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보물창고 - 공상 소년소녀가 떠나는 파리 뒷골목 탐험-보물창고 시리즈 보물창고 시리즈
박은희 글, 이경인·박은희 사진 / 브이북(바이널)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파리의 보물창고
- 공상소년소녀가 떠나는 파리 뒷골목 탐험.
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판형에 구름이 드리운 파리의 하늘이 표지 그림이다.  이건 파리에 사는 유학생부부? 가 어디어디 가서 무어무어 보고 무어무어 먹었고 누구누구랑 놀면서 싸돌아다니는 기록이다.

마음에 드는 가게는 꼼꼼히 사진 찍어서 작은 사진들 엉덩이에 숫자 붙여놓고 그 숫자들 한쪽 귀퉁이에서 설명 들어간다. 자신들의 눈길을 끌었던 모든 것들의 기록이다. 

지금 중간쯤 읽고 있는데 그냥 아무때나 그냥 저냥 손에 꼽히는 가까운 곳에 두고 읽고 있다. 실은 보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그림 따라가고 아무 생각없이 그림보다 따뜻한 색감들이 어울러진 장면장면들을 보고 있다.

손 가까운데 두고서 쉬고 싶을때 멍하니 텔레비젼 때리는 거보다 이것을 들여다 보는게 낫겠다 싶어 샀다. 그래도 여전히 텔레비젼 때리는 것이 훨썩 재미나긴 하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취향을 뭔 생각으로 들여다 보느냐 하는 질문 가끔 받으면  그럼 나는 뭐라 대답할까..다른 사람 섹스하는 거 구경하는 거보다 건강하지 않느냐..라고 답해야지 했다.

들여다보기 한다. 다른 인간들 사는 거.

그렇지만 내 취향은 알록이달록이들 모여 있는건 뭐든지 한번은 들여다보는 게 내 취향이다. 종이가 되었든 색연필, 색종이. 인형들, 사탕들.. 특히 막대사탕. 기다란 지팡이 모양으로 달린 애들. 참 좋다 거의 사 먹은 적은 없지만 그 막대사탕을 보노라면 그냥 혼자 기분이 좋아지면서 '와..이쁘다' 한다. 

이 책은 그런 막대사탕같다. 
얼핏 보고 있으면 아무 것도 없이 그냥 그네들이 좋아하는 것들 늘어 놓은 것들인데 내가 지쳐있을때 몇장씩 들여다보면  위로가 된다. 
작은 사진안에 들어있는 큰 아이스크림, 치즈 범벅으로 보이는 스파게티, 안개가 끼어있는 듯한 카페전경들, 꽃무늬 화사한 블라우스들,노란 봉투의 장바구니들, 미니카, 오토바이들..사진 사진 사진

내 머리만큼 큰 막대사탕같으면서 달콤한 치즈케잌 같은 책이다.
고양이처럼 늘어져 막대사탕 혀바닥으로  끝까지 다 녹여서 먹을수 있는 게으른 행복을 갖을수 있을까.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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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동물원 범우희곡선 8
테네시 윌리엄스 지음, 신정옥 옮김 / 범우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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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 읽어보는 시나리오인데 술술 잘 넘어가더라. 인간들 대사들로 이루어져서 그런가' 라고 했다
그랫더니 내게 '세익스피어거 안 읽었어? 그것도 시나리온데'
그렇네. 어린이용 세익스피어였더라도 그것도 시나리오네
어릴적에 샤일록의 이름이 참 인상적이었는데..그 사람 이름 뒤에 따라오는 점 두개에 대사들이 신기했었는데 까많게 잊었다
세익스피어의 희비극들이 시나리오였던것을..
이런 경우 전에는 ' 도체 내가 기억하는 것은 뭐냐' 했다
지금은 .. 그렇구나 그럴수도 있지 뭐. 한다

토론 도서로 선정해 놓았지만 일들이 많아서인지 읽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안 읽은 사람들이 역활 하나씩 맡아서 어느 부분 읽어보자.
아만다, 톰, 로라, 짐. 이렇게 해서 앞 부분과 중간 부분을 읽어보자 했다.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책 안 읽은 사람 위주로 골랐다

