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한다는 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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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다른 책, <여행의 기술>을 재밌게 - 물론 전부다 이해했다고는 못하겠지만- 읽었다.

아무래도 ‘여행’에 관한 이야기였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저자의 ‘사랑’에 관하 이야기는 음, 뭐랄까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기분이다. 읽을까, 말까, 혹은 계속 읽어나갈까, 말까와 같은 선택에서부터 이건 번역가의 탓일까, 아님 저자가 이런 단어를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일까? 하는 의문까지, 그의 책은 나를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다른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도 솔직히 끝까지 읽지 못했다. 그리고 읽은 부분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정말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난 그의 사랑 이야기에는 공감하지 못하고 더 나아가 이해도 못하나보다.

이런 전제에서 출발하였으니 <너를 사랑한다는 건> 또한 중간에 그만둬도 당연한 수순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다 읽어낸다면, 그건 정말 쓸데없는 오기일수 있다.

이야기는 전기의 형태를 지녔다. 그녀를 사랑하는 ‘나’가 관찰자 입장에서 그녀- 즉 이사벨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하는 것이다. 태어나서부터, 가족관계, 습관, 생각 등 그녀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 실제로 전기를 읽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더 단단한 재료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상상했던 인간에게서 살과 피를 느끼는 것이다. (p19)

아마도 읽는 이에게 이런 즐거움을 안겨주려고 그랬던거 같다.

그렇지만, 적어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자세는 좀...

너무 진지해져 버려서 결국 지루함만 남게 한다. 사랑이라함은 감정의 흐름일진데,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그건 이거고, 저거고 하면서 분석과 인용을 남발하다보니 오히려 더 복잡해져 버린다. 책을 읽다가 중반 이후, 결국 나는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라고 성을 낼 지경이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쓸데없는 오기를 너무 부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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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꿈맛 - 꿈을 안고 떠난 도쿄에서의 365일 청춘일기
허안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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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개그 콘서트에 나오는 그, 섹시한 분 허안나가 아니냐고 묻지만, 동명이인이다. 음, 프로필에는 그런 얘기 없다.  <도쿄는 꿈맛>은 여행기가 아니라 유학기, 일년 동안 어학습득을 위해 도쿄에 머물며 지낸 이야기 모음이랄까. 나이 때문에 워킹 신청도 안되고, 용기가 없어 훌쩍 떠나지도 못하는 나같은 사람이 보기엔 참 부러운 이야기다. 일년동안 도쿄에서 살면서 생활인도 아니고, 여행자도 아니지만, 나름 노력하며 생활하고 도쿄를 맛보고 돌아와 책으로 냈다.

<도쿄는 꿈맛>이라는 다중적 해석이 가능한 제목이 인상적이다.

나에게 도쿄는 무슨 맛일까? 흠, 갑자기 궁금해진다.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1년 동안 유학을 하면서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하고 결국 어떤 선택을 해내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그 이야기를 사진, 글 뿐 아니라 만화도 중간 중간 넣어서 전개하는 것도 이해를 도와주는 느낌이다. 이미 오기사를 통해 익숙해진 방식인데, 글도 잘 쓰면서 그림까지 잘 그리다니... 정말 좋겠다.

음, 하지만 매력적이지는 않다. 빵! 하고 인상에 남길만한 큰 한방이 없다고나 할까, 그런걸 기대하는게 이상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그저 그저 평안, 평안, 슬렁 슬렁 잘 넘어갈 뿐이다. 다 읽고 난 지금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저자가 살았던 동네가 내가 가고 싶어하는 가쿠라자카 근처라는 점 뿐이다. 오! 여기 살았단 말야! 이것도 뭐 부러워서 든 생각이다.

여하튼 재밌게는 읽었다.

도쿄는 여전했고, 그게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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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친구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1
엘렌 몽타르드르 지음, 김주경 옮김, 김보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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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어린이들을 위한, 고학년을 위한 책이지만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고 건네준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전혀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특히나 마지막의 반전은 무한도전에서 유반장이 몸을 떨며 최고의 반전이라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유주얼 서스펙트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그냥 평범한 아이들 이야기라 생각하며 편한 마음으로 눕듯이 읽고 있다가, 이게 대체 무슨 일인거야?하고 몸을 바로 세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제레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도서관에 들렀다가 짙은 녹색 겉표지의 가장자리에 가느다란 금테가 둘러져 있는 수첩 하나를 발견한다.

“ 누가 놓고 갔을까?”

제레미는 수첩의 복잡한 내부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수첩을 챙겨 집에 가져오고 말았다. 방 안에 틀어 박혀 수첩을 하나하나 보게 되는 제레미. 마치 탐정처럼 수첩의 주인이 누구일지 추측해 본다. 연예인의 사진이나, 친구들의 글을 보자하니, 남자 아이가 아닌 여자 아이의 것이라 생각되는데, 그렇게 수첩을 보면서 제레미는 수첩 속의 인물에게 빠져들어 버렸다.

