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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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덕수궁에 가봤다. 사실 덕수궁을 가려고 간 것이 아니었고, <피카소와 모던 아트전> 전시회를 보기 위해 갔는데 미술관이 덕수궁 내부에 있었던 것이다. 전시회를 보고 나서 처음으로 둘러본 덕수궁은 더 기억에 남았다. 특히나 고종이 커피를 마셨다는 정관헌의 모습을 실제로 보는 순간... 기분이 묘했다. 아, 이렇게 실외에, 진짜 존재하고 있는 곳이구나!  그 때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책이 바로 <노서아 가비>였다. 책을 읽어야하는 순간이 다가왔구나.. 싶었다. (ㅋㅋ)  

 

‘사랑보다 지독하다, 노서아 가비’

책을 앞에 두고 또다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편다. 대체 무슨 내용일까, 커피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냈을까, 상상은 무궁무진했다. 노서아 가비란, 러시아 커피를 말하는 것이었다. 러시아 커피라... 다른 나라도 아닌 러시아에서 들어온 커피를 고종은 즐겨 마셨구나 싶다. 왜 하필 러시아였을까?

이야기는 내 상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단순히 고종 시절 커피에 관련된 사랑 이야기라고만 치부하기엔 얽혀 있는 역사적 사실이 너무 깊었다. 그 시절에? 라고 놀랄만큼 러시아, 중국, 우리나라를 넘나드는 공간적 배경도 상상 이상이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러시아 이름으로는 따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역관 최홍의 외동딸 최월향이다. 그녀가 사랑하게 되는 사람은 이반 혹은 정도령, 혹은 김종식으로 불리게 될 조선에서는 관노였지만, 러시아를 질주하는 갈범 무리의 보스인 사람이었다. 아, 그들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서로가 물고 물리는 사기에 이기심이 적절히 섞인 관계, 그들의 관계를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흐르는 압록강 위에서 마시는 커피로 시작되어 뉴욕의 ‘따냐의 문학카페’에서 마무리되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일은 마치 한편의 긴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짧은 글 한줌 한줌이 모여 어떻게 가능하지? 라고 물으면서도 간결한 문장을 읽으며 머릿속에서는 애절한 영상 한편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런 느낌을 도대체 문장으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런 면이 바로 작가 김탁환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내가 상상했던 이야기와는 다르지만, <노서아 가비>는 독특하면서도 재밌게 한호흡에 읽어버릴 수 있는 소설이었다. 역사적으로 실제 존재하고 있는 인물들에 상상의 인물을 더해 혼란했던 조선의 마지막 이야기를 잘 버무려 내고 있었다. 명성왕후 외에는 다른 이야기가 없을 듯했던 그 시절에 작은 소재 하나를 사용해 그녀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로 또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데 감탄하게 된다. 노서아 가비는 수시로 등장하지만, 커피보다는 이러한 인물과 배경에 더 눈이 갔다. 그러면서 그녀와 고종이 지극함을 나누던 장소인 덕수궁이 새롭게 다가온다. 덕수궁 정관헌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힘없는 나라가 가여웠던 고종의 비애, 따냐와 이반의 관계, 조선에서 벌였던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 어지럽기만 했던 그 시절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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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걷기 - 아이의 문화지능을 키워주는 독서여행
홍지연 지음 / 예담Friend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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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이웃님의 서평을 읽고 반하게 된 책이다. 알고 봤더니 친구도 같은 마음이어서 놀라기도 했는데- 역시 친구끼리는 취향도 비슷한가봐... 하며 - 이 책 정말 마음에 든다. 누군가는 아이 교육을 위해 정말 갖은 노력을 다하는구나... 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아이 교육문제뿐 아니라 감성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도 필요한 여행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이런 엄마가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부럽기까지 하다.

‘아이의 문화지능을 키워주는 독서여행’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책을 읽고, 그 책의 배경이 된 곳을 찾아가보고, 책의 감흥을 다시금 되새기는 그 작업을 통해 아이의 감성이 얼마나 풍부해질지, 그리고 아마 죽을때까지도 책과 장소를 잊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나역시 책 속 배경을 찾아가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직접 가서 그 장소를 직접 보게 되면 책도 잊을 수 없게 되고, 감흥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 장소라면 충분히 사랑하는 감정이 싹트겠구나, 아, 여기는 정말 고독한 곳이구나... 쓸쓸하구나... 책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배경을 묘사하는 작가들에 대한 존경심도 싹튼다.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책걷기>라 이름붙여진 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초기 작업에서부터 여행의 여정을 하나 하나 기록하고 있다.  여행이 끝난 후에 엄마의 감정과 함께 <수지의 책걷기>라고 하여 아이의 깨달음도 그대로 담고 있다. 여행의장소는 미국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루이지 메이 올컷 <작은 아씨들>, 너대니얼 호손 <주홍글씨>, 마크 트웨인 <톰 소여의 모험>, 허먼 멜빌 <모비딕> 등과 같은 작가의 생가, 책의 배경이 되었던 건물, 작가의 묘지 등을 방문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작가의 작품이 나이별로 따로 소개되어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도 아직 읽지 못한 <월든>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책이 있다니...

