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동양신화 중국편 - 신화학자 정재서 교수가 들려주는
정재서 지음 / 김영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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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들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야기(Story)를 함께 나누다(telling)”라고 풀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은 구전(口傳)이라는 전통적 의미를 떠나서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 즉 만화, 소설, 게임, 영화, 광고, 가상현실 등이 발전하면서 새롭게 변형되고 창조되면서 신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산업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이 하드웨어라면 소프트웨어 격인 이야기들의 원형을 보면 현대에 이르러 새롭게 만들어낸 것들보다는 인류 역사의 시원에서부터 오랜 세월 동안 우리에게 전해 내려 오고 있는 신화(神話)와 전설(傳說)을 기반으로 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앵글로 색슨의 언어와 고유 신화를 바탕으로 20세기 최고의 스토리텔링을 구현해낸 J.R.R.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나 다양한 신화, 전설, 만담에 등장하는 흡혈귀를 모티브로 위대한 문학작품을 이끌어낸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와 이를 재해석하여 세계적 흥행을 거둔 헐리우드 뱀파이어 영화 시리즈들, 유럽의 영웅 신화들의 전형(典刑)을 “우주”라는 새로운 시간과 공간으로 투영하여 멋진 영웅 스토리를 보여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성배”라는 신화적 아이템과 “퀘스트"의 해결이라는 영웅의 모험담을 결합시켜 흥미진진한 이야기꺼리를 보여주는 ”인디아나 존스“나 ”라라 크로프트“ 시리즈, 그리스 신화의 요괴 ”세이렌”의 이미지를 타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재창조하여 전 세계를 석권한 커피 체인점 회사 사례에 이르기까지 신화와 전설은 이제는 더 이상 고리타분한 옛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천년을 이끌어나갈 중요한 "이야기(Story)"로 그 위상을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그런데 앞에서 소개한 신화와 전설은 그리스, 로마 신화나 기독교를 기반을 둔 서양 신화들이 대부분으로 우리 동양 문화와 정서를 대변하는 스토리는 상당히 미흡하거나 서양식으로 재해석된 정체불명의 이벤트성 이야기로 한정되고 마는 수준이다. 중국, 일본 등지에서 동양 신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영화가 제작되고 있지만 그저 동아시아권에서나 다소 인기를 끌 뿐 세계적인 흥행으로 이어지는 작품은 가뭄에 콩 나듯이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심지어 같은 문화권인 우리들도 낯설어서 외면하고 있는 그런 실정이다. 과연 아시아권의 신화와 전설은 유럽의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양적, 질적으로 빈약한 열등적 위치에 있는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즐길 만한 신화는 과연 어떠한 것이 있을까? 우리나라의 대표적 신화학자로 알려진 정재서 교수는 동양신화도 결코 양적인 면이나 절적인 면에서 서구 신화에 못지 않은 풍성하고 놀라운 이야기와 상상력을 가지고 있고 동양의 신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데도 우리의 눈이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그에 대한 증거로 중국신화를 풀이하여 쓴 “이야기 동양신화(김영사, 2010년 6월)”을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04년에 두 권으로 출간되었던 작품을 새롭게 한 권으로 통합하고 수정, 보충하여 더욱 완벽을 기하여 제작했다는 이 책은 중국 고대 문헌의 원전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동아시아 문화권의 원류라 할 수 있는 중국 신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분류하여 동양 신화로서의 위상을 격상시킨 “동양신화 백과사전”이라 부를 만 하다.  


