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시모키타자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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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보니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는 언제나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이 있었다고 생각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함께 하지 않았다. ‘Ohno Mai' 라는 새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도 나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보아 와서 그럴까 왠지 아쉽다. 이름도 비슷해서 혈연 관계가 아닐까 생각도 했었는데 말이다.

  <안녕 시모키타자와>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끌렸다. 한 장 한 장 넘겨 읽어나가자 더욱 마음에 들었다. ‘시모키타’라고도 불리는 이 동네는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이렇게 잔잔한 소설로 만나니 새롭고,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초초난난>이라는 소설 속의 야나카도 이런 느낌이 아니었던가, 기억이 떠오른다.

  어이없게 아빠를 잃은 요시에가 시모키타자와에 이사를 오게 되고 마음을 둘 곳 없었던 엄마가 잠시 와서 의지를 하게 된다. 이들에게 시모키타자와는 위안의 장소이자, 앞으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장소가 되어준다.

어렴풋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가 언어로 분명하게 말해주면 이렇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p10)

“ 하지만 ‘ 어른이 되어 반듯하게 제대로 살다 보면 어떻게든 된다.’ 라는 가르침으로 나를 세뇌한 이 세상 모든 것에, 지금은 그저 반항하고 싶은 기분이야. ” (p28)

사소한 실수라도 내 안에 남은 앙금을 그냥 내버려 두면 오래 지나지 않아 자신에게 틀림없이 되돌아온다는 것을 나는 배워 가고 있었다. (p53)

<안녕 시모키타자와>의 분위기는 상당히 독특하다.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의 분위기가 원래 이랬나?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얼마 전 <그녀를 위하여> 라는 작품을 읽을 때와 또 다른 느낌이다. 요시에처럼 갑자기 성숙해져 버린, 무언가 큰 일을 겪고 난 후 커져 버린 사람의 마음 같다.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녀의 작품을 읽고 이렇게 감동스러웠던 적은 처음인 듯 하다.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 반짝 빛나는>을 읽고 난 후의 느낌과 비슷하다. 내가 선택하여 살고 있는 삶이, 하루하루의 일상이 이렇게나 특별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너무 느리고 쓸모없는 것 같은 하루가 모여 만든 어떤 깨달음이 다른 시선으로 지켜보면 특별하고 멋있게 보일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빠의, 남편의 죽음을 바라보는 모녀의 시선이 다르다는 걸 확실하게 알려준 것도, 서로가 위기라면 위기일 그 시기를 어떻게 버티는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는 굳건한 힘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게 된다. 심지가 굳은 사람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 중심이 잘 잡혀 땅 속에 뿌리를 깊게 낸 단단한 나무를 보고 있는 것만큼이나 왠지 뿌듯하고 믿음직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도 좋다. 시모키타자와에서 각자의 단단한 삶을 만들어 나가는 가게 주인들도 좋다. 배경 안으로 스며들어간 사람들 이야기가 정말 좋았다. 이런 동네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걸 보면 정말 재밌게 읽은 것 맞나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예전 작품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작품이 몇몇 있는 것 같은데 의외로 기억에 남은 작품이 하나도 없다.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떤 느낌으로 기억될지 기대된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는 시간이 지난 후 깨닫게 된다는 삶의 이치 때문일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해하는 폭이 달라지는 책이 분명 있나보다. <안녕 시모키타자와>란 책 한권을 읽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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