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즐토브
제이나 레이즈 지음, 임현경 옮김 / 다음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행복과 행운을 전하는 말이라는 ‘마즐토브’란 단어와의 만남은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서였다. 이 단어가 들어간 노래를 들으며 도대체 노래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의미가 무엇인지 이제 알게 되었다. 노래는 그저 흥을 위해 아무 뜻없이 흥얼대듯 사용되었다면, 적어도 이 책의 주인공 메이와 한나에게 그 말은 정말로 행복과 행운을 부르기 위한 말이었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1부에는 두 동생과 함께 베트남을 떠나 보트 피플이 되어 망망대해를 떠돌다 난민 수용소에 수용되고, 다행스럽게도 뉴욕으로 보내지게 되는 메이의 이야기, 2부는 가정과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 거식증과 우울증이 있는 한나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두 소녀의 만남을 보여준다.

희망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다. 내게 남은 건 희망 뿐이므로. 희망이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므로. (p59)

베트남에서 성공한 중국인이었지만 전쟁이 끝나고 공산당 정권이 들어서며 가진 재산을 모두 몰수 당하는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 위험하지만 가진 재산을 모두 처분하여 배를 구한다. 첫째 딸이었던 메이는 열 네 살의 동생 뚜언과 네 살짜리 어린 린과 함께 가장 먼저 배에 오르게 되었다. 불안한 린은 메이를 엄마라 부르고,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뚜언은 믿음직스럽게 행동하고 먼저 나서서 일을 하려고 하며 메이를 돕는다. 악몽과도 같았던 3주간의 뱃속 생활이 끝날 수 있게 배는 말레이시아 육지에 도착한다. 그 뒤 메이는 언니지만, 자신을 엄마라고 생각하는 린을 위해, 뚜언을 위해,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위해 힘을 내려고 한다. 더 나아지리란 희망이 없다면 자신 뿐 아니라 어린 동생들 또한 무너지리란 걸 알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생활을 인생의 골칫거리라고 생각하는 한나는 친구도 없고, 학교도 끔찍하게 싫어하며 거식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불만많은 여학생이다. 하지만, 저돌적이고 세상의 불의에 분노하며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이 확고한, 내가 봤을 때는 멋진 여학생이었다. 한나를 보면서 나는 ‘남쪽으로 튀어’에 나왔던 아버지와 왠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이 많고, 제멋대로이며, 가족들의 눈에는 창피한 행동을 서슴치않고 해치우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던 한나였지만, 메이와 뚜언, 린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베트남 가족들과 만나고 있을 때는 정의롭고, 따스한 마음을 지닌 세상에 이보다 더 멋진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리게 한다. 그녀의 그러한 변화를 통해서 베트남 가족들 뿐 아니라 한나, 자신의 가족들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그런 내 느낌에 가끔은 나조차 당황스럽다. 너무 오랫동안 잔뜩 화가 난 듯 고약하게만 지내서 그런지 내 안의 따뜻한 느낌들이 모두 거짓인 것 같을 때도 있다. (p256)

이렇듯, 변화를 통해 가장 크게 놀라는 것은 한나 자신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놓여진 환경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기도 한다는 걸 한나를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그리고,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다른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고마워요, 내 소중한 친구.’

메이와 한나의 만남을 지켜보면서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억지로 주는 감동이 아니라 서서히 마음에 차오르는 기쁨과 따스함을 주는 소설이었다.

누군가를 돕는 것은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희망과 감동을 줄 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앞날에 큰 등대 하나를 세워 미래를 흔들림없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라는 걸 <마즐토브>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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