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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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나.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을 읽고 스페인에 가고 싶었다는 사람을 많이 봤다. 나도 그 중 한명이었다. 유럽에 있는, 투우의 나라, 정열의 나라라고 알고만 있던 스페인이 그 책을 통해 가우디와 돈키호테의 나라, 열정 가득한, 색채의 아름다움이 있는 나라, 마음만 있으면 한없는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곳, 그래서 두근두근대는 마음으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고 바뀌어 있었다. 그 뒤에도 손미나씨가 내는 책들은 찾아 읽게 되었다. 어쩌면 스페인으로 대변되어 있던, 그녀의 뜨거운 열정이 나는 참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이번에는 여행 이야기가 아닌 ‘소설’이란 새로운 장르의 책으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테오와 레아, 그리고 장미와 로베르이다. 대필 작가인 장미가 레아, 한국 이름 최정희, 화가로 활동하다 사망한 그녀의 삶을 책으로 내려고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식당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가방이 뒤바뀌고, 가방을 찾다가 로베르와 만난다. 이 모든 것은 어쩌면 ‘운명’ 이라는 신이 감독한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우연과 운명이 교차되면서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흥미롭긴 하다. 처음에는 다소 산만함이 느껴져 몰입하기 힘들었다. 뭐랄까... 감각의 과잉이랄까? 글을 읽다보면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인 여러 감각을 모두 열어놓고 책에서 말하는 그 감각을 상상으로나마 찾아나서야 할 것 같아진다. 어느 정도 작가의 이야기 방식에 익숙해진 후에는 읽어나가기가 편해진다.

파리, 마르세유, 봄레미모자, 런던의 이국적인 풍경, 고흐, 세잔, 들라크루아와 같은 미술가 에 얽힌 이야기, 히틀러에 관한 숨겨진 소문 등의 흥미로운 소재를 잘 버무려 놓았다. 장미와 테오의 교차되는 시선도 좋다. 배경과 사건은 좋았는데, 아쉬운 것은 ‘인물’ 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모임에 얼떨결에 참석하게 된 학력도 배경도 부족한 테오가 일류 가문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자란 그들의 생각에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 있다. 그들의 대화를 읽으며 나는 아무 감흥도 없었는데, 레아를 비롯한 모임의 주최자들이 테오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는 모습을 보며 의아한 기분만 들었다. 레아가 아버지가 벌인 일에 휘말려 테오와 멀어지는 것도 뭐랄까, 너무 신파적인 듯 싶다. 가장 매력적이어야 할 중요 인물들이 이렇게 힘이 떨어지니 아무래도 작품 역시 부족함이 느껴진다.

참 많이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는데 이런 부족함 때문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지만, 왠지 그녀를 믿어보고 싶어진다. 그동안의 여행 에세이를 통해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그녀이기에, 소설이라는 장르에 익숙해지면, 그러니까 한 권 한 권 소설을 꾸준히 만들어내기만 한다면, 또다시 감동적인 소설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가 생긴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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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 - 절망의 섬에 새긴 유배객들의 삶과 예술
이종묵.안대회 지음, 이한구 사진 / 북스코프(아카넷)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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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사이트에서 어떤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발견한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남해의 섬을 방문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는데, 남해의 풍광보다는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하는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 라는 독특한 제목도 호기심을 부채질했다. ‘절해고도’는 알겠는데 ‘위리안치’는 무슨 뜻일까?

그러다가 이번에 ‘위리안치’의 뜻을 알게 되었다.

위리안치 :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치고 중죄인을 엄중히 가두는 형벌. 밥을 나르는 하인만 작은 개구멍으로 출입하도록 허용했으므로 유배라고는 하지만 감옥살이나 다름이 없다.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 라는 책은 이렇게 섬으로 유배를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위리안치’라는 벌은 조선의 연산군이 처음으로 시행을 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연산군 역시 나중에는 교동도라는 섬으로 ‘위리안치’ 되는 처벌을 받게 된다. 조선 시대에는 다른 시대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유배의 형벌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그만큼 정쟁이 치열하여 정쟁에서 밀려나면 살기를 바라지 말아야 했던 시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위도, 거제도, 교동도, 나로도, 대마도, 진도, 백령도, 제주도, 흑산도, 녹도, 남해도, 신지도, 임자도, 추자도... 이런 섬으로 유배를 받아 위리안치되었던 사람들. 그들에 얽힌 이야기와 섬이 이렇게 흥미로울줄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섬이란 장소가 주는 느낌은 과연 어떤 것일까?

