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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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한편으론 낯설고, 독특하면서도 어떤 면에선 지겹고, 한없이 사랑스럽다가도 지긋지긋 해지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어떤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그들을 때론 이해하고 가끔은 오해와 동정과 멸시와 안타까움의 감정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이 단편집 안에 담겨있다.
고백도 못한 채 소심하게 바라만 보던 사람의 시선이 나 아닌 누군가를 향하고 있음을 직감하면서도 끝내 모른척 하며 아니라고 믿고픈 마음도,
사업이 망한 뒤로 자신도 모르게 아내와 장인의 눈치를 보며 자발적으로 예전보다 더 많이 참고 고분고분해지는 스스로의 모습에 회의를 느끼던 중
우연히 만난 당돌하고 적극적인 여자와 묘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남자의 불안함도,
남자같은 외모의 여사장이 연하의 알바생을 짝사랑하게 된 것을 눈치 챘다는 이유 만으로 그녀의
호의를 받으며 사랑의 카운셀러 역할을 하게 된 때부터 순간순간 달라지는 복잡한 심리도,
어쩐지 가까이 가기 힘든 시누이가 결혼 전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과 다시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 남자와 마주친 뒤 그제서야 시누이를 이해 할 수
있을것 같다고 느끼게 된 묘한 마음도,
단지 집안의 돈줄 정도로 여기며 어려워하던 숙부와의 일본 여행에서 그의 고통스런 과거와 오랜 불면등을 알게된 후 깨닫게 된 이해의 마음도..
이 책 곳곳에서 그들이 부딪혀가며 겪는 다채로운 감정들은 모두 우리가 살면서 주변 사람들로 인해 한번쯤 혹은 자주 느꼈던 마음들이다.
대체로 찌질하고 부끄러우며 남들에겐 감추고싶은
순간들이지만,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마음들.
그런 마음들은 오해와 이해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도 하고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 책 속에선 결국 나와 다른 타인에게 공감하며 그 다름을 받아들이는 이해의 순간으로 그들을 이끈다.
짝사랑 하는 내가 아닌 친구 국희를 바라보는 선배,
돈은 많이 벌었지만 평생의 외로움과 과거의 상처로 늘 불행했던 숙부,
딸에게 팔 수 없는 과일 뭉치를 몰래 들려 보내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프면서도 생존을 위한 억척스러움을 택할 수밖에 없는 엄마,
낯설고도 뜨거운 감정으로 서로를 사랑했지만 사소한 감정으로 멀어졌던 사춘기의 한 시절과 그때의 마음을 그리워하는 친구..
그들은 모두 그 시간이 지난 뒤에야 다가온 새삼스런 깨달음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 된다.
나 아닌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인 동시에
숨쉬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해 누구에게나 있는 어떤 마음들로 인해
멀어지고 대립하고 때론 혐오도 느끼게 되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그래서 결국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도 어찌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저자는 이 책
속의 단편들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읽고나면 나도 모르게 ‘그래, 사람이 다 그렇지‘라는,
약간 자조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안심되는 혼잣말을
하게 되는 책.

보통 단편집들 속의 여러 작품들은 편차가 많이 나기도 하고 완성도 면에서도 부족한 작품들도 함께
묶여있는데, 이 책 속의 작품들은 모두 비슷한 필력과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전 작품들도 이번 책도 괜찮았으니 다음 작품은
당연히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릴만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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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7-19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금희는 제 최애 작가 줃 하나입니다. 이 책도 좋고 다음 소설집(또는 장편)도 기대중이에요.

바다그리기 2020-07-19 11:30   좋아요 1 | URL
님 글을 읽고 짐작했어요. 저의 선호 작가 목록에도 올라 있답니다 비슷한 취향이 괜히 반갑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