막상 대사글을 따라가보니 그냥 혼자 머리속으로 읽을때와 느낌이 색달랐다. 어..저런 목소리의 톤이 아닌데 , 로라는 저렇게 씩씩하면 안되는데..아만다의 목소리가 조금 더 들떠야 하는데. 톰은 더 무거워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유리동물원의 인물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순전히 내 개인의 느낌만 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읽어오길 잘했다. 저렇게 읽어가라고 했으면 뒷골이 간지럽다. 
대사 위주로 들어오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생각들이 손에 잡히게 다가왔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거야 라고 추측하면서 읽다가 그 사람의 생각을 바로 듣는 것은 속도감이나 현실감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더구나 그것을 즉석에서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로 들으니 또 달랐다. 아..안 어울리네 ^^ 하면서.

허영심 많고 과거에 사는 이기적인 아만다. 연극으로 옮긴다면. 박해미가 딱 어울리겠다. 그럼 로라는? 윤정희. 짐 역활은 정준호(왜 난 이 사람이 가벼움이 대명사처럼 느껴질까. 대발이아재라서 그런가 왠지 그 사람이 진지하게 각을 잡아도 영..솜털처럼 가벼운 존재감이라니) 톰은 못 골랐다. 섬세하기도 하면서 고통도 아는데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은 믿음직 스럽지 못한..그러면서 뭔가 아는 톰. 못 골랐다.

난 아만다와 같은 부류가 싫다. 그녀의 허영심 많은 이기심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절제못하고 읽지도 않은 책을 이리 사 대는 것을 보면 말이다. ^^  그렇긴 해도 로라와 같은 부류도 싫다. 순수하다는 것은 그 만큼 다른 이들에게 세상 살면서 이루어지는 진흙밭에서 굴러야 하는 일들을 다른 이들이 대신 해야 한다. 그 순수함을 지켜주기 위해서. 깨질까 부서질까. 그랬다 로라가 짐의 문을 열어주지 못하겠다는 그 부분을 넘어가면서 어둠속에서 촛불에 의지해 짐과 이야기 하면서. 내 마음이 조마조마 하면서 짜증스러웠다. 깨질게 분명한데..그녀의 유리동물원이 내가 꿈꾸는 삶의 세계와 통하는 면이 있어서 조마조마했다. 

누군가 돈이 진짜 진짜 많으면 무엇을 할거냐고 물었다.
' 썸머힐 학교(십여년 전에 티브이에서 보았던 여름 학교) 같은 그런 학교를 만들고 싶다'   지금의 대안학교 이리라. 나의 생각과  멀리 가고 있는 대안학교.

그 안의 세계를 이상적으로 꿈꾸는 내 세계도 로라의 유리동물원과 다를게 뭔가 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있는가 문 열어주는 것에조차도 겁을 집어 먹는 로라. 그녀에게 짜증내고 있는 내가 실은 내게 짜증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글 남기면서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있나? 하고 다시 되묻는다. 뭔가 끄적거려야 하니까 말을 만드는데 아닌가 할때도 있다. 또 가끔은 아..그렇구나 하면서 다시 책을 이해하기도 한다. 올해는 후자가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보는 버릇도 조금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도.

희곡이 생각보다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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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휴식 - 마음의 평안과 자유를 얻은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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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정신분석에로의 초대]를 샀었다. 어떤 계기로 샀는지는 모르지만 암튼 내 책꽂이에 꽂여 있는걸 보니 그의 이름을 어디에선가 들었을것이다 했다. 5.18도서관에서 그 사람 강의가 있다니 한번 들어볼까 무료로 한다니 더 좋구나 하고 들었다

약력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의 과거 전력 화려하더라. 그에 비해 그 사람이 강의하는 스타일은 깔끔+ 소탈 + 편안함 + 몰입= 팬!

