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의 귀환>을 리뷰해주세요
어린왕자의 귀환 -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
김태권 지음, 우석훈 / 돌베개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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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흔한 것이 장미라지만 '그 장미'는 오직 하나 뿐임을... "길들여 진다는 것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것." 이 말 한마디가 보석이 되어 내 심장에 박히는 순간 어린왕자와의 인연은 질기게도 이어져 왔다. 읽지도 못할 책을 욕심내어 쌓아가면서 때론 버거움을 느낄 만큼 활자를 읽으면서도 누군가 내게 '단 한 권의 책'을 말해달라고 하면 주저없이 <어린왕자>가 튀어 나온다. 왜 그럴까? 남녀노소 불문하고 세월의 흐름에도 변치않는... 어린왕자는 그렇게 만인의 왕자님이다. 

 
그런데 너무했다. 개그 프로에 어머님들 환상, 연인들의 환상을 깨주겠다던 코너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정말 이 책은 잔혹동화이자 철저히 깨지게 만드는 내용이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그림 있지? 모자 처럼 생긴 것. 그게 사실은 말야~ 그래그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고 말할 줄 알았어. 근데 그거 알아? 보아뱀이 삼킨 것은 '돈다발'이야!!" 라고 말이다. 
 

작은 별에 살고 있던 남수와 주영은 은하철도를 타고 여행하는 나그네의 말만 듣고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을 바꾸기로 한다. 이름하여 '신자유주의', 누구나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데 누가 혹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노동량은 많아지고 급여는 오르지 않고, 고용 안정도 보장되지 않는 계약직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별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까지 내몰린 두 사람은 나그네를 찾아 이유를 설명듣기로 한다. 

 
 저자는 말한다.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그렇게 사람 뒤통수 치는 것이라고, 이론적으로는 근사하지만 성공적으로 입증된 적이 없는 가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들어 소금과 우산 모두를 생산하던 두 별이 자유무역을 하기로 하면서 한 쪽은 소금만, 또 한 별은 우산만 집중적으로 만들어 필요한 만큼 교환하기도 했다고 가정하자. 얼핏보면 생산력이 향상되고 보다 합리적인 무역이 이루어질 것 같지만 만약 한 쪽에 자연재해나 파업과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그로인한 경제적 타격이 다른 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두 별이 아니라 여러 별인 경우에는 우주적인 경제 불황이 닥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예는 책에 언급된 내용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남수와 주영이 여행을 하면서 방문한 별들은 이미 나그네가 퍼뜨린 신자유주의의 물결로 황폐화 되어 있었다. 저자는 남수와 주영이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자유무역의 허와 실, 경영자와 노동자, FTA 문제, 비정규직, 공기업의 민영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진단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책에 수록된 만화들이 1999년부터 10여년간 여러 곳(주로 대학의 교지)에 연재된 내용이라는 사실이다. 일이 이렇게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도대체 무얼하고 있었는지. --;; 

 
 어려서부터 그렇게 배우고 자랐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모든 국민은 평등하며 누구나 노력하면 기회가 주어지고 성공할 수 있다고 말이다. 오늘날 그 말을 믿는 젊은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부터 학원으로 내돌리며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상황을 이겨내고 대학 졸업장에 각종 자격증까지 갖추어 사회에 나오면, 기다리는 것은 '실업', '비정규직' 이라는 차가운 현실이 아닌가.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하거나 방관한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없다. 그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린왕자의 귀환> 만화라고 우습게 볼 것이 아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경제, 사회문제를 만화로 읽으니 생활 속의 일부분처럼 쉽게 이해가 된다. 각 장의 끝부분에 우석훈님의 해제를 통해 보다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룬 점도 좋았다. 결과적으로 피부에 직접 와닿으니 서글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피튀기는 장면 하나 없는데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선진국에 의해 주도된 '신자유주의'라는 것은 우리가 그들의 말한 믿고 덥썩 받아들이기에는 아직도 수정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어디로 가야하는지 조금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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