아직 읽지 않음을 반성하게 된다. 여행을 준비하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책을 따로 읽고, 다른 작품도 찾아서 읽는 것은 기본이고, 미리 인터넷을 뒤져 각각의 장소에 어떤 행사가 있는지, 어떤 내용을 알고 가면 좋은지 등의 정보를 미리 알아두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하였다.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엄마가 있었기에 여행은 알차고 성공적인 것이 될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읽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부러움에 떨었다. 관심이 없었던 작가라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없던 관심도 저절로 생기는 기분이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의 기록만 보고도 이정도인데, 직접 모든 것을 몸으로, 눈으로 경험한 수지는 얼마나 많은 감정을 느낄까 부러웠다.

아이들을 위한다며 정작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겠어 쩔쩔매는 부모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해보고 싶다. 이렇게 독서를 통해 지식을 넓히고, 여행을 통해 직접적인 방식으로 감성을 자극한다면 아이 스스로 깨닫고, 알게된 것을 자양분 삼아 한층 성장해 나갈 수 있을거란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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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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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명성을 능히 들어왔었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에도 기대감을 갖고, 늦은 밤이 아닌 아침부터 읽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밤에 읽기 시작하면, 더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까 싶어서였다. 그렇게 하루를 <법의관>과 함께 지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아, 정말 보람찬 하루였구나, 뿌듯해졌다.

그만큼 책은 완성도가 높았고, 읽는 재미를 주었던 것이다.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 첫 번째이다. 두권짜리로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다시 합본되어 나왔다. 한숨에 쭉 읽으니 참 좋다. 그리고 첫 번째를 이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1990년 첫 출간되었다는데, 2011년 읽어도 전혀 오래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물론, 컴퓨터나 아직 IBM이 어쩌고, 디스켓이 어쩌고 할때는 아, 예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방식이나 사건 자체, 등장인물들은 전혀 구식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생생하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미드 <CSI>나 <크리미널 마인드>를 떠올리게 된다. 법의학자가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프로 파일러도 등장하는 등 등장인물의 직업 때문이었다. 그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케이 스카페타는 레이몬드 시의 법의국장이다. 남자들이 우글우글대는 곳에서 편견에 맞서 국장까지 오른 여장부이다. 그녀가 있는 레이몬드 시에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벌써 세명의 여성이 죽음을 당하고 소설이 시작될 때 네 번째 희생자가 나온다. 그리고 연이은 다섯 번째 살인이 있다. 여자들을 잔인하게 강간하고 살인했으며, 끈으로 교묘하게 희생자들을 묶고 있었다. 희생자 사이의 공통점은 전혀 없었다. 직업도, 사는 곳도, 인종도... 어느 하나 일치하는게 없었다. 거기에 법의국 내부 컴퓨터를 해킹한 일이 벌어진다. 사면초가에 빠지 케이 스카페타. 하지만 수사관들이 늘 그렇듯이 사건을 다시금 하나하나 재조사하고, 끈기를 가지고 증거를 수집해나가며 사건을 해결한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범죄소설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여자 주인공, 특히 그녀가 수사관이라면, 또 작가가 여자라면 적어도 묘사 쪽에서는 안심이 된다. 피와 뼈와 살이 마구 난자당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잔인한 장면의 묘사가 아무래도 적기 때문이다. 수사에서도 폭력이 난무하지도 않고. 그래서 읽기에 좀 편하게 느껴진다. 꼼꼼하게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나가는 듯한 수사 방식도 좋다. 기승전결에 기반하여 분위기가 서서히 고조되어 나가다가 어느 순간 정점에 이르고 결말에 이르는 것도 좋다. 이렇게 결말에 이르면 나중에 범인이 그동안 전혀, 단 한번도 거론된 적이 없는 인물일지라도 왠지 납득하게 된다. 그래, 그럴수 있겠구나! 하고.

400페이지가 넘는 <법의관>은 그렇게 나를 하루종일 붙잡았다. 그리고 사건이 해결된 후 다음을 찾게 만들었다. 사건이 끝나는게 아쉽고, 등장인물과의 헤어짐이 아쉬운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시리즈 중 한권이다.^^ 책과 함께 딸려온 A4 용지 설명에 따르면 타 시리즈는 지금까지 15권까지 발간이 되었다고 한다. 세월에 따라 등장인물도 나이를 먹어, <법의관>에서 신경질적인 조카였던 루시가 성장하여 12권 데드맨 플라이에서는 천재 미녀 사립탐정이 되어 있다고 하니, 어찌 기대가 되지 않겠는가.

