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를 리뷰해주세요.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
권진.이화정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모두는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스스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연히 자기 자신이다. 하지만 얼굴이나 옷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 더러움이 묻었다면 거울을 보지 않고는 알수가 없으며,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습관이나 말투 등도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으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범위를 확장시켜 도시와 나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수다 라는 프로가 잡음도 많지만 긍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외국인들에게 보여지는 한국이 어떤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항상 보기에 좋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첫인상이 아름답다, 친절하다, 음식이 맵지만 맛있다 등의 비슷비슷한 표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들이 한국에 오기로 결심하기 전까지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너무나도 아는 것이 없었으며 주변에서도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는 말에 당황했다. 많은 외국인들이 중국이나 일본을 연상함으로써 한국을 이해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어쨌거나 방문하는 사람이 누구든지 좋은 기억으로 간직되는 한국이 되기를, 누구에게나 다시 찾고 싶은 도시 서울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한국인 보다 더 서울에 대해 잘 안다는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본다.     

 
한국에서 시를 쓰면서 영어 강사를 하고 있다는 로버트 프리먼과의 인터뷰중에 "여기 사람들이 외국회사나 자본이 들어와 정체성에 위협을 느낀다는 말을 할 때마다, 난 이런 식의 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의 위협은 왜 느끼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p.13)" 라는 말이 있는데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어서 그런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외국으로 유학 보내는 현실을 생각할 때, 힘들더라도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고쳐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한국의 학생들은 학원시스템에 치여 꿈꿀 시간조차 없어 보인다는 그의 지적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중에는 지나치게 폭력적인 것들도 있다며 한국의 아이들을 걱정하는 모습에서 천상 선생님이구나 싶었다. 
 

 TV프로 서프라이즈에 출연했던 젠 아이비는 제법 얼굴이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군인 신분이었고, 광주 민주화운동 직후라서 환영받지 못했던 분위기 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만난 한국인들에 대한 기억만큼은 긍정적이었다. 그것이 그를 다시 한국으로 오게 만들었다고.  "희생과 성공, 지난 20세기 한국은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산업의 엔진으로 성장했다. 요즘 한국의 GDP는 세계14위다. 실로 대단한 결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분명 무언가를 잃어 버렸다. (p.104)" 오랫동안 한국을 알아 왔던 만큼 변화된 모습에 아쉬움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느끼는 '상실감'을 공감하는 외국인이라니 그는 정情'을 아는 사람이다. 
 

얼 잭슨 주니어는 미국이면서 동아시아 영화를 연구하는 학자다. 그는 한국인보다 한국 영화에 대해 더 많이 안다. <맨발의 청춘> <오발탄> <강원도의 힘>등과 같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때는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미국인인 그가 한국영화를 지키위한 방법으로 주저없이 제시한 것 중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이 '스크린 쿼터 사수'이다. 광우병만큼이나 문화적인 것들도 중요하다는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독일인 마크 시그문드는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면서 한국의 전통 혼례 방식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많은 한국인들이 서양식을 추구하면서 전통을 이어가지 않으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한다.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 이 책에는 다섯 나라, 일곱 명의 외국인이 말하는 한국과 한국인, 특히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이들이 말하는 한국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대신 각자가 대중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전문직이란 점이 대화 내용에 무게를 실어 주고 있다. 인터뷰 형식을 그대로 옮겨놓아 잡지의 한 코너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살짝 들었는데 일반적으로 외국인에게 거주하고 있는 나라에 대한 질문을 하면 아무래도 가식적인 내용이 섞인 칭찬만 늘어놓을 수도 있을텐데 이 책에서는 진심으로 한국을 이해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 서울이 자신 만의 색깔을 버리고 외국의 것만 따라가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이야기 한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은 외국의 것을 모방한 관광지보다는 서울에만 있는 곳, 서울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어 한다. 다시말해 서울만의 특징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사동이나 이태원도 좋지만 강남보다는 강북을 선호하고 옛종로와 노량진 같은 재례시장이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외국인들이 가장 매력을 느끼는 서울의 모습은 가장 한국적인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