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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위로할 것 - 180 Days in Snow Lands
김동영 지음 / 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한걸음 나갔다. <너도 언젠가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에서 한걸음 나갔다.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 무슨 소릴 하는건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사라졌다.
공감하기 보다는 아, 대체 무슨 소리지? 하고 의아해하게 만들었던 글이 이제는, 많은 부분 공감하게 한다. 이런걸 발전이라고 하겠지.
p15 비행기가 멀리 가기 위해서는 많은 기름을 소비해야 하네.
멀리 보기 위해서는
가진 걸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고 대가가 필요한 거지.
자네 같은 젊은이들한테 필요한 건 불안이라는 연료라네.
p54 언젠가 너도 나처럼 먼 길을 떠나게 된다면 길에서 만난 누군가가 “ 거기 가면 아무것도 없어.” 라고 말해도 계속해서 그 길을 가보렴. 그 땐 내 고집을 그리고 한걸음 다가가면 두 걸음씩 세 걸음씩 가까워지는 길들의 풍경을 조금은 이해하게 될지도 몰라.
<나만 위로할 것>은 눈의 나라를 여행한 기록이다. 그곳은 아이슬란드이다. 핀란드도 조금 나오지만, 대부분 아이슬란드 이야기이다. 화산이 터졌던 그 곳 말이다.
음.. 어느 한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곳에 대체 얼마나 머물러야 할까? 가끔 생각한다. 얼마나 오래 머물면 그 나라를 깊이,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또한 누구나 마음 속에 로망처럼 간직하게 되는 나라가 하나쯤 있는 것 같다.
저자에게 그 곳은 아이슬란드였고, 나에게는 핀란드와 일본이 그런 곳이다. 일본이 한번 가본 후 마음에 남아서 자꾸 자꾸 가보고 싶은 곳이라면, 핀란드는 한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내 마음에 쏙 들 곳이 분명한 그런 곳이다. 오아시스처럼 믿게 되는 곳. 그런 곳.
안좋은 일은 언제나 한꺼번에 찾아온다. 마치 쓰나미처럼 모든걸 다 쓸어가 버리는 것처럼(중략) 하지만 그렇게 진창에 한참을 쓸려 다니다 정신을 차려보면 세상은 다시 조용해져 있을 것이다. 언제나 나쁜 일은 한번에 몰려 오지만 결국 올때처럼 그건 한번에 사라지는 법이니깐. (p162)
그의 글에서는 온통 ‘혼란스러움’으로 가득차 있다. 낙담하고, 우울하고, 그러면서도 밝은 빛을 지향하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근데 그게 딱 내 마음같이 느껴진다. 누군가의 책에서 지금 나의 상태를 깨닫게 되고, 나를 느끼고, 같은 것을 바라게 되다니. 나도 아무렇지 않게 툴툴 널고 일어나 힘차게 살아갈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도 나이가 조금 더 들면 알게 될 거예요. 당신이 그렇게 집착하는 것이 어차피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걱정하고 불안해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어요. (p312)
언제나 통하는 진실같은게 있나보다. 그냥 알고 있지만, 그게 그다지 내 마음에 위로가 되지 않다가 어느 순간 너무도 뻔한 이야기인데도 위로가 되는 말이 있다.
어쩌면 당신은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불안정해보이고, 나 아파요, 하고 말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요즘 나는 ‘지금의 나’가 다른 이보다 더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서 위로받고, 힘을 내야겠다 생각하고, 나를 추스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지금은 좋다.
그리고... 여행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하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이런 여행의 기록을 보면 왠지 떠나서 나도 더 자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 대체 이 책은 어떻다는 말이더냐. 나는 좋은데... 당신한테는 어떨지 모르겠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 쓰고 있는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