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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길을 잃었어요 ㅣ 일공일삼 7
랑힐 닐스툰 글, 하타 고시로 그림, 김상호 옮김 / 비룡소 / 1998년 1월
평점 :
절판
이사하는 날 출근하는 아빠가 듣는다
옆에 앉은 꼬마아이와 엄마의 이야기를
꼬마가 묻는다.
"아빠가 왜 필요해?"
돈을 벌어, 페인트 칠을 해, 운전을 해..등등
엄마의 답은 늘 이렇게 되돌아 온다.
"그건 엄마도 하잖아"
결국 아빠는 답을 듣지 못했고 그 날부터 길을 잃는다.
아빠가 왜 필요하지?
내가 왜 필요하지? 의 답을 스스로 하지 못한다.
새로 이사간 집에서는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린다?
아빠는 집에 가고 싶지만 무언가 기억 나지 않아서 몽롱한 환각처럼
밤을 헤매고 다닌다.
그러면서 탐험가를 만나고 속도를 즐기는 사람, 외롭고 고독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과거를 생각해낸다.
자신과 아빠의 이야기들을 그리고 자신의 지금 모습을 생각해낸다
앞으로만 열심히 나아가야 하는줄 아는 아빠들의 모습을
그리고 자신의 옛날에 살던 지금 엄마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간다.
어린시절의 자기방 모습 그대로를 보면서 잠을 청하지만 지금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닌곳. 잠들지 못하고 밤새 뒤척거린다.
집으로 돌아간 아빠는 아내에게 말한다.
"그거 [집안일] 뭐 잠시 안 하고 내버려둔다고 큰일나진 않아요. 우리가 내일 하면 되지."
"우리라고요?"
"그래. 우리가 같이 말이야."
아빠가 왜 필요할까.
남자다워야 하고 용감해야 하고 울어도 안되는 힘들때 의지가 되어야 하는..그런 면에서만이 아니다.
운전할때 끼어들기도 잘하고 길도 잘 찾고 식당에서 주문도 잘하고
전구도 잘 갈아끼우고 힘도 세고 아주 사소한데에서도 아빠들은 잘해야 한다. 그래야 남자답다고 한다. 참 팍팍한 삶이다.
뻔하게 앞날이 보이는 그네들이 어쩔땐 짠하다.
돈을 잘 벌면 티브이는 아빠 소관이다. 못 벌면 숨도 조용히 쉰다.
얇은 책 한권이 오래 남는다.
엄마는 왜 필요할까?
애들한테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너를 사랑하고 뽀뽀하고 안아주려고 태어난 사람이야
그렇지만 지금 나는 애들에게 밥 따뜻하게 먹이고 목욕 잘 시키고 손톱 단정하게 해주고 깨끗한 이부자리에서 잠 자는 모습 들여다 보는 그런 일상적인 일을 해야 한다.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만 아니라 몸이 사랑해서 정성을 담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작년에 제일 잘 한 일은 하나.
출근하는 신랑 안아주는 거. 제일 잘 한 일.
이젠 가끔 늦게 들어오는 우리를 신랑이 한명씩 안아준다.
그럼 신기하게도 기분이 샥 풀리면서 좋아진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기분이 든다.
우리의 의미를 잠깐 느낀다.
정성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해보자.
내 맘 알지? 가 아니라.
꼬리 : 며칠이 지났다.
누군가 엄마 아빠를 '필요'라는 것으로 말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존재가 아니다 라고 말한다.
곰곰..필요라는 말로 생각한다는 것은 엄마 아빠를 어떤 '수단'으로 생각하고 이용할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아빠가 왜 필요해? - 라는 문장이 꽂히긴 했지만. 꼭 어떤 수단으로서 아빠를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빠'라는 존재를 말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아빠니까..' '엄마니까..' '형제니까..'라는 말로 설명하는 말 많이 한다. 그런 말을 하는 상황들은 논리나 이해를 필요로 한다기 보다 감정에 호소하고 싶을때, 더 이상 설명하기 힘들때, 상황 정리하고 싶을때 쓰는 말들 아닌가
다그쳐세우는 말 같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는 억울하고 분한데 '형아잖아..' '큰놈이 되가지고..' 다 비슷하다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게 한다. 그냥 튕겨 나가게 만들지.
아빠니까..엄마니까. 의 더 이상 생각할꺼리나 반론이나 그렇게 막는 말로 끝내지 말았으면 싶다. 한번 생각해보라고. 스스로.
내가 아빠로 어떻게 존재하는지. 엄마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머리만이 아닌 그 생각이나 감정을 상대가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 서로 알아가면서 살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