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
진 웹스터 지음, 한영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적에 키다리 아저씨를 모르는 소녀가 있었을까?

내게도 소녀시절이..있었네. 이상스럽게 소녀시절보다 소년시절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내 과거의 필~은 뭘까 싶다. 그렇긴 해도 키다리 아저씨의 까만 그림자의 모습이 딱 꽂혀 있는게 소년과 소녀시절이 어중간했던 그 시기가 있었긴 했다

별 내용은 없다. 고아원에서 자란 소녀의 성장기. 여기에 에로분위기만 첨가하면 하이틴로맨스류의 소설이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와 부자이지만 약간 괴짜의 분위기의 남자. 그러긴 해도 주디 에보트양의 인생관이 정말 건강해서 하이틴로맨스를 넘어서 요즘까지도 절판되지 않고 끊임없이 출판사들이 찍어내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래서 토론에 가지고 왔던 책들이 거의 달랐다. 

좋았던 부분에 밑줄을 읽어주는데 느낌이 너무 달라서 옮긴다.

문예출판사 -아저씨 이렇게 기분 나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는 애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인격이 요구되는 것은 인생에서 큰 난관에 부딪혔을 때뿐만이 아니에요. 누구든지 위기를 당하면 불발할 수 있으며 커다란 비극에는 용기를 가지고 대적할 수 있으나 일상의 사소한 예기치 않은 사고들을 웃음으로 맞으려면 정말 괘활한 '기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번역 한영환 2000년 초판)

하서출판사- 이렇게 지긋지긋한 일만 계속 일어날 수가 있을까요? 인생에서 훌륭한 인격을 필요로 하는 때는 큰 곤란에 부딪혔을 때가 아니에요. 누구든지 큰 일을 당하게 되면 분연히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또, 가슴이 무너질 것 같은 슬픈 일이 생겨도 용기를 내어 대처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매일매일의 사소한 사건들에 대해 웃으면서 대처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번역 김연희 1995년 초판)

베텔스만-이렇게 짜증나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다는 게 믿어지세요. 살아가면서 정말로 강한 정신력이 필요한 것은 크나큰 고난을 겪을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재난이 닥치고 가슴이 무너질 듯한 비극을 겪을 때는 누구나 용기를 갖고 이겨 내려고 애쓰죠. 하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사소한 짜증을 웃음으로 견뎌 내기란 정말이지...강한 정신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 같아요.( 번역 서현정. 2003초 판)

문예출판사와 베텔스만의 번역자의 글이 실려있는데 베텔스만의 번역자인 서현정씨는 나와 같은 어릴적의 키다리 아저씨의 꿈을 꾼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번역한 것이다. 그에 반해 한영환의 글은 전체적으로 딱딱하고 그냥 번역의 일로 이 소설을 바라본 글인거 같았다.  내가 산 책은 문예출판사. ( 제일 마음에 안 드는 번역이라니..중고로 팔아볼까 싶다.)

근데 어릴적에는 그냥 좋았다. 이 책이. 하지만 지금은 그냥 조금 슬프다. 내가 명작으로 다시 읽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고아원시절을 숨긴 주디의 입장과 키다리아저씨라는 숨긴 저비스도련님의 입장이 마음에 안든다. 둘다 뭐야 과거를 숨기고 있는 건 주디답지 않게 당당하지도 않고 약간 실망스럽다. 또 자신의 생각과 삶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저비스도려님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자존심이 상하거나 그것에 대한 어떤 반감도 없다는것에 대해 실망스럽다. 내가 주디 에보트에 대해 갖고 있던 당당함같은 그런 낭만이 많이 사그라들어버렸다. 그래서 조금 슬프다. 그러면서도 한구석에 키다리아저씨에 대한 향수..다 갖다 버릴수도 없고.

나이를 먹어 첫사랑을 보니 대머리에 배도 나오고 손톱에 때가 낀 그런 모습의 남자를 본다면..진짜 서운할거다. 키다리 아저씨가 내겐 그렇게 다시 왔다.

얼른 최근의 기억을 지우는 영양제를 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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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흙 2009-01-0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책, 번역이 좀 그렇군요. 지나친 직역. 95년 판이 원문에 충실한 윤문이 아니었을까 싶고요. 2003년판은 너무 매끄러워진 경향이 좀 있어요.(개인적 생각). 최근 이 책을 다시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느낌이 그런가요... 명작을 다시 읽으며 실망한 기억은 거의 없는데 말이죠. 음, 첫사랑을 이제 와 다시 보는 느낌? 전 보는 일 떠나서 보이기가 싫다는.

파란 2009-01-06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친 직역. 곳곳에 그런 부분이 있었어요. 2003년 판은 전체적으로 앞뒤가 매끄러워요. 꼭 주디 에보트양의 성격이 느껴지게 번역이 되어 있어서. 저 부분만 보기보다는. (마음에 드니까..더 밀어부혀져요). 첫사랑을 다시 본다는 건..만약 보아야 하는 일이 생기면 겨울에 보고 싶어요. 옷으로 위장할수 있게^^ 근데 가장 곤란한 순간에 부딪힐거 같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