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을 리뷰해주세요.
운명의 날 - 유럽의 근대화를 꽃피운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니콜라스 시라디 지음, 강경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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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밤새 비가 그렇게 많이 내렸다고 하는데 창문 꼭꼭 닫아놓고 초저녁부터 책읽다가 잠이 들어버려서 인지 간밤에 비가 오는줄도 몰랐다. 정말이지 천하태평이다. 그런데 출근과 함께 며칠동안 중국과 대만에 피해를 준 태풍 '모리꽃'과 어제 일본을 강타했다는 지진 이야기가 나오자 은근히 걱정이 된다. 일본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있어 예전부터 지진이 많은 나라였다지만 몇년전부터 중국에 크고 작은 재해가 끊이질 않아 그 중간에 위치한 우리 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여름 '해운대'라는 한국형 재난 영화가 주목받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운명의 날> 이 책은 1775년 11월 1일 리스본에서 일어난 대지진에 관한 내용이다. 운명의 그 날은 모든 성인의 축일이라는 만성절 아침이었고 재난의 어떤 징조도 보이지 않을 만큼 화창한 날씨였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성당에서 축일을 기념하는 오전 미사를 드리다가 재앙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지진은 리스본 내의 거의 모든 건물들을 붕괴시키면서 최소 2만 5천명에서 최대 10만명의 사상사를 발생시켰다. 뒤이어 몰아닥친 쓰나미는 불타고 있던 건물 잔해와 생존자들 마저 쓸어가버렸고 이로써 리스본은 복구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초토화 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포르투갈을 다스리던 주제 1세는 대재앙 앞에 망연자실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 때 신의 전령사처럼 나타난 이가 바로 카르발류(폼발 후작)였다. 카류발류는 주제 1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리스본 재건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아 임무에 착수하게 된다. 문제는 교황청을 비롯한 종교인들이었다. 그들은 재앙을 하느님의 심판으로 보았고 리스본 재건을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으로 보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회개하거나 리스본을 떠나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카르발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의지를 현실화 시켰다.   
 

 당시 포르투갈은 식민지로부터 거두어 들이는 세금과 노예무역 특히 브라질의 금을 바탕으로 막대한 부를 축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같은 풍요로움은 왕실과 성직자, 귀족들만의 것이었다. 서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었고 기본적인 교육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했다. 카르발류는 지방 유지 출신으로 일찌기 계몽주의에 눈을 뜬 인물이었다. 그는 강력한 철권통치를 바탕으로 성직자, 귀족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으면서 고질적인 부정 부패를 근절시켰다. 그리고 리스본 대지진이 신의 진노함이 아니라 자연현상임을 인식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개혁을 주도해 나갔다.   
 

 오늘날 카르발류에 대한 평가는 많은 부분 엇갈리는 부분도 있다고 한다. 혹자는 그가 권력 남용을 일삼았고 비민주적이었으며 정적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잔인한 정치가였다고 주장한다.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권정치'가 불가피했고, 그가 자신을 위해서는 부를 축적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역사가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있다. 카르발류가 아니었다면 '운명의 날' 이후 리스본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재건된 리스본은 그 후 오랫동안 '유럽 근대화'의 모델이 되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리스본 대지진은 포르투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유럽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리스본에서 일어난 엄청난 사건은 인접 유럽국가는 물론 전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괴테나 볼테르를 비롯한 수많은 사상가, 철학자들이 '신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을 외침으로써 계몽주의에 힘을 실어주고 근대화를 가속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나약하기만 한 인간들, 자연재해는 과연 인간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 것일까. '운명을 날'을 통해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덧붙임... 올해는 어찌된 영문인지 열대야다운 열대야 한 번 없이 여름이 지나가려나 보다. 모처럼 휴가내어 여행을 간 지인들의 말이 산 아래 위치한 팬션의 경우 너무 추워서 보일러를 돌려야 될 정도이고, 계곡물은 차가워서 발만 겨우 담글 정도라고 전한다. 지금이 8월 중순이니 오늘 당장 휴가를 가더라도 물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포기해야 할 듯 싶다. 도대체 지구의 기후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인지. 예년 같지 않은 기후탓에 괜시리 긴장감이 더해진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우리 나라도 결코 재난에 있어서 안전지대는 아니다.
과연 우리의 재난 대책은 어느 수준일까? 우리에겐 카르발류와 같은 지도자가 있는가? 갑자기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 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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