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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어제 본 <태양의 노래>란 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어 놀랐다. 주인공 카오루는 햇볕에 닿으면 죽는 병을 앓고 있어 해가 떨어진 늦은 시간, 인적 드문 상점가를 지나야 나오는 공원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런 카오루를 순찰하던 경관이 발견하고는 ‘ 미성년자이니 얼른 집에 가라고 말해야겠다’ 고 한다. 거기서 한번 놀라고. 그런 젊은 경관을 나이 지긋한 경관이 만류한다. ‘저 애의 아버지가 파출소까지 찾아와서 사정을 이야기해줬다. 그래서 괜찮다’ 고. 거기서 또 한번 놀랐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예를 들어 미성년자) 그래서 안된다고 잘못을 지적하고 바른 길로 이끌려고 하는 어른이 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관내이긴 하지만 세세한 사정을 알고 있는 경관이 정말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책제목을 들었을 때도 같은 기분이었다. 누가 지었는지 제목하난 끝내주네, 라 감탄도 했지만, 곧 그저 시류에 맞춰 대충 지어낸 현실감없는 내용이 전부인 글 뿐일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 시대에 ‘진정한 어른’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비뚤어진 편협함이 내게 있었나보다. 아니면 그동안 읽은 책에서 ‘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꿈을 좇아라! 방법은 알아서 생각해내고 ’ 란 어이없는 결말에 꾸준히 실망해왔기 때문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 참 좋다. 20대 청춘들을 위한 조언같지만, 더많은 나이의 나라도 힘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다. 적어도 뜬구름잡는 내용이 아닌, 실질적으로 자신이 겪어낸 인생의 격랑에서 얻은 깨달음을, 솔직하게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말해주고 있어서 더 좋았다.
이런 점에서 종이배가 빠지기 쉬운 가장 위험한 함정은 나태다. 목표와 수단이 혼란스러우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손을 놓아버린다. 무력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며칠만 그렇게 지내도 이내 게으름의 타성이 붙는다. 나태가 자꾸 익숙해지면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자괴감만 커지고 그 때문에 삶의 목표에 대한 방향감각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악순환이다. 그래서 종이배파일수록 오늘의 할 일, 이번 주의 계획, 이번 달의 목표 등 소소하더라도 이뤄낼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세워 챙기는 실천력이 필요하다. (p46)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실수로부터 배우고 그로부터 한 뼘씩 성장하는 자신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우연에 기대는 참된 방법이리라. (p51)
자신이 경험한 인생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참 쉽고도 간결하게 설명하고 그런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나도 한번 겪었을 일이기도 하고, 어쩌면 또다시 앞으로 겪을지 모를 일이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책의 내용을 생각해 내면 좋겠다. 오늘 하루 하루가 모여 만드는 큰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기쁨을 누리며 내 인생의 평가는 지금 내리는 것이 아니라 먼 훗날 미래에 내리는 것이다란 확신을 다시금 되새기게 될테니 말이다.
지금의 청춘들에게 왜 더 열심히 하지 않니? 왜 더 많은 스펙을 쌓으려 하지 않니? 왜 너는 거기서 그렇게 주저앉아 있는거냐? 며 온갖 질책과 비난을 하는 대신 이렇게 따스한 조언과 다독거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호통부터 치려고 하는 ‘기성세대’ 들에게도 이렇게 ‘당신이 살아온 세대와 지금 살아가는 세대는 분명 다르다’ 고 못박듯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살아낸 삶으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 더,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책을 덮으며 떠오른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