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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2월, 아직은 매서운 찬바람이 남아 있는 계절임에도 나는 송글 송글 땀이 맺히는 여름을 느꼈다. 어쩔수 없는 굴레 속에서 굴복하고 마는 인간사에 대한 쓸쓸함이 주는 서늘함도 느꼈다. <사요나라 사요나라>는 그렇게, 뭐랄까 마음보다는 몸이 먼저 반응해 버리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어쩔수 없이 말이다.
사랑 이야기가 분명하지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사랑? 이게?
그렇다면 도대체 이 이야기는 무엇일까? 동정? 연민? 하지만 분명 사랑이야기다.
요시다 슈이치는 참 독특한 작가이다. 어느 한 장르만 추구하지 않는다.
서정적인 연애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아름답게 펼치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악인>이나 <퍼레이드>에서처럼 뒷통수를 치며 인간의 추악함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기도 한다. 가보고 싶어질 만큼 세세하게 배경을 묘사하기도 하다가, 이 책에서처럼 배경보다는 인물을 제일 앞에 내세우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나쁘지 않다. 참 좋다.
처음에는 아들을 잃은 다치바나 사토미의 이야기가 중심인 줄 알았다. 그래서 <악인>을 떠올렸다. 연애소설이라더니 아닌가? 의문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곧 이야기의 중심은 가나코와 오자키 슌스케에게로 넘어간다. 둘의 관계를 캐는 기자 와타나베가 나온다. 와타나베에 의해 숨기고픈 과거가 드러나고, 사건은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언제나 예상은 하는거니까. 그런데 이번엔 그게 딱 맞아버려 조금 김이 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그것에만 집중할 순 없었다. 도대체 무슨 마음이었을까,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뭘까, 다른 궁금증이 연이어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이 내놓은 사랑의 방식은 예상외였다. 그걸 지켜본 독자로서 공감하기는 좀 어려웠기 때문에 아직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사랑일까? 연민일까? 동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