제주도에서 한동안 머물렀던 경험을 보자면, 호쾌하고 바다를 앞에 두고 있어 가슴이 탁트이는 느낌 보다는, 격리되어 있는 듯한 외롭고, 쓸쓸한 감정이 먼저 떠오른다. 특히나 사람이 없는 곳에 외따로 있게 된다면 그 느낌은 분명 더 강할 것이고, 어쩌면 뼈에 사무칠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이렇게 텅 비어 있는데 아름다운 자연이 무슨 상관이었을까.

물론 섬에 유배되어 외로움에 절절매다 죽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 책에는 그런 사람들보다는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 더욱 문학이나 학업에 매진하여 후세에 기록을 남겼던 선비 위주로 소개되어 있다. 쓸쓸하고 허전한 마음을 시를 지으며 달래거나, 아름다운 꽃을 보거나 섬을 돌아다니며 기록으로 남기고, 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들의 유배 생활을 보고 있으면 사람이란 아주 작은 실낱같은 희망에도 살아갈 수 있고,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자신이 있는 장소를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만드는 힘을 가진 존재란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있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속에 유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시대상을 요약해 놓았지만 그보다 더‘를 원하게 되는 나의 욕심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 즐거운 섬여행만 생각했는데, 슬픈 역사와 관련된 사람들의 섬, 유배지로의 섬이란 다른 시선을 알게 되었다. 그 흥미로운 시선이 주는 이야깃거리에 절해고도를 방문하고 싶어지지 않았을까? 책을 읽은 나도 이제는 책보다는 절해고도에 더 흥미가 생긴다. 역사와 사람, 문학, 기행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는 정말 독특하고,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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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콜릿과 이별 중이다 - 먹고 싶은 충동을 끊지 못하는 여자들의 심리학
윤대현.유은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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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독특해서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싶었는데 다이어트와 관련된 여자들의 심리에 대한 조언을 담은 책이었다. 끊임없이 다이어트에 도전하지만 또한 끊임없이 요요 현상에 시달리게 되는, 결국은 그 이유가 몸의 문제가 아닌 ‘마음의 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요즘은 여자뿐만 아니라 ‘초콜릿복근’ 이 뭔지 남자들도 다이어트 대열에 참여하고 있으니, 다이어트를 하기 전에 한번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몸만 고생시키는 건 아닌지 꼭 한번 생각해보길. 다이어트라는 지옥불에 자신을 너무 쉽게 밀어 넣고 있는 건 아닐까.

“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어요.” 라는 말은 “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야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요.” 라는 의미다. (p27)

책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이 바로 자아 존중감이나 자기애 같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 이렇게 바쁜데 무슨! ’ 이나 ‘ 겨우 그정도..’ 하며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여자들이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는 이유 중 많은 부분이 남자친구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다이어트를 통해 살을 빼서,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거나, 살을 빼고 나서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 등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끊임없이 묻는다. 그렇게 해서 당신 스스로 행복해지는지, 하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 한 가지에 인생의 모든 걸 걸지 마라,’고 주문하고 싶다. 만약에 그 하나를 잃어버리게 되면 마치 인생의 전부를 잃는 것처럼 삶을 송두리째 도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설사 그 길이 내가 간절히 원하는 길이라도, 언제 어디서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니 같은 길을 동행할 친구나 발병이 나면 업어줄 연인, 길의 정취를 느끼는 마음의 여유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 (p120)

‘마음의 허기’ 때문에 몸을 혹사시키는 주제를 담고 있으니 마음의 허기를 없애기 위한 방법, 마음을 위로하는 법이 무엇이 있을지도 알려준다. 그리고 ‘식욕은 위가 아니라 뇌가 관장’함을 깨닫고 본인의 생각을 바꾸라고 말해준다. 다이어트에 관해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뺄 수 있을까’를 알려주는 책보다 나는 이런 책이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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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느낌 - 삶의 쉼표를 찍고 싶을 때
최보원 글, 최용빈 사진 / 낭만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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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방콕은 여자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여행지 중 하나라고 얘기를 듣긴 했지만 내 흥미 밖에 있던 장소였다. 끈적끈적한 무더위와 마사지, 카오산 로드... 내가 방콕을 생각하면 떠오르는게 이런 것이었다. 하지만 <방콕 느낌>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방콕에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방콕이 이런 곳이었어? 뭐 이런 느낌이었달까...