내용을 전부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을 듯 하다. 두 아이의 만남이나 수첩에 얽힌 이야기는 물론 중요하지만, 또 어찌보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닌 것도 같다.괜히 반전의 내용을 하나하나 다 밝혀 비난의 화살을 슛슛슛 맞고 싶지는 않으니까. 책읽은 즐거움이 바로 그 반전에 있는데, 그걸 밝혀버리면 대체 무슨 이유로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이 책은 직접 읽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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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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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본 <태양의 노래>란 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어 놀랐다. 주인공 카오루는 햇볕에 닿으면 죽는 병을 앓고 있어 해가 떨어진 늦은 시간, 인적 드문 상점가를 지나야 나오는 공원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런 카오루를 순찰하던 경관이 발견하고는 ‘ 미성년자이니 얼른 집에 가라고 말해야겠다’ 고 한다. 거기서 한번 놀라고. 그런 젊은 경관을 나이 지긋한 경관이 만류한다. ‘저 애의 아버지가 파출소까지 찾아와서 사정을 이야기해줬다. 그래서 괜찮다’ 고. 거기서 또 한번 놀랐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예를 들어 미성년자) 그래서 안된다고 잘못을 지적하고 바른 길로 이끌려고 하는 어른이 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관내이긴 하지만 세세한 사정을 알고 있는 경관이 정말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책제목을 들었을 때도 같은 기분이었다. 누가 지었는지 제목하난 끝내주네, 라 감탄도 했지만, 곧 그저 시류에 맞춰 대충 지어낸 현실감없는 내용이 전부인 글 뿐일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 시대에 ‘진정한 어른’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비뚤어진 편협함이 내게 있었나보다. 아니면 그동안 읽은 책에서  ‘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꿈을 좇아라! 방법은 알아서 생각해내고 ’ 란 어이없는 결말에 꾸준히 실망해왔기 때문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 참 좋다. 20대 청춘들을 위한 조언같지만, 더많은 나이의 나라도 힘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다. 적어도 뜬구름잡는 내용이 아닌, 실질적으로 자신이 겪어낸 인생의 격랑에서 얻은 깨달음을, 솔직하게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말해주고 있어서 더 좋았다.

이런 점에서 종이배가 빠지기 쉬운 가장 위험한 함정은 나태다. 목표와 수단이 혼란스러우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손을 놓아버린다. 무력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며칠만 그렇게 지내도 이내 게으름의 타성이 붙는다. 나태가 자꾸 익숙해지면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자괴감만 커지고 그 때문에 삶의 목표에 대한 방향감각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악순환이다. 그래서 종이배파일수록 오늘의 할 일, 이번 주의 계획, 이번 달의 목표 등 소소하더라도 이뤄낼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세워 챙기는 실천력이 필요하다. (p46)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실수로부터 배우고 그로부터 한 뼘씩 성장하는 자신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우연에 기대는 참된 방법이리라. (p51)

자신이 경험한 인생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참 쉽고도 간결하게 설명하고 그런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나도 한번 겪었을 일이기도 하고, 어쩌면 또다시 앞으로 겪을지 모를 일이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책의 내용을 생각해 내면 좋겠다. 오늘 하루 하루가 모여 만드는 큰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기쁨을 누리며 내 인생의 평가는 지금 내리는 것이 아니라 먼 훗날 미래에 내리는 것이다란 확신을 다시금 되새기게 될테니 말이다.

지금의 청춘들에게 왜 더 열심히 하지 않니? 왜 더 많은 스펙을 쌓으려 하지 않니? 왜 너는 거기서 그렇게 주저앉아 있는거냐? 며 온갖 질책과 비난을 하는 대신 이렇게 따스한 조언과 다독거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호통부터 치려고 하는 ‘기성세대’ 들에게도 이렇게 ‘당신이 살아온 세대와 지금 살아가는 세대는 분명 다르다’ 고 못박듯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살아낸 삶으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 더,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책을 덮으며 떠오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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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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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2월, 아직은 매서운 찬바람이 남아 있는 계절임에도 나는 송글 송글 땀이 맺히는 여름을 느꼈다. 어쩔수 없는 굴레 속에서 굴복하고 마는 인간사에 대한 쓸쓸함이 주는 서늘함도 느꼈다. <사요나라 사요나라>는 그렇게, 뭐랄까 마음보다는 몸이 먼저 반응해 버리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어쩔수 없이 말이다.

사랑 이야기가 분명하지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사랑? 이게?

그렇다면 도대체 이 이야기는 무엇일까? 동정? 연민? 하지만 분명 사랑이야기다.

요시다 슈이치는 참 독특한 작가이다. 어느 한 장르만 추구하지 않는다.

서정적인 연애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아름답게 펼치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악인>이나 <퍼레이드>에서처럼 뒷통수를 치며 인간의 추악함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기도 한다. 가보고 싶어질 만큼 세세하게 배경을 묘사하기도 하다가, 이 책에서처럼 배경보다는 인물을 제일 앞에 내세우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나쁘지 않다. 참 좋다.

처음에는 아들을 잃은 다치바나 사토미의 이야기가 중심인 줄 알았다. 그래서 <악인>을 떠올렸다. 연애소설이라더니 아닌가? 의문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곧 이야기의 중심은 가나코와 오자키 슌스케에게로 넘어간다. 둘의 관계를 캐는 기자 와타나베가 나온다. 와타나베에 의해 숨기고픈 과거가 드러나고, 사건은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언제나 예상은 하는거니까. 그런데 이번엔 그게 딱 맞아버려 조금 김이 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그것에만 집중할 순 없었다. 도대체 무슨 마음이었을까,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뭘까, 다른 궁금증이 연이어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이 내놓은 사랑의 방식은 예상외였다. 그걸 지켜본 독자로서 공감하기는 좀 어려웠기 때문에 아직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사랑일까? 연민일까? 동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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