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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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쯤이었나... 제대를 하고 첫 작품(?)이라는 고수와 이미지로는 유키호와 어울리는 손예진이 나오는 영화로 제작되어 관심을 가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미 일본에서 제작된 드라마를 다 봐버렸기 때문에, 이야기가 가진 암울함을 알고 있어서라도 영화는 보지 않았다. 그 암울함을 이겨낼 용기도 없었다. 내용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원작 소설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에 읽기 시작한 원작은.... 그 때 본 드라마와는 또다른 면을 갖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드라마로도 그 상황의 암울함이나 어둠의 편에서 살 수 밖에 없는 료지와 빛의 세계에 있지만 행복하지 않은 유키호의 모습이 충분히 잘 살아났다고 생각했는데, 소설은 좀 더 어둠의 편인 료지의 입장이랄까... 그가 가진 어둠이 참으로 깊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 강했다. 좀 더 건실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범죄자의 풍모가 느껴진다.

3권 중 1권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인물들을 이야기 속에 배치하고 어린 아이였던 주인공들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는, 그들의 성장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어, 사건의 감춰진 면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도 속도감 있게 읽히고, 인물들이 하나하나 등장할 때마다 주의깊게 쳐다볼 수 밖에 없다. 유키호와 료지와 무슨 관계가 될까... 하는 마음에.

다음 2권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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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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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좋아하세요? ’

어느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예전같았으면 ‘ 아니요, 볼 줄도 모르는데요..... ’하며 말을 잇지 못했을 것 같다. 엄청 당황하며 얼굴이 시뻘개졌을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지금이라면 활짝 웃으며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네,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요. 누구의 그림인지... 어떤 배경이 있는지 잘 모를수도 있지만, 그래도 보는 걸 좋아합니다. 자주 보려고 하고요. ’

그렇게 생각이 바뀐데에는 재작년 스페인 여행이 한 몫 한다.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내가 꼭 이야기 하는 것이 바로 마드리드 여행시 프라도 미술관에 방문했던 경험이다.

내가 그림에 더 가까이 다가설 용기를 주기도 했고, 꼭 많이 알지 않더라도 그림을 보는데 전혀 문제가 될게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림이란...... 느낌이다. 그림을 처음 봤을 때, 그림과 내가 서로 주고 받는 교감이 중요하다.

그림의 배경이라던지, 그림의 가격, 뭐 그런 것은 이차적인 문제이다.

다른 사람의 평가 역시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고,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 그런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내가 발견한, 그림보는 법은 이런 식이다.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를 읽고 나서 음... 뭐랄까, 그림에 대한 나의 생각에 왠지 자심감이 붙는 기분이었다. 저자 역시, 그림을 전공한 미술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그림에 접근하는 방식이 전문적이고 해설적이기 보다 좀더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느낌이 물씬 들었기 때문이다.

친구랑 같이 미술관에 간 기분이랄까.

이 그림을 봤을 때, 이런 기억이 떠올랐어.

이 그림은 이런 의미가 있는 것 같아......

한없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같은 그림을 보고도 이렇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문득, 그림이 제목 하나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해석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림은 제목 붙이기 나름이고 제목은 화가가 보여주고자한 세계의 단초니까. 그래서 난 <무제>라는 팻말이 붙은 그림은 불친절하고 무책임한 것 같아서 싫어. 만약 이 그림의 제목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쯤이었다면, 같은 그림이어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됐을 거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제목 아래에서 여자의 눈물은 ‘비극’이지만, <말다툼>이라는 제목 아래에서는 ‘소동’일 뿐이잖아. (p37-38)

프레더릭 핸드릭 캐머러의 <말다툼>이라는 그림을 보고 그녀가 적은 느낌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제목 하나에 따라 그림이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듯이, 그림 보는 방법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고도 사람마다 그 느낌이 다 다르듯, 그림 또한 보는 시각에 따라, 개인이 살아온 환경에 따라, 그리고 그림에 붙은 제목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부담없이 그림을 즐겨도 되는 것 아닐까.

제목처럼 그림을 보고, 그녀의 해석을 읽고나니 좀 더 쉽게 그림에 접근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듯 하고, 더 나아가 정말로 행복해 지는 기분도 느낄 수 있어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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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소년 - 상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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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소년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22권까지 나온 ‘20세기 소년’을 읽어야 한다.

아주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생각했던, 지구 멸망에 관한 이야기가 성인이 된 후 진짜로 펼쳐진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좀 더 나은 미래,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계획이 아닌, 그저 장난으로 이야기한 국회 의사당이 폭발하고, 고칠 수 없는 바이러스가 만연한 지구, 그렇게 시작하여 결국 인류 모든 사람들이 사라지게 되는 지구 멸망에 대한 시나리오를 진짜로 만들어 버린 ‘친구’ 집단에 대응하여 켄지와 친구들이 뭉쳤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일이라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기억도 희미하고, 켄지와 친구들이라고 하지만, 힘없고, 돈없고, 의욕없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위험한 일이 닥치면 무조건 도망치라고, 그렇게 해서 살아남기만 하라고 하는 켄지.

솔직히 22권까지 이야기가 진행되고 복잡해 질수록 도대체 어떤 결말을 말해줄 것인지에 대해 많이 궁금해했다. 22권이 끝나고 새로이 2부가 시작될거란 이야기를 듣고, 그래도 이왕 읽기 시작하고, 모으기 시작한 책이라 끝까지 봐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무쇠팔, 무쇠다리를 가진 영웅이 아닌 사람들이 지켜내는 지구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이후 2부의 이야기는 더 이상 진행형이 아니라, 과거의 일에 대한 변명? 과 같은 이야기 모음이다. 서로 연결되어 끝이 보이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고, 이미 예견된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한 번외편 모음집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렇게 상, 하로 나뉜 2부를, 이런 결말을 기다렸던 건 아닌데......

