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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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순간 소중한 이를 지키고 떠난 지극한 사랑,
본능적으로 타인을 구하고 불구가 된 영웅적인 의인,
죽은 친구의 가족들에게 변함 없는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는 선함,
기적과 희망과 그러므로 살만한 세상에 대한 믿음..
떠올리면 마음 따뜻해지는 그런 것들의 보이지 않는 이면에 얼마나 처절한 인내와 분노와 무책임, 무지와 고통이 가득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

매순간 내가 원한 적 없었던 헌신과 희생으로 얻어진 삶의 가치를 증명하며 살아야 한다면, 그 시간들은
얼마나 버겁고 끔찍할까..
동전에 앞뒷면이 있듯 우리가 쉽게 판단하고 믿는 이야기들 속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수많은 고통과 아픔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누군가의 어깨에 그가 원치않는 희망이니 기대니 하는 짐을 함부로 올려놓는 것은 선의도 관심도 아닌 또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작가의 깊은 시선이 놀랍다.
섣부르게 응원을 가장한 부담을 주지 말것,
타인의 기적과 희망을 쉽게 단정하지 말것,
누군가의 삶의 가치를 함부로 매기지 말것.
그저 변치않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켜봐주는 것만 하자고 다짐하게 만들어준 소설의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이 진심으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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