동그란 얼굴에 웃는 표정이 편안한 옆집 할아버지 같은데 (나이에 비해 분위기가 할아버지 분위기다. 아마 70이 되어도 저 분위기 80도 그다지 다를거 같지 않다) 강의 시작 첫마디부터 바로 본론이다. 인사말같은거 생략하고 1시간 30분 내내 단 한마디도 허튼 말없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귀에 쏙쏙 박히게 강의를 하고 계신다. 수많은 방청객들 앞에서나 동네 아줌마들 몇몇 놓고 강의를 하나 아이들 몇몇에게나 엘리트사원들 앞에서나 같을거 같다. 누구한테 잘 보이려거나 무언가 열심히 이 사람들한테 전달해줘야지 하는 열의보다 무언가 더 큰 묵직한 에너지를 그냥 느끼게 한다. 듣는 사람의 수준에 맞게 강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과 함께 알라딘에서 그 사람과 관련된 책을 네권을 질렀다. 다행히 누군가 중고로 모두 내놨더라. 고맙십니다 하고 받았다.

그 첫번째 책. 강의중에 우리에게 말했던 책. 그래서 그 책에 들어있는 내용과 강의내용이 비슷한것이 많았다. 책보다 강의가 더 좋네 하면서 읽어내려가면서 마지막에 이르러..

버트란트 러셀 " 예수는 오른 뺨을 때리는 자에게 왼 뺨을 돌려대라고 했다. 이것은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자학적인 요구다. 어떻게 사람이 그런 일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나는 이런 요구를 하는 예수를 믿을 수가 없다." (그는 노벨문학상에 철학 논리학 수학의 대가란다)  이에 대해 그의 논리를 반박할 말이 없어 이무석교수는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다 김성희 교수가 " 예수의 오른 뺨을 돌려대라는 말씀의 의미는 어른스러운 삶을 살라는 것이었다"  앵무새죽이기의 '아빠'의 행동이 떠오르면서 그 사람이 살았던 방식이 이런 거였다. 그 삶의 방식이 작은 진동으로 들어왔다. 그 진동을 계속 울리게 하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할까.

그 방법을 뒤에 6단계에 걸쳐 가볍게 설명해준다.

1.마음이 나에게 말을 건다-그 말을 들어 보자
( 고통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러나아무도 그것을 원치 않는다)

2.사실 나도 나를 잘 모른다 - 나를 이해하자

3.현실을 인정할때 오는 평화로움 - 그 힘을 느껴보자    ( 주여. 제가 '꿀 수 있는 일'은 바꿀 수 있도록 힘을 주옵소서. 그러나 제가 '바꿀 수 없는 일'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내심을 주옵소서. 그리고 제게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주옵소서."-기도문)

4.좋아도 내가 좋아하고 미워도 내가 미워한다-내가 내 마음의 주인다.

5."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좋은 반사 대상을 만들자

6.내가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내가 먼저 손 내밀자
  (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이다)

큰 제목만 보면 그 말이 그 말같다. 이런 말들도 처음 들을때보다 자꾸 듣다 보면,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잘 들어다 보려고 해야 알수가 있는 거 같다.

내게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어.라고 머리에서 논리적으로 풀어서 알아진 지식은 도움이 안된다. 그것을 감정적으로 충분히 반복해서 스스로 알아채어지는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다. 

난 지각을 아주 잘 한다. 약속에 지각하지 않는 법이 없다. 늘상 지각하면서 남들이 지각할때 정말 화가 난다. 그렇지만 화를 잘 못낸다.평소에 내가 했던 생활이 있어서.  지각하는 것을 왜 그럴까 하고 곰곰 생각했었다. 아주 과거에 돌아가서.