뭔가 아쉽기도 하지만, 20세기 소년을 거쳐 21세기 소년까지, 그런 대단한 이야기를 함께 한 것만으로 좋았다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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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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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라는 새로운 세계로 이미 넘어와 버렸다.

아오마메와 덴고가 깨닫지 못한 사이에 그렇게 은밀히, 조용히 넘어간 것처럼.

1984년과 1Q84년을 구분짓는 것은 바로 하늘에 떠 있는 ‘달의 개수’이다.

처음에는 아오마메가, 그리고 2권의 말미쯤엔 덴고가 눈치를 챈다.

두 개의 달.

이야기는 이제 후카에리가 생각해냈던, 혹은 경험했던 <공기 번데기> 속의 세상이 되버렸다.

리틀 피플이 살고 있는 1Q84,

일상과 다름없지만 고개를 살짝 돌려 응시하면 사소한 ‘다름’을 발견할 수 있는 1Q84,

그 새로운 세계.

나도 모르게 그 세계에 매혹 당해 버렸다. 아주 조용히... 서서히 침범해 들어온 세계의 내부는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이다.

이럴줄 알았어. 3권이 궁금해져 버릴 줄 알았어. 3권이 나오는 6월은 언제 오는걸까.

 

“ 당신은 죽는 것이 두려운가요? ”

대답을 하는데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아오마메는 고개를 저었다.

“ 딱히 두렵지는 않아요.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에 비하면. ” (p20)

 

“ 덴고, 이제 새삼 내가 이런 말을 꺼내는 것도 뭣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어딘가 몹시 재미없는 곳에 발을 들이밀었는지도 모르겠어. ”

“ 어디에 발을 들이밀었건 이제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해요. ”

“ 뒤로 물러설 수 없다면, 뭐가 어찌 됐건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겠지. 가령 자네가 말한 엄청난 것이 나왔다고 해도. ”

“ 안전밸트를 단단히 매는 게 좋겠죠.” 덴고는 말했다.

“ 바로 그거야. ” 고마쓰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p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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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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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이다. 끌린다. 흐르는 물처럼 막힘이 없다. ‘앞으로’에 대해 기대가 생긴다. 궁금증이 생긴다. 어떤 이야기일지 아직은 파악하기 힘들다......

1Q84 1권을 읽고 난 뒤의 생각이다. 너무도 두툼한 두 권의 책을 구입한 뒤 그 두께에 질려 펴 볼 엄두를 내지 못한채 해를 넘겨버렸다. ‘언젠가’ 읽게 되겠지... 하며 막연하게만 생각하기도 했다. 후속편이 계속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차라리 더 많은 책이 나오고 그 후에 읽을까, 하기도 했다.

그러다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을 꺼내 오늘 읽기 시작했다.

그냥.

그리고 빠져 들어갔다. 이렇게 흥미로운 책을 왜 모른척하고 있었을까 잠깐 후회도 했다.

역시.

피식, 하고 웃음이 날만큼 어이없게도 느껴지지만 역시, 대단한 작품이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1권을 다 읽고 난 지금, 도대체 어떤 이야기로 발전할지 전혀 가늠조차 할 수 없어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해도, 그런 느낌마저도 소중해진다.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끝까지 주목하게 만드는 소설을 읽는다는 것, 도저히 그 다음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독자에게도 분명 두 손 높이 쳐들고 환영할만한 일이니까.

‘푸른 콩’이란 의미의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처음에는 다른 세계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두 세계가 교차하고 있었다. 일상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무언가 환상적인 새로운 세계가 언뜻언뜻 교차되는 것도 좋았다. 모든 게 다 좋았다.

그러니 얼른 2권을 읽기 시작해야지.

아-- 3권은 지금에야 일본에서 출간이 되었고, 6월쯤 한국에서도 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걱정이다. 2권마저도 흥미로움으로 가득하다면... 2개월이라는 그 시간을 어떻게 기다려야 할지... ^^

 

내가 바라는 건 문단을 조롱해주자는 거야. 어둠침침한 동굴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서로 칭찬하고 상처를 핥아주고 서로의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면서 한편으로는 문학의 사명이 어쩌고저쩌고 잘난 소리를 주절거리는 한심한 자들을 마음껏 비웃어주고 싶어. 시스템의 뒤통수를 치고 들어가 철저히 조롱해줄 거라고. 유쾌할 거 같지 않아?

(p 56-7 편집자 고마쓰의 말)

 

우리는 각자 가장 소중한 사람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잃었고, 그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았어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주저앉아 상처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떨쳐 일어나 다음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지요.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정의를 위해서. 어때요, 괜찮다면 내 일을 도와주겠어요?

(p466 노부인이 아오마메에게 한 말)

 

폭력이 언제나 눈에 보이는 형태를 취한다고 할 수 없고, 반드시 피를 흘리는 것만이 상처라고는 할 수 없듯이. (p513 쓰바사를 본 후 아오마메의 생각)

 

세상의 대다수 사람들이 진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에요. 그런 사람들은 두 눈을 아무리 크고 똑똑하게 뜨고 있어도 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해요. (p517 ‘선구’라는 종교집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노부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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