수상 시장이나 배낭 여행객들의 천국 카오산 로드에서 본 약간의 험난한(?) 여행이 방콕 여행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내게 이 책은 아니야, 럭셔리한 방콕을 보여주지! 라고 작정한 듯 깔끔하고 ‘로망’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여행 코스를 보여준다. 나의 여행 취향이 자연 좋아하고, 배낭여행도 좋아하고... 뭐 그렇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닌가보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철저히 도시형 인간이 되었나보다.. 책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도심에서 아트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좋고..  비밀의 정원같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고, 도심을 걸으며 비닐봉지에 담긴 커피를 마셔보는 것도, 태국의 독특한 의류를 구경하거나 입어보는 것도 모두 흥미로워 보인다. 방콕이란 도시는 도시답게 서울과 비슷한 것도 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도 분명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보러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여자 친구들과 함께 떠나고 싶은 여행지, 방콕.. 왠지 방콕은 그렇게 내게 기억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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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시모키타자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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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보니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는 언제나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이 있었다고 생각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함께 하지 않았다. ‘Ohno Mai' 라는 새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도 나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보아 와서 그럴까 왠지 아쉽다. 이름도 비슷해서 혈연 관계가 아닐까 생각도 했었는데 말이다.

  <안녕 시모키타자와>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끌렸다. 한 장 한 장 넘겨 읽어나가자 더욱 마음에 들었다. ‘시모키타’라고도 불리는 이 동네는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이렇게 잔잔한 소설로 만나니 새롭고,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초초난난>이라는 소설 속의 야나카도 이런 느낌이 아니었던가, 기억이 떠오른다.

  어이없게 아빠를 잃은 요시에가 시모키타자와에 이사를 오게 되고 마음을 둘 곳 없었던 엄마가 잠시 와서 의지를 하게 된다. 이들에게 시모키타자와는 위안의 장소이자, 앞으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장소가 되어준다.

어렴풋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가 언어로 분명하게 말해주면 이렇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p10)

“ 하지만 ‘ 어른이 되어 반듯하게 제대로 살다 보면 어떻게든 된다.’ 라는 가르침으로 나를 세뇌한 이 세상 모든 것에, 지금은 그저 반항하고 싶은 기분이야. ” (p28)

사소한 실수라도 내 안에 남은 앙금을 그냥 내버려 두면 오래 지나지 않아 자신에게 틀림없이 되돌아온다는 것을 나는 배워 가고 있었다. (p53)

<안녕 시모키타자와>의 분위기는 상당히 독특하다.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의 분위기가 원래 이랬나?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얼마 전 <그녀를 위하여> 라는 작품을 읽을 때와 또 다른 느낌이다. 요시에처럼 갑자기 성숙해져 버린, 무언가 큰 일을 겪고 난 후 커져 버린 사람의 마음 같다.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녀의 작품을 읽고 이렇게 감동스러웠던 적은 처음인 듯 하다.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 반짝 빛나는>을 읽고 난 후의 느낌과 비슷하다. 내가 선택하여 살고 있는 삶이, 하루하루의 일상이 이렇게나 특별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너무 느리고 쓸모없는 것 같은 하루가 모여 만든 어떤 깨달음이 다른 시선으로 지켜보면 특별하고 멋있게 보일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빠의, 남편의 죽음을 바라보는 모녀의 시선이 다르다는 걸 확실하게 알려준 것도, 서로가 위기라면 위기일 그 시기를 어떻게 버티는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는 굳건한 힘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게 된다. 심지가 굳은 사람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 중심이 잘 잡혀 땅 속에 뿌리를 깊게 낸 단단한 나무를 보고 있는 것만큼이나 왠지 뿌듯하고 믿음직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도 좋다. 시모키타자와에서 각자의 단단한 삶을 만들어 나가는 가게 주인들도 좋다. 배경 안으로 스며들어간 사람들 이야기가 정말 좋았다. 이런 동네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걸 보면 정말 재밌게 읽은 것 맞나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예전 작품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작품이 몇몇 있는 것 같은데 의외로 기억에 남은 작품이 하나도 없다.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떤 느낌으로 기억될지 기대된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는 시간이 지난 후 깨닫게 된다는 삶의 이치 때문일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해하는 폭이 달라지는 책이 분명 있나보다. <안녕 시모키타자와>란 책 한권을 읽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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