아빠가 내게 동생들 둘을 빵집에 맡기고 잠시 일보러 가셨었다. 그때 내 나이가 아마도 초등 1년 여름정도 일것이다. 에어콘이 틀어져있는 바로 앞 자리에 앉아 사라진지 2-3시간 후에 나타나셨다. 그 시간동안 에어콘 바람의 한기, 지나다니는 점원언니들의 눈총. 주인이 와서 '아빠가 언제 오는지.' 물어보는거. 빵을 하나씩 하나씩 시키면서 자리잡고 있는거에 대해 자리값, 빵을 너무 많이 먹으면 아빠한테 꾸중들까 하는 두려움에 조각조각 내어 빵 먹던 거.아무것도 모르는 동생들이 나를 바라보던 눈동자, 그런 기억이 떠올랐다. 그 빵집의 모습이 아주 생생하게 에어콘 바람까지도 느껴지게 생생했다. 문 열릴적마다 누굴까 아빠일까 하고 쳐다보는 내 마음들이 선명하게 남아 아프게 하고 있었다. 아빠의 그 일이 바둑두는 거라는 것을 안다. 중요한 일도 아니고 바둑이라니.. 아빠가 우리를 데리러 오지 않으면 어떻하나 하는 불안감이 컸었다. 그런데 정작 아빠가 우리를 데리러 왔을때 그거에 대한 불안감이나 서운함을 전혀 말하지 않고 데리러 와준거에만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었다.부모가 자식에게 당연 했어야 하는 일에 아직도 '감사'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니..만약 내 남편이 우리 애들에게 그런 일을 했다면..용서하기 힘들었을거다. 실은 내 아빠가 우리에게 잘못했는데 내 아빠라..그렇게 표현을 못하고 있었다. 아빠가 나빴다. 정말 나빴다..

늦게 가야 내가 그 약속에서 바람맞지 않을거라는 안심을 하나보다. 먼저 가서 기다리면 수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다. 혹 무슨 일 있어서 안 나오는거 아니야. 약속장소나 시간이 변경됬는데 나만 모르고 나온거아니야.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좌절감 서운함 배신감..별별 느낌들이 스쳐지나갔었다.  버림받을지 모르는 어릴적에 공포심이 커서 약속시간에 늦게 나가게 만드는 원인이 된게 아닌가..

수 많은 생각들이 왔다 갔다 한다. 피곤하다. 이렇게 쓰고 나니까 많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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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0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약속에 먼저 못 나가는 맘, 이해할 것 같아요.
내 아빠라서 말할 수 없었던 아픈 기억~~~
아버지 살아 계시면 얘기하면서 상처가 치유되면 좋겠네요.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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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읽은 줄 알았다.
워낙 유명한 책이기도 하고 내용도 알고 있는거 같아서
다시 읽으려고 보니 책이 없어져서 버린줄 알았다.
중고로 다시 사서 읽고 일주일 지나니 한겨레출판으로 있드라
서문도 있고 세세한 제목을 달았고 5800원의 환상적인 가격.
뒤적거려 보니 1996년에 나왔네. 십년전. 그만큼 번역에 차이가 있긴하다.   

 -어린애가 무엇을 묻거든 제발 직접 대답해줘. 대답을 지어내지 말고. 애들은 역시 애들이지만, 답을 회피하는지는 어른들보다도 빨리 알아차리거든. 그리고 답을 회피하면 애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지

여기에 나오는 아빠는 100점 만점의 부모노릇을 알고 있는 거 같다. 어느상황에서도 적용할수 있는 만점짜리 답지를 엉덩이에 감추고 있는 거 같다. 아 그 마법같은 답지를 내게 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어찌 이렇게 의리있고 인간적이면서 합리적이고 아..요즘 내가 읽는 책들에 나오는 부모들은 어찌 이리 현명하고 야무진지 진짜 의기소침해진다.  

- 손에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을 갖는 대신에 , 참으로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배우길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새로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낼때 바로 용기가 있는 거다. 승리란 드문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지

진정으로 당신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 나를 나의 가족을 향해 악담을 퍼붓더라도 그 사람의 신념으로 그렇게 행동한다면 그건 내가 간섭할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건가. 그래도 내 가족에게 그렇다면 난 이성을 잃을거 같은데..말이다.

