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
김미조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독서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 재미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재미 없는 책을
무조건 싫어하진 않는다.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재미는 좀 부족해도 다 읽고나면 저자가 하려던 이야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책도 있고,
읽기 힘들었던 책의 어떤 구절이나 내용이 계속 다시 떠오르면서 생각의 단상들을 던져주기도 하고,
어떤 책들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순간 뿌듯함이나 가슴 벅찬 감동, 혹은 어떤 깨달음으로 힘겨운 독서의 시간들을 행운이라 느끼게 해주기도 하니까.

그런데, 솔직히 이 책은 독서 감상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 지 모르겠다.
스토리나 전개방식에서 느껴지는 개인적 감상 차원의 재미와는 별개로, 대개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무슨 얘기를 하고싶었던 건지 알 수 있는데,
이 책은 저자가 무슨 의도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자신이 죽은 존재가 되었음을 알게된 주인공이 ‘미처리 시신들의 뒤치닥꺼리‘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미발견 시신이 된 세명의 뒤치닥꺼리를 하는 와중에 자신이 죽은 이유를 알게 된다..
소설의 줄거리는 요약 하자면 이런 이야기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하는 느낌이 드는 초반부만 잘 넘기면 글은 쉽고 간략해서 잘 읽히는 편이고 내용에 대한 이해도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소설에서 우리가 흔히 기대하게 되는 뛰어난 묘사력이나 공감, 감탄을 자아내는 어떤 것이 느껴지질 않는다.
그래서인지 다 읽고나면 그래서 뭐? 라는 질문이 머리 속에 떠오르며 허탈한 기분마저 든다.

저자가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인가보다, 라는 짐작은 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취향과는
거리가 있기에 미안하지만 소설가로서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진 않는다.
내가 쓰고싶은 글과 대중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글이 일치하지 않을때 작가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나서 하게 되는 건 이런 생각이다.
좋아하는 장르나 작가에 치우친 편협한 독서를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집었다가 역시 나는 어쩔수 없구나
하는 자각을 다시 하게 만든 책.
다음 작품에선 좀 더 독자들의 공감과 호응을 많이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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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티마 2021-01-0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고싶었던 얘기를 대신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바다그리기 2021-01-04 14:00   좋아요 0 | URL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디오티마님 글을 읽고 다시 보니 작가분이 힘들게 쓰신 글을 너무나 쉽게 평가한 건 아니었나 하는 자각에 반성도 하게 되네요.
부족한 감상을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감사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