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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로망 백서
박사.이명석 지음 / 북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성스러운 물건도 개떼처럼 모아놓으면 이렇게 보이는구나
십여년 전에 오래도록 희망이었던 유럽여행을 갔었다.
그리고 그 희망사항중에 한가지.
아침 일찍 친구와 둘이 숙소를 몰래 빠져나와
길가 정류소라 생각되는 곳에 서서
기다렸다. 이층버스를.
빨간색의 이층버스가 정말 꼭 한번 타고 싶었다.
너무 춥고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
정말 이곳이 정류장 맞나.
버스가 왔는데 이층버스가 아니면 어떻하지?
만약 탔다가 멀리 가버려서 길을 잃으면 어떻하지?
하면서도 돌아가자는 친구를 잡고 조금만 조금만
하고 기다렸었다.
드디어 저기 멀리서 나타나는 빨간 이층버스
흑인기사아저씨의 얼굴을 보며
손가락 하나 세우고 양손을 좌악 벌렸다.
(양손에는 영국 잔돈이 몽땅 )
아저씨 ... 들여다보더니 무엇무엇인가
대여섯개를 집어 들었다.
우리는 신난다고 뒤로 들어가 이층으로 올라갔다
푸...너무 이른 시간이라 못 올라간다구 ..흑흑
벅벅 우겨서 들여다 보고 왔는지 한발짝이라도 떼고 왔는지
못 올라간다고 해서 바로 항복하진 않았을 텐데..
그 다음의 기억은 사악 사라지고..
아무튼 돌아오는 길에 수퍼마켓(?)에 들려 가지고 있는 잔돈만큼
초콜릿을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다 먹었다.
정류장의 추웠던 기억, 아저씨께 펼쳐든 손바닥의 동전들
그것이 내 여행중에 가장 큰 로망이었다.
이들의 로망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와..하면서 악수하고 싶다.
여행가방을 싸는 로망..거울을 들여다 보고 있나 싶다.
밤이면 밤마다 여행가방을 풀렀다 묶었다.
정말 가슴 설레는 일.
시간에 밀려 곁눈으로 훓어 보면서 바쁘게 걸어다니던 일
잠자는 걸인옆에 쪼그려 앉아 사진찍던일.
별것도 아닌 일을 별일도 만드는 것이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같다.
-성스러운 물건도 개떼처럼 모아놓으면...
어찌 저렇게 표현하는지 정말 기막히게 오지다.
그들의 사사로운 로망이 읽으면서 세운 나의 계획
- 텐트와 코펠을 산다.
-한달에 한번은 집에서 잠 자지 말자
한달에 한번은 집에서 안자고 싶은데 잘 잔다. 텐트와 코펠. 텐트를 사고 코펠도 샀다. .근데 잠이 와서 쓰러지겠다. 이렇게 밤문화가 점점 멀어지면 나이가 들어가는 건데..잠이 무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