버트란드 러셀이 그랬단다. 왼쪽뺨을 때리거든 오른쪽 뺨을 내밀어라는 예수의 말을 이해할수 없다고. 어찌 인간이 그럴수 있느냐고. 그런 말하는 예수를 믿는다는 건 있을수 없다고. 그는 노벨문학상에 철학, 논리학, 수학의 대가이다. 이런 그의 말에 대꾸할 말을 김성희(한국 최초 정신분석학자라고 합니다) 교수가 " 예수의 오른뺨을 돌려대라는 말씀의 의미는 어른스러운 삶을 살라는 것이었다"

그랬다. 앵무새죽이기의 스카웃과 젬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그것을 말하고 있다. 상대방과 같이 진흙탕에서 뒹구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신념과 의지로 행동하고 생각하라고.

그 아빠는 대로변에서나 집안 침실에서나 똑 같은 사람이라는 말에도 자극이 된다. 난 집에서 후줄근하게 있을때와 밖에 나가서 행동할때의 차이가 좀 많다. 생활에서도 이리 다른데 인격적인 면에서는 무진장하니 차이 난다. 그래서 좀 사람들 집에 들이는데 무척 많은 스트레스 좀 받았다. 지금은 40살 나이를 헛으로 먹지 않고 그냥 무질르고 앉아도 잘 있는다.

- 애티커스 핀치는 이길 수 없어. 그럴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그는 그런 사건에서 배심원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유일한 변호사야. 그러면서 나는 또 이렇게 혼자서 생각했단다. 우리는 지금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거야. 아기 걸음마 같은 것이지만 역시 걸음임에는 틀림없어.

아기 걸음마.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것이 어떤 걸음인지는 잘 모르지만 걸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물론 오늘처럼 하루종일 티브이 앞에서 리모콘으로 '패떳'을 보며 혼자 디글디글 웃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바로 걸어가려는 그 순간의 숨돌림이라고 혼자 최면거는 날이라고 ^^

머리속을 땡~ 하고 울리며 개안하게 해주는 책이다.

작가가 오로지 이 책을 하나만 쓰고 다시는 쓰지 못했다는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작가들은  살면서 갖고 있는 질문은 많지 않을것이다. 정말 중요한 하나의 질문에 답을 스스로에게 하기 위해 그 많은 글을 쓰고 있을것이다. 그 점에서  앵무새 죽이기의 하퍼 리는 작가로는 불행이지만 독자로서는 정말 최고의 작품이다.

시간이 흘러 시대가 지나가도 십대에 읽어도 삼십대에 읽어도 그에 대한 감동이 살아 있을 수 있는 책이다. 2008년에 읽은 책 중 내게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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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흙 2009-01-05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은지 무지 오래됐는데(큰아이 가졌을 때^^), 세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 마디로 '뜨거운 눈물'이었어요. 인생의 책으로 꼽을 만한! 저도 얼마 전에 사놨습니다. 다시 읽으려고.^^

파란 2009-01-06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거운 눈물. 뜨거운 감자. 뜨거운 고구마..라는 농담이 생각나네요. 인생의 책.으로 꼽을 만해요. 가끔 다시 읽어보고 싶을거 같아요.

순오기 2009-01-0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다시 읽으려고 하지만, 늘 뒤로 밀리고 있어요.ㅜㅜ
2009년엔 읽으려나~~
 
키다리 아저씨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
진 웹스터 지음, 한영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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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키다리 아저씨를 모르는 소녀가 있었을까?

내게도 소녀시절이..있었네. 이상스럽게 소녀시절보다 소년시절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내 과거의 필~은 뭘까 싶다. 그렇긴 해도 키다리 아저씨의 까만 그림자의 모습이 딱 꽂혀 있는게 소년과 소녀시절이 어중간했던 그 시기가 있었긴 했다

별 내용은 없다. 고아원에서 자란 소녀의 성장기. 여기에 에로분위기만 첨가하면 하이틴로맨스류의 소설이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와 부자이지만 약간 괴짜의 분위기의 남자. 그러긴 해도 주디 에보트양의 인생관이 정말 건강해서 하이틴로맨스를 넘어서 요즘까지도 절판되지 않고 끊임없이 출판사들이 찍어내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래서 토론에 가지고 왔던 책들이 거의 달랐다. 

좋았던 부분에 밑줄을 읽어주는데 느낌이 너무 달라서 옮긴다.

