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를 리뷰해주세요.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 일상을 전복하는 33개의 철학 퍼즐
피터 케이브 지음, 김한영 옮김 / 마젤란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철학은 참 어렵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인류의 삶과 가치관을 학문이라는 틀에 맞추려는 것 자체가 쉬운 것이 아니다. 다른 학문은 그나마 연구대상이 눈에 보이거나 짐작이라도 가능하지만 철학은 말 그대로 '인간의 사고나 의식'을 연구하는 학문이기에 명확한 답을 구하기가 어렵다. 가령 수학에서는 "1+1"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2"라는 답이 존재하지만, 철학에서는 물 한 컵을 쏟아붓고 다시 한 컵을 더 쏟아 부으면 "0"가 된다고도 하고, 한 컵에 한 컵을 더하면 더 큰 한 컵 "1"이 된다는 식으로 답이 무수히 많아져 버린다. @@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만 해도 너무나 당연한 질문을 왜 하는가, 라고 생각하다가 이 책이 '철학적 사고'에 대해 말하려는 것임을 알고 머릿속이 복잡해 졌다. 따지고보면 지구상에서 인간 보다 더 다양한 먹거리를 가진 동물도 없다.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이 '특별한 동물'이 유독 같은 종족은 먹지 않는다. 하지만 원시 부족의 경우 분명히 식인 풍습이 존재했었고, 중국의 경우 인육을 넣은 만두 이야기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나라의 경우만 해도 효자가 병든 부모님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허벅지 살을 떼어 드시게 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저자는 철학적 사고를 할 때 만큼은 '예스' 혹은 '노' 라는 식의 대답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상황을 더 꼬아서 다시 질문한다. 만약 비행기 추락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굶어 죽을 상황이라면 먼저 죽은 사람들을 먹는 것이 도덕적으로 어떠한가 라고 말이다.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용납하게 될 것도 같다. 그러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만약 지구상에 아직도 식인 풍습을 유지하는 곳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단지 인육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는 의식의 일종이라면 과연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라고 묻는다. 뭔가 찝찝한 마음이 들면서도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서 철학이 힘들다는 것이다. ;;

 

저자가 제시하는 33개의 퍼즐은 모두 이런 식이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는데 과연 '지금'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는 것일까 라는 물음, 어느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할 때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그리고 '개미와 배짱이'라는 이솝우화의 경우 개미는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를 지배하는 것으로 보았고 배짱이의 삶도 가치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면에서는 기발하면서도 참 난감한, 정말이지 '일상을 전복한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어린이들 대상으로 출간된 '철학동화'의 부록에 보면 '심청이가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것이 과연 효도라고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라든지 '토끼가 잠든 틈을 이용해서 경주에 이긴 거북이가 과연 옳은가?' 라는 내용으로 토론을 유도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요즘 아이들 배우고 익히는 것이 참 심오하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우리의 삶은 순간순간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고, 다양한 사고와 주장이 어우려져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간다. 앞서 언급한대로 철학적 질문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보다 넓은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포용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철학적 사고의 기본 자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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