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를 리뷰해주세요.
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초여름 날씨, 교실엔 선풍기 두어대가 전부였지만 창문을 열 수가 없었다. 버스로 대여섯 코스나 떨어진 대학교에서 시위를 하나본데 바람을 타고 여기까지 날아온다. 창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 온 최루탄 냄새에 여기저기에서 기침 소리가 터져 나오고 짜증섞인 한 숨 소리도 간간이 들린다. 며칠전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대문을 들어서던 큰 언니 얼굴이 떠올랐다. 오늘도 시위대 속에 있을거라 생각하니 걱정스러움에 마음이 울컥했다. 엄마, 아부지는 우리들 공부시키느라 힘들게 일하시는데 너무 한다 싶은 생각도 들었고, 나라도 효녀딸이 되어드려야지 다짐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날이 바로 20여년전 '그 날' 이었나 보다. 
 
 
<100도씨> 이 책은 인터넷 6월항쟁 기념관에 올려진 '만화로 보는 6월 민주항쟁'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미 볼 사람은 다 보았고, 아는 사람은 다 안다지만 근래의 시국을 반영하듯 활자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인 최규석님이 그날의 일들을 '규모가 큰 데모' 정도로 생각하였다가 우리 '민주화 역사에 정점'이 된 사건이라고 새롭게 인식한 것 처럼 나 자신도 민주화 운동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어 많은 부분을 인터넷에 의지하였다. 


 
 간선제로 선출된 전두환 정권은 당시 군부독재의 비민주성을 비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태우 정권에 권력을 넘기려는 계획을 진행한다.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전두환 정권의 호헌선언(직선제를 위해서는 개헌이 불가피한데 이런저런 이유로 개헌이 힘드므로 기존의 헌법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선언함.), 이한열 열사 사망 등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의 꽃은 꺽이지 않았다. 이처럼 '100도씨'에는 우리 민주화 역사에서 가장 가슴 아픈 기록들과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함께 담고 있다. 
 

반공소년 영호는 부모님의 자랑이다. 공부도 1등, 웅변도 1등... TV 속에서 데모하는 대학생들을 볼 때마다 나쁜 사상에 빠진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리라 결심하면서 자랐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서 마주친 세상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 너무나도 달랐다. 자신을 믿고 계신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을 뒤로하고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영호는 감옥에 갇히게 되고, 아들을 빨갱이로 키웠다며 스스로를 자책하던 어머니는 그 옛날 보도연맹에 끌려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가족과 빨갱이라 멸시받으며 자랐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아들을 위해 구명운동에 나선다.        


어린 시절 영호의 모습은 내 모습과도 많이 닮았다. 국민들 세금으로 깔아 놓은 보도 블럭을 깨뜨리질 않나. 세금으로 지은 관공서에 화염병을 던지질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목숨 내놓고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면서 왜 세계에 유래없는 북한의 사상을 옹호하고 따르려는 것인지도 이해할 수 없었고, 국내 정권의 비민주화와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침튀며 욕하는데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을 않는 것인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는 경축이라던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세습'에는 왜 입다물고 있는건지. 부분적으로 일치되지 않는 행동이 위선자처럼 보일때가 많다.  

 
해답은 바로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이다. 책에도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간의 논쟁이 잠시 나오는데 민주화에 있어서도 '범국민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령 고 노 전 대통령의 탄핵 때와 한미 FTA와 관련한 집회 처럼 전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비폭력이면서도 강력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촛불'이야말로 '6월 민주항쟁'을 제대로 계승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민주화 운동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말한다. 그 날, 6월 항쟁의 결과로 받은 것은 '소중한 백지 한장'이라고 말이다. 무엇을 채울지는 우리 각자의 몫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채워가야 하는 것이다.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 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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