지식이 되고 마음이 되고 감동이 될 뿐만 아니라 책 그 자체로도 가치있는 책이 얼마든지 있다. 오늘도 나에게 날아온 한 권의 책 때문에 이처럼 행복에 겨운 것도 책과 함께 누릴 수 있는 행복들 중 하나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