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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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윤용인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아무리 이해할려고 노력해도 안되는 남편의 미스테리한 행동 몇가지가 있다. 요즘 시절이 얼마나 수상한데 하며 밤길 혼자 다니면 안된다고 난리치는 사람이 모임에만 가면 오밤중에 전화해서 나오라고 한다. 그리고는 고기집에서 술먹었다는 사람이 집에만 오면 밥 달라, 라면 끓여달라 저녁 내내 굶은 사람처럼 먹을 것을 찾는다.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몇날 며칠을 졸라서라도 꼭 가져야만 하고, 어떤 일을 하든지 '적당히' 라는 단어를 모른다. 가장 열받는 것은 툭 터놓고 이야기좀 할려고 하면 사람 말을 꼬아서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는 밖으로 뛰쳐나가 버린다. 들어오라고 전화하면, 나갈 때 붙잡지 않았다고 쌩 난리~ ;;
"겹핍이지 뭐... ^^" 그렇게 말하고는 씩 웃는다. 어느날인가 단둘이 호프집에서 맥주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었는데 '도저히 이해못할 행동'에 대해 이유를 물었었다. 자식 사랑이 극진하셨던 시부모님 덕분에 자신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도 없을 거라 말하면서도 어머님이 일을 하셨기 때문에 늘 외로웠고 뭔가가 부족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 한때는 숨 돌릴 결흘도 없이 지나가 버렸고, 중년에 접어드니 이런저런 압박감으로 다시금 공허감이 느껴지나 보다. 문제는 그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단 한사람 '나'라는 사실. 허헛~ ^^ 사춘기 아들 키운다는 생각으로 마인드 컨트롤 하라는 조언이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닌 것이다.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책 읽으면서 내내 '희한하다' 라는 생각을 했다. 남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면...;; 아마도 중년이라는 공통점이 그 이유가 아닐까 추측하면서도 하여튼 내 남자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잘 설명하고 있어서 놀랐다. 저자가 서두에서 밝히기를 지금까지 남자의 심리를 다룬 책들을 살펴보면 외계인이나 외국인을 등장시킨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에서는 자신과 주변인물들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심리학 관련 책을 읽는다는 생각보다 그냥 '대한민국에서 중년 남자로 산다는 것' 정도에 해당되는 에세이 처럼 느껴진다.
내용중에 명함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거나 누군가를 처음 소개받는 경우가 생기면 명함을 주고 받는 것이 예의처럼 되어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을 겪어 보기도 전에 명함 한장으로 결정나버리는 사회, 그 작은 종이 한장을 위해 오늘도 전쟁터 같은 사회로 발을 내딛는다. 그 외에도 가장이기에 감수해야하는 삶의 무게와 외로움, 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형'과 '아우'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여자 보다 더 소심하다가도 때론 질투의 화신이 되는 남자들의 이야기에 줄곧 공감하면서 읽었다.
"내가 발견했던 중년의 품격은 이런 것들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진 노인을 가장 먼저 부축하던 초로의 신사, 약소 모임 장소에 먼저 나와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던 머리 희끗한 나의 일 년 후배,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큰 파티 모임에서 호스트 역할을 완벽히 해내던 어느 선배의 세련된 여유에서 나는 중년의 품격을 봤다. (p.288)"
남자에게 중년이라는 나이는 그런 것 같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사회적으로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함부로 했다가는 낙오자 취급받기 쉽고, 침 튀기며 정치인들 욕하다가도 가족을 위해서는 비굴함도 감수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결과로 판단되는 삶을 산다. 하지만 저자는 중년의 남자에게 빠져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것이 '품격' 이라고 말한다. 넓은 아파트에 살면서 멋진 차를 굴리는 것도 좋지만 삶에 있어서의 포커스라고 해야하나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된 것이 있다면 적어도 내 남편은 보통의 범주에 드는 평범한 남자라는 사실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근데 좀 억울하다. 나도 힘든데... 궁시렁 궁시렁~ 이 참에 책 한 권 내버려? 제목은 '심리학 여자를 말하다' ㅎㅎ 이렇게 말하면서 웃고는 있지만 내 남자에 대한 솟구치는 측은지심을 주체할 길이 없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