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불빛 (양장)
셸 실버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이기심 많은 아이의 기도

이제 잠들기 위해 자리에 누웠으니
내 넋을 지켜 주세요
그리고 만일에 내가 깨어나기 전에 죽거든
내 장난감들을 몽땅 망가뜨려 주세요.
그래야 다른 애들이 못 가지고 놀죠.
아멘.

 이마에서 정수리까지는 맨숭맨숭한데 수염은 그야말로 더부룩하니온통 귀부터 뒤통수에 연결해서 아래쪽으로 한바구니 있어보인다  사진이 그렇다.  실제 저 부분의 어둠이 머리카락이 아닐수도 있다

꼬마의 기도가 실린 [ 다락방에 불빛을] 에서는 그렇다
[골목길이 끝나는 곳] 에서는 명상하는 수도자같은 머리스타일이지만 눈빛은 무척 날카로운 맨발에 기타를 앞에 두고  의자에 앉아 있는 전신이 보인다.  사람좋아보이는 웃음기의 수염더부룩이와는 사뭇 다르다. 그래도 그의 두 책은 차암. 좋다.

1989년도에 이 책을 샀나보다.  어떤 책이 먼저인가 살펴보다가 재판의 날짜가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가격. 우와..2900원.
누군가의 말대로 참 '착한가격'이다.

하나 더 읽어 보면

보물찾기

무지개가 끝나는 곳에 숨겨진
황금단지를 찾으러 나는 길을 떠났다.
나는 찾고. 찾고, 찾고, 찾고,
찾고, 또 찾았다. 그런데-
풀숲 깊숙이에 그게 있었다
뒤틀린 고목나무 가지 밑에.
그건 내 꺼가 됐다, 내 꺼가 됐다, 내 꺼가 됐다,   마침내...
그런데, 내가 찾고 있었던 게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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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

해냈다, 해냈어!
맞춰 봐, 내가 뭘 해냈는지!
해에다 꽂아서 켤 수 있는 전등을 발명해낸 거야
해도 그만큼 밝으면 충분하고
전등도 그만큼 단단하면 충분한데,
아,  참,  잘못 된 게 딱 하나 있어....
줄의 길이가 충분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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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도깨비

귀신을 만났지,  그런데 머리통을 내놓으라곤 하지 않더군.
강릉 가는 길이 어디냐고만 물어.
악마를 만났지. 그러나 내 혼 따윈 필요가 없대.
자전거만 며칠동안 빌려 달라고 하더군.
흡혈귀를 만났지.  그런데 피를 요구하진 않았어.
잔돈 좀 바꿀 수 없느냐고만 하더군.
늘 무던한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데
매번 그놈의 때가 좋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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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가 읽어왔던 책을 생각해보면 그냥 그 순간 시간을 때워주는 책도 있고 며칠동안 우울하게 하는 책도 있고 옆에 친구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도 있고 읽으면서 몸부림치게 지루한 책도 있고 분명 읽을때는 감동받아 밑줄도 그었는데 몇년뒤에 내가 그 책을 읽었었구나 할만큼 깜깜하게 잊어버린 책도 있다.물론 이 경우는 나에게 충격받는다. 

셀 실버스타인.  그의 이름은 익숙하지 않아도 그가 썼던 글은 한번쯤 어디에선가 낯익은 내용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잃어버린 한조각 나를 찾으러] 등은 익숙할것 같다.  그 책들도 참 좋은데 너무 교훈적인 냄새가 나기도 하고 너무 착하기도 해서  좋아하기에는 내가 많이  꼬인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골목길이..][다락방..]등이  좋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 책들이 나의 한 부분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착하거나 건설적인 내용에  섬뜩한 반전을 기대하고 잔인하고 소름끼치는 내용에서도 정신적으로 건강할수 있는 싹을 찾아내려고 한다.  지금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안되면 말고'의 정신같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가장 많이 보여주고 있다.
 

글과 그림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떤 글은 그림을 위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그림이 없으면 도저히 심심해서 먹을수 없는 떡볶이 같고 색깔이 하얀 자장면 같다. 그러면서 그림은 글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그냥 낙서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어쩐다구..이다.  신부는 있는데 신랑이 없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얇지 않은 부피의 이 책이 2900원이었다니. 자랑스런시대일까 서글픈시대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그때 작가들은 어떻게 밥먹고 살았을까? 한다.  십년후에 7000원으로 올랐다. [폴링 업]이 절판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나왔다는데 얼마인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 

 
지금은 돌아가 하늘에서 농담따먹기 하면서 수염에 걸친 스파게티 한조각 떼어내며 발가락 사이에 때를 벗겨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누군가 만나면 그 손으로 악수를 청하며 꼭 안아줄것같다.
그럼 나는 내 코딱지를 한번 후비고 그 손으로 악수를 청하며
꼭 1분간 안고 있고 싶다.
당신이 있어 내 삶의 많은 부분을 행복으로 이해할수 있었다고.

'당신이 살아오면서 가장 영향받은 책'을 말해보시오.
라고 누군가 말했을 때 무엇일까 무었일까 생각하면서 딱히 말할수 있는 책이 없어..속상했는데 지금은 말할수 있다.
말할수 있게 기억을 돌려준 오늘 하루가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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