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결혼 10주년이다. 울 아들 쑥쑥 크는 것은 눈에 들어오는데 우리 부부 나이들어 가는 것은 왜 이리도 실감이 나질 않는 것인지. 벌써 10년째 부부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시간 개념을 상실한 것 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결혼 생활이라는 것이 이러이러하다, 라고 똑 부러지게 정의 내리기는 뭣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 두 가지는 있다. 결혼을 결심한 직후부터 정신없는 와중에 어찌어찌 식을 올리긴 했지만 두 번 할 것은 못된다는 것. 그리고 선배들의 조언처럼 연애와 결혼은 확실히 다르더라 하는 것이 그렇다. 사랑은 생각보다 유효기간이 짧다. 아직 사랑을 못해 본 이들이나 지금 한참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는 커플들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사실이 그렇다. 결혼은 데이트 비용을 아낄 수 있다든지 혹은 헤어지기 아쉬워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외에 짊어져야 할 책임감이 엄청나다는 것을 각오하고 시작해야 한다. 우선 연애할 때는 예쁘게 차려입고 나가서 헤어질 때까지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지만 결혼하면 어디 그런가. 아침마다 눈꼽도 보여줘야 하고 순식간에 환상이 깨진다. 그리고 두 사람만 좋으면 만사가 형통할 줄 알았는데 주말마다 양가 인사에 집안 행사 참석에 솔직히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감이 크다. 죽~ 적어 놓고 보니 결혼 생활이란 것이 참 힘들긴 하다. 그래도 말 나온 김에 쬐금 더 해볼까나. 21세기를 사는 요즘 과반수의 젊은 남성들이 배우자와의 맞벌이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결혼 후 여전히 가사 분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고 아이 키우면서도 육아에 대한 의견 차이로 다툰다. 사실 이런 문제는 결혼전에 미리 계약서 쓰고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부부가 된 후에 새롭게 부딪히는 일들이다보니 적절히 타협점을 찾는 수 밖에는 도리가 없는 것 같다.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 욕망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가 여자들의 불안과 초조를 부추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부정적인 감정을 남편의 몰이해와 결혼 생활의 탓으로 돌려버리고 만다. (p.45)" 결혼 생활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말로 표현은 못하겠는데 힘들다'는 것이다. 책에서의 표현처럼 남편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모르고, 아내들 조차도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당신도 고단할 테니 그냥 대충 차려." 라고 하는 말처럼 남편은 아내를 위해서 한 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대충' 이라는 말이 배려처럼 느껴지기 보다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편에게 울컥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병원에서 퇴원하는 아내에게 저녁은 어떻게 할거냐고 묻는 남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서 외식이나 배달을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아픈 사람 붙들고 저녁 타령이나 하는 것으로 들리는 것이다. 이처럼 결혼의 심리학이라는 것도 남녀간의 생각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드라마에서 남자 배우가 했던 말인데 생일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으니 챙기지 않아도 그 뿐이지만 결혼기념일은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더 의미있는 날이라고 하더라. 앞에서도 언급 했지만 다시 강조한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짧다. 그리고 결혼이란 사랑의 완성의 아니다. 평생을 함께 하기로 결심하고 식을 올리기 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처럼 결혼 생활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결혼을 '인생의 무덤'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새로운 시작' 인 것은 확실하다. "아내로서도 어머니로서도,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성공을 거두어야 여성으로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라는 고정된 사고 방식에서 깨어나고 자유로워져야 한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자신에게 행복한 지, 스스로 묻고 답을 찾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사회적인 기준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잣대를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p.214)" 이쯤되면 아마도 궁금할 것이다. 연애는 몰라도 막상 결혼하면 힘든 일들 뿐인 것 같은데 그래도 결혼을 해야하는 거냐고 묻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주장처럼 결혼은 선택이다. 솔로라고 해서 기죽을 필요도 없고 등떠밀려 결혼할 필요도 없다. 결혼에 회의적이라면 굳이 결혼을 해야만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고 나를 사랑하는 만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와 상대방'을 믿고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면 앞서 언급한 힘겨운 부분을 감수하면서도 결혼 생활을 지켜나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 큰 행복도 누릴 것이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