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 - 절망의 섬에 새긴 유배객들의 삶과 예술
이종묵.안대회 지음, 이한구 사진 / 북스코프(아카넷)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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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사이트에서 어떤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발견한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남해의 섬을 방문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는데, 남해의 풍광보다는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하는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 라는 독특한 제목도 호기심을 부채질했다. ‘절해고도’는 알겠는데 ‘위리안치’는 무슨 뜻일까?

그러다가 이번에 ‘위리안치’의 뜻을 알게 되었다.

위리안치 :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치고 중죄인을 엄중히 가두는 형벌. 밥을 나르는 하인만 작은 개구멍으로 출입하도록 허용했으므로 유배라고는 하지만 감옥살이나 다름이 없다.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 라는 책은 이렇게 섬으로 유배를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위리안치’라는 벌은 조선의 연산군이 처음으로 시행을 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연산군 역시 나중에는 교동도라는 섬으로 ‘위리안치’ 되는 처벌을 받게 된다. 조선 시대에는 다른 시대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유배의 형벌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그만큼 정쟁이 치열하여 정쟁에서 밀려나면 살기를 바라지 말아야 했던 시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위도, 거제도, 교동도, 나로도, 대마도, 진도, 백령도, 제주도, 흑산도, 녹도, 남해도, 신지도, 임자도, 추자도... 이런 섬으로 유배를 받아 위리안치되었던 사람들. 그들에 얽힌 이야기와 섬이 이렇게 흥미로울줄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섬이란 장소가 주는 느낌은 과연 어떤 것일까?

제주도에서 한동안 머물렀던 경험을 보자면, 호쾌하고 바다를 앞에 두고 있어 가슴이 탁트이는 느낌 보다는, 격리되어 있는 듯한 외롭고, 쓸쓸한 감정이 먼저 떠오른다. 특히나 사람이 없는 곳에 외따로 있게 된다면 그 느낌은 분명 더 강할 것이고, 어쩌면 뼈에 사무칠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이렇게 텅 비어 있는데 아름다운 자연이 무슨 상관이었을까.

물론 섬에 유배되어 외로움에 절절매다 죽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 책에는 그런 사람들보다는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 더욱 문학이나 학업에 매진하여 후세에 기록을 남겼던 선비 위주로 소개되어 있다. 쓸쓸하고 허전한 마음을 시를 지으며 달래거나, 아름다운 꽃을 보거나 섬을 돌아다니며 기록으로 남기고, 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들의 유배 생활을 보고 있으면 사람이란 아주 작은 실낱같은 희망에도 살아갈 수 있고,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자신이 있는 장소를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만드는 힘을 가진 존재란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있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속에 유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시대상을 요약해 놓았지만 그보다 더‘를 원하게 되는 나의 욕심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 즐거운 섬여행만 생각했는데, 슬픈 역사와 관련된 사람들의 섬, 유배지로의 섬이란 다른 시선을 알게 되었다. 그 흥미로운 시선이 주는 이야깃거리에 절해고도를 방문하고 싶어지지 않았을까? 책을 읽은 나도 이제는 책보다는 절해고도에 더 흥미가 생긴다. 역사와 사람, 문학, 기행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는 정말 독특하고,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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