문예출판사 -아저씨 이렇게 기분 나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는 애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인격이 요구되는 것은 인생에서 큰 난관에 부딪혔을 때뿐만이 아니에요. 누구든지 위기를 당하면 불발할 수 있으며 커다란 비극에는 용기를 가지고 대적할 수 있으나 일상의 사소한 예기치 않은 사고들을 웃음으로 맞으려면 정말 괘활한 '기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번역 한영환 2000년 초판)

하서출판사- 이렇게 지긋지긋한 일만 계속 일어날 수가 있을까요? 인생에서 훌륭한 인격을 필요로 하는 때는 큰 곤란에 부딪혔을 때가 아니에요. 누구든지 큰 일을 당하게 되면 분연히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또, 가슴이 무너질 것 같은 슬픈 일이 생겨도 용기를 내어 대처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매일매일의 사소한 사건들에 대해 웃으면서 대처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번역 김연희 1995년 초판)

베텔스만-이렇게 짜증나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다는 게 믿어지세요. 살아가면서 정말로 강한 정신력이 필요한 것은 크나큰 고난을 겪을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재난이 닥치고 가슴이 무너질 듯한 비극을 겪을 때는 누구나 용기를 갖고 이겨 내려고 애쓰죠. 하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사소한 짜증을 웃음으로 견뎌 내기란 정말이지...강한 정신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 같아요.( 번역 서현정. 2003초 판)

문예출판사와 베텔스만의 번역자의 글이 실려있는데 베텔스만의 번역자인 서현정씨는 나와 같은 어릴적의 키다리 아저씨의 꿈을 꾼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번역한 것이다. 그에 반해 한영환의 글은 전체적으로 딱딱하고 그냥 번역의 일로 이 소설을 바라본 글인거 같았다.  내가 산 책은 문예출판사. ( 제일 마음에 안 드는 번역이라니..중고로 팔아볼까 싶다.)

근데 어릴적에는 그냥 좋았다. 이 책이. 하지만 지금은 그냥 조금 슬프다. 내가 명작으로 다시 읽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고아원시절을 숨긴 주디의 입장과 키다리아저씨라는 숨긴 저비스도련님의 입장이 마음에 안든다. 둘다 뭐야 과거를 숨기고 있는 건 주디답지 않게 당당하지도 않고 약간 실망스럽다. 또 자신의 생각과 삶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저비스도려님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자존심이 상하거나 그것에 대한 어떤 반감도 없다는것에 대해 실망스럽다. 내가 주디 에보트에 대해 갖고 있던 당당함같은 그런 낭만이 많이 사그라들어버렸다. 그래서 조금 슬프다. 그러면서도 한구석에 키다리아저씨에 대한 향수..다 갖다 버릴수도 없고.

나이를 먹어 첫사랑을 보니 대머리에 배도 나오고 손톱에 때가 낀 그런 모습의 남자를 본다면..진짜 서운할거다. 키다리 아저씨가 내겐 그렇게 다시 왔다.

얼른 최근의 기억을 지우는 영양제를 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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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흙 2009-01-0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책, 번역이 좀 그렇군요. 지나친 직역. 95년 판이 원문에 충실한 윤문이 아니었을까 싶고요. 2003년판은 너무 매끄러워진 경향이 좀 있어요.(개인적 생각). 최근 이 책을 다시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느낌이 그런가요... 명작을 다시 읽으며 실망한 기억은 거의 없는데 말이죠. 음, 첫사랑을 이제 와 다시 보는 느낌? 전 보는 일 떠나서 보이기가 싫다는.

파란 2009-01-06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친 직역. 곳곳에 그런 부분이 있었어요. 2003년 판은 전체적으로 앞뒤가 매끄러워요. 꼭 주디 에보트양의 성격이 느껴지게 번역이 되어 있어서. 저 부분만 보기보다는. (마음에 드니까..더 밀어부혀져요). 첫사랑을 다시 본다는 건..만약 보아야 하는 일이 생기면 겨울에 보고 싶어요. 옷으로 위장할수 있게^^ 근데 가장 곤란한 순간에 부딪힐거 같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