케이 스카페타의 이야기, 계속 찾아볼 용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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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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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전 혹은 세계 문학을 읽는 것, 특히 올바르게 읽는 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책을 읽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도, 무엇보다 ‘올바르게’ 읽는 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번번히 읽는 책마다 힘들어 포기하기만 하여 어떻게 하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내용을 가진 책이 ‘세계 문학’이라고 하는 것인지, 고전은 왜 어렵다 느껴지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좀 더 가까이>라는 책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 책을 제대로 읽고 싶다면 작가가 왜 그 책을 썼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고전의 공통점은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

그래서 이 책 < 차가운 밤>을 읽으면서 시대상에 주목하고, 인물들의 갈등이 왜 생겼는지 주의깊게 보며 책을 읽었다. 그렇게 조금 더 주의하며 책을 읽어나갔더니 확실히 읽는게 수월했다. 예전처럼 읽기 싫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차가운 밤>의 시대적 배경은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여 항일전이 한창인 때에서부터 일본이 패전을 선언한 때까지이다. 전쟁의 기운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까지 퍼져 오느냐 마느냐 때문에 항시 불안한 시절이다. 정전이 자주 있고, 경보가 수시로 울려서 방공호로 피신을 해야하는 일이 잦았다. 주인공 왕원쉬안에게는 아내 청수성과 어머니, 아들 샤오쉬안이 있었다. 교정일을 하며 근근히 살고 있고 항시 적은 돈 때문에 불안하다. 아내인 청수성은 은행에서 일을 하며 남편보다 더 요령있게 즐겁게 살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런 며느리가 불만인 시어머니는 항시 왕원쉬안에게 불만을 터뜨린다. 아들인 샤오쉬안은 통학하는 것이 힘들다며 학교 근처 친구네 집에서 신세를 지며 가끔 집에 들린다.

소설은 왕원쉬안이 아내가 어머니와 다툰 후 집을 나가버린 것에 대해 내면의 심정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부간의 갈등은 극에 달해 있었고, 두사람은 서로를 헐뜯고 나가라고 하며 왕원쉬안을 괴롭게 한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갈등은 평행선을 이루고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그에게 병이 생긴다. 각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병을 놓고도 아내와 어머니는 한의사와 양의사 중 어떤 의사를 데려올지로 다툰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왕원쉬안. 하지만 그는 병에 대해서도, 인간 관계에 관해서도 우유부단하기 그지 없다. 소설 속의 왕원쉬안은 언제나 갈등만 하고 결단은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는 사이 아내는 회사 발령을 받았다며 혼자 란저우로 갈지 말지에 대해 고민이 시작된다.

주인공들은 모두 대학 교육까지 마친 지식인들이지만, 소설 속에서 끝없이 고민을 한다. 병 때문에 고민하고, 떠날지 말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보낼지 말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에서는 항시 선택보다는 회피를 택했다. 특히 왕원쉬안은 더욱 그랬다. 그래서 결국 그를 찾아온 것은 불행뿐이었다. 그녀 역시 그녀의 상황에서 도피한 것과 마찬가지였지만, 어찌보면 더 나은 삶을 선택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날아라 날아’ 마음 속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우연히 발견한, 그녀와 비슷해 보이는 책 속의 삶은 결국 불행만을 초래할 뿐임을 알고 자신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며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그 시절에도, 현재의 시선으로도 나는 그녀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처지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세사람의 끝없는 의견 충돌과 갈등을 보고 있으면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보고 있는 듯하다. 작은 공간 안에서 세 명의 성격 분명한 인물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어려운 시절이나, 지금 현재나, 중국이나 한국이나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물론 저자는 그런 여자의 입장을 중요시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선 청수성의 끝없는 고민에 대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밤, 온기가 필요했던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싶을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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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민선 작가가 그려낸 선연한 청춘의 순간들
정민선 지음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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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진솔. 그녀는 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 나오는 여주인공이다. 직업은 방송 작가이다. 잔잔한 마음을 지닌, 약간은 소심하고, 소박한 매력을 가진 여자이다. 책 속 이미지 때문에 나는 방송 작가들은 다 그녀처럼 느껴진다. 자기만의 취미가 있고, 상처 잘 받고, 아기자기한 아이같이 여리다가도 어찌 보면 강인한 이미지로 말이다.

<집나간 마음을 찾습니다>를 쓴 그녀도 방송 작가이다. 소설 속 주인공으로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 숨쉬며 하루 하루 대본을 쓰는 방송 작가 말이다. 라디오나 드라마 쪽이 아니라 음악 방송 작가이다. 그리고 부업으로 노래 가사도 쓴댄다.
이 책은 그녀의 어떻게 보면 넋두리요, 어찌보면 깨달음의 글이요, 또 다르게 보면 일기와 같은 글 모음이다. 청춘의 기록일수도 있겠다. 노래 가사일수도 있고. 아름답고 약간의 몽롱한 사진과 함께 읽으면 좋다.


그녀의 끄적거림은 단순히 마음을 쏟아붓기 위해서만은 아닌 듯 하다. 끄적거림을 통해 마음을 정리하고, 행복을 다시금 되새기며, 현실을 직시하고자함이며, 지금까지의 삶을 반성하고, 마음을 다잡아 용기를 내보고자 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나의 인생아!
그동안 무탈하게 살아 주어 고맙다.
그냥 단순하게 살자꾸나! (p215)

책을 읽으며 그녀도, 또 읽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아주 작은 용기를, 작은 불꽃같은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하고 소박하고, 어떻게 보며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내 인생이니까, 내가 살아가고 있으니까, 하며 소중히 생각했으면 싶었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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