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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요조.임경선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평점 :
절친인 작가 임경선과 가수 요조의 교환일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자인 두 사람이 자신들의 삶에서 중요한 키워드인 몇가지 주제들에 관한 각자의 생각을 편지 형식으로 주고받은 책이다.
여자이면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직업을 가진 프리랜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그녀들은,
주제에 따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주고 받으며, 심각한 토론과 가벼운 논쟁, 깊이 있는 공감과 부드러운 반발을 오가며 다른듯 비슷하고 같으면서 조금은 다른 위치에 서있는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풀어놓는다.
임경선의 글은 자타공인 다작 하는 작가답게 노련하고 직설적이며, 은유와 서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문체로 자신의 확고한 가치관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반면에 요조는 음정과 운율, 가사를 통해 노래하는 가수답게 임경선에 비해 서정적이면서 생활적인 감성이 드러나는 글로 그의 성향을 짐작하게 한다.
많은 지점에서 공통점을 가진 두사람은(그렇기에 하루에도 여러번 연락을 주고받는 절친이 되었으리라) 이처럼 글만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조금씩 다른 목소리로, 여자로서 프리랜서 예술가로서 강연자로서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있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때론 과감하게 내보이며 독자들에게도 한번쯤 그 주제에 대해 함께 생각 해보고싶게 만든다.
굳이 꼽자면 나는 임경선보다는 요조의 성향과 더 비슷한 사람인 것 같다.
소극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며, 소심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영향도 상처도 많이 받는 타입.
반면 이 책 속 글에서 느껴지는 임경선의 성격은 좀 더 직설적이고 좋고 싫음이 명확하며, 순간의 감정에 솔직한 자기 확신형 스타일..?
(돈이 제 1조건이라는 솔직함이 너무 시원했고,
업무 청탁 메일에서 양아치를 선별하는 구분 팁은
정말이지 백배 공감의 핵사이다였다!)
어쩌면 서로 완전히 다른 위치에 놓여있는 듯한 이 ‘다름‘이 그녀들이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게 만들어 절친이 되도록 이끈 게 아닐까?
누가 봐도 다르지만 두사람이 주고 받은 글들을 읽다보면, 서로의 차이를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그 ‘다름‘에 깊이 공감하고
깨닫고 배우며 조금씩 비슷해져가고 있는 두 사람이 보인다.
여자로 사는 삶과 프리랜서로서의 장단점,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도 지옥으로도 만드는 연애, 누구도 대놓고 얘기하진 않지만 너무나 중요한 섹스에 관한 솔직하다 못해 거침없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 주눅 들고 눈치 보느라 꺼내지 못했던 우리 마음속 응어리들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녀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생각으로 살아온 나도 좀 더 큰 목소리로 나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볼까 하는 욕심이 생긴다.
특히 내가 공감했던 부분은 나이가 든다는 것, 신체의 노화에 관한 이야기.
나이에 대해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지,
나이에 대한 자각이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의무와 부담을 갖게 하는지 나 역시 자각하지 못한 채
스스로 일정 부분 나를 정형화 해버렸음을 깨달았고, 단지 숫자일 뿐인 나이 때문에 아직 내게 열려있는 수많은 가능성과 새로운 기회의 문들을 적어도 내 손으로 닫아버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됐다.
그리고, 읽는 것만으로 너무나 공감이 되어 가슴 아팠던 이야기는 죽음에 대한 다르면서 같은 두 사람의 생각 부분이었다.
여러 차례 암의 재발을 겪으며 미래 계획은 세우지
않고 매년 정기검진을 기점으로 년간 계획만 세운다는 임경선의 해탈 모드도,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어느날 갑자기 소멸될 수 있는 존재라는 인간에 대한 자각으로 늘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둔 채 산다는 요조의 이야기도 너무 이해가 되었기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신 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나 역시 그 엄청난 상실의 아픔을 언제든 다시 겪게 될 수 있다는 불행한 짐작을 늘 마음 한켠에 둔 채 살고 있으며, 엄마를 제외한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싫어 눈앞의 근미래만 염두에 둔 채 사는 중이기 때문에.
상실의 아픔을 염두에 둔 채 사는것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지를, 티없이 완벽한 무결점의 행복을 누리는 세계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음을 자각하는 삶의 쓸쓸함을 너무나 잘 알기에, 담담하게 고백하는 그녀들의 마음이 더 아프게 느껴졌고, 조용히 따뜻하게 꼭 안아주고 싶었다.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지라도 시간과 함께 조금씩 더 무디어지고 옅어지기를, 그래서 조금씩 더 많이 웃게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 해주고싶다.
제목은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지만,
그녀들이 나눈 이야기들은 여자만이 아니라 어떤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독립적인 한 사람으로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길을 걸어가는 모든 개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할 것인가?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할 것인가?‘
그녀들에게도 쉽지않은 질문이었던 ‘연애의 기억‘ 속
이 문장이 어쩌면 연애뿐 아니라 결국 우리 삶에서
스스로 가장 많이 하게되는 질문이 아닐까?
살면서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에는 예외 없이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함께 따라온다.
어디에 방점을 찍고 어떤 것을 플러스라고 생각하는 지가 결국 나를 드러내주는 나의 가치관일 것이다.
수많은 편지와 여러 질문을 주고 받았지만 아직도 삶의 많은 길목에서 답을 찾고있을 임경선과 요조를
응원하며, 나도 나다운 나만의 답을 좀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그러려면 그녀들처럼 교환일기를 주고 받으며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를 한명쯤 찾아야할까?
매일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도 아쉬울만큼 좋은 친구를 만난 두 사람이 어떤 것보다 가장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