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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3월
평점 :
‘그림 좋아하세요? ’
어느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예전같았으면 ‘ 아니요, 볼 줄도 모르는데요..... ’하며 말을 잇지 못했을 것 같다. 엄청 당황하며 얼굴이 시뻘개졌을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지금이라면 활짝 웃으며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네,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요. 누구의 그림인지... 어떤 배경이 있는지 잘 모를수도 있지만, 그래도 보는 걸 좋아합니다. 자주 보려고 하고요. ’
그렇게 생각이 바뀐데에는 재작년 스페인 여행이 한 몫 한다.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내가 꼭 이야기 하는 것이 바로 마드리드 여행시 프라도 미술관에 방문했던 경험이다.
내가 그림에 더 가까이 다가설 용기를 주기도 했고, 꼭 많이 알지 않더라도 그림을 보는데 전혀 문제가 될게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림이란...... 느낌이다. 그림을 처음 봤을 때, 그림과 내가 서로 주고 받는 교감이 중요하다.
그림의 배경이라던지, 그림의 가격, 뭐 그런 것은 이차적인 문제이다.
다른 사람의 평가 역시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고,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 그런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내가 발견한, 그림보는 법은 이런 식이다.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를 읽고 나서 음... 뭐랄까, 그림에 대한 나의 생각에 왠지 자심감이 붙는 기분이었다. 저자 역시, 그림을 전공한 미술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그림에 접근하는 방식이 전문적이고 해설적이기 보다 좀더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느낌이 물씬 들었기 때문이다.
친구랑 같이 미술관에 간 기분이랄까.
이 그림을 봤을 때, 이런 기억이 떠올랐어.
이 그림은 이런 의미가 있는 것 같아......
한없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같은 그림을 보고도 이렇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문득, 그림이 제목 하나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해석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림은 제목 붙이기 나름이고 제목은 화가가 보여주고자한 세계의 단초니까. 그래서 난 <무제>라는 팻말이 붙은 그림은 불친절하고 무책임한 것 같아서 싫어. 만약 이 그림의 제목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쯤이었다면, 같은 그림이어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됐을 거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제목 아래에서 여자의 눈물은 ‘비극’이지만, <말다툼>이라는 제목 아래에서는 ‘소동’일 뿐이잖아. (p37-38)
프레더릭 핸드릭 캐머러의 <말다툼>이라는 그림을 보고 그녀가 적은 느낌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제목 하나에 따라 그림이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듯이, 그림 보는 방법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고도 사람마다 그 느낌이 다 다르듯, 그림 또한 보는 시각에 따라, 개인이 살아온 환경에 따라, 그리고 그림에 붙은 제목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부담없이 그림을 즐겨도 되는 것 아닐까.
제목처럼 그림을 보고, 그녀의 해석을 읽고나니 좀 더 쉽게 그림에 접근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듯 하고, 더 나아가 정말로 행복해 지는 기분도 느낄 수 있어 좋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