범람하는 외래 상상력의 홍수 속에서 동양인, 아니 한국인으로서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에 대해 이 책이 무언가를 말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것이라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는 작가는 좀 더 쉽고 흥미로운 대중적인 신화 책에 대한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느껴왔었으며, 그리스 로마 신화 등 서양 신화의 범람에 대한 우리 상상력의 위기의식과 신화학자로서의 학문적 소신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입장에서 쓰여진 읽은 만한 동양 신화 책이 없다는 현실 때문이었다고 집필동기를 밝히고 있다. 집필은 그동안 중국 신화를 연구했던 내용들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의 저명한 여러 책들에 대한 참고의 토대로 이뤄졌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관점에 있어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의 공통점과 차이점, 주변 문화 및 다원주의적 입장에서의 중국신호, 한국 문화와의 상관성이라는 관점을 시종일관 지켰다고 이야기한다. 즉 중화주의적 신화관을 무비판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입장에서 중국 신화를 다시 쓰고 한국 문화와의 연관성과 뿌리를 새롭게 인식하는 그런 작업이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제일 먼저 창조신화라 할 수 있는 혼돈(混沌)과 거인신 반고(般古), 전 세계 신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홍수설화와 인류 창조 및 인류 시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어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왕모, 무산신녀 등과 같은 여신들, 천상과 지상을 지배한 큰 신들과 자연계의 각종 신들, 전쟁과 모험의 영웅들, 각종 기이한 종족과 동식물들, 동양의 낙원인 무릉도원과 사후 세계 등 그동안 각종 소설이나 영화, 관련 책들을 통해서 단편적으로 들어왔던 중국 신화의 거의 모든 것을 망라하여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작가가 “이야기를 마치며”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책에서는 중국 신화에 곁들어 그와 유사하거나 대비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개하여 서로 다른 문화권의 신화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교 설명하고, 중국의 또 다른 구성원이자 독자적인 문화권이었던 “동이(東夷)”의 신화들을 소개하면서 한국 신화와의 연관성을 모색하고 있으며, 기존의 남신 위주의 기술에서 벗어나 여신들을 전면부에 배치하여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몇 가지 중요한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작가가 중국, 일본, 대만 등지의 박물관, 도서관, 서점 등을 몇 차례나 왕래하며 관련된 중요 자료들을 거의 망라하였다는,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이미지 자료들은 생생한 활기를 불어넣는 장치로써 뿐만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신화의 이미지를 구체화하고 시각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하는 더욱 가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만신전(萬神展)의 제신(諸神)들과 각종 요괴, 괴물 등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칠 뿐 그리스 로마신화처럼 풍부한 이야기꺼리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그동안 동양 신화가 입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복잡한 그리스 신들의 계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처럼 일목요연하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흩어져 전해왔다는 점, 유교가 지배 이념으로 대두되고 불교와 도교가 편입되면서 전통적인 모습이 각 종교나 이데올로기의 입맛에 따라 왜곡 또는 변형되어 그 원형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들을 감안하면 이만큼의 이야기꺼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내기도 여간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구미호나 삼족오처럼 한, 중, 일 삼국에 공통적으로 등장하지만 각 나라의 문화적 전통에 의해 달리 해석되는 사례들과 전승 이야기를 좀 더 풍부하게 다루었으면 하는 생각과 동양신화의 또 다른 축인 불교, 도교의 신화들과의 연관성도 좀 더 깊이있게 다루어졌으면 좀더 풍성하고 재밌는 이야기꺼리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염제”,"복희”,“치우” 등을 동이계 신들로 해석하여 우리나라와의 연관성을 찾고자 하는 시도는 자칫 민족주의적 해석이라는 논란 꺼리를 제공할 수 있어 좀 더 객관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딱딱한 학술서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쉬운 설명과 시각적 이해를 돕는 각종 사진이나 이미지로 구성된 이 책은 신화에 관심 있는 어린이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읽어도 좋을만한 재밌는 신화해설서로, 이제는 필독서로 자리잡은 그리스 신화와 더불어 반드시 읽어야 할 신화입문서로서 그 가치가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각종 신들과 이야기들이 책에서만 머물지 않고 밖으로 뛰쳐 나와 각종 만화나 소설,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로 제작되어 우리에게 선보이길, 앞으로 천년을 이끌어나갈 스토리텔링의 무한한 원천으로서 다양하고 변화하고 새롭게 창조되기를, 그래서 서구 신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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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헨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4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
버나드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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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부 윌트셔주(州) 황량한 솔즈베리평원에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거석(巨石) 유적지가 있다.  스톤헨지(Stonehenge)라 불리우는 이 유적지는 신석기 시대가 저물고 청동기시대가 시작되는 B.C. 3000년 경부터 B.C. 1600년경까지 오랜 세월 동안 세워졌다고 추정되고 있는데, 영국 고대 종교인 드루이드 교의 신전이라는 설과 이집트 피라미드처럼 통치자의 무덤이었다는 설, 오늘날의 국회의사당처럼 정치 광장이라는 설, 또는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일종의 공연장이라는 설 등 그 건축 목적이 오늘날까지도 분분할 정도로 수수께끼에 쌓여있다. 특히 유적지를 구성하고 있는 무게 5톤 내외의 거석들의 출처가 가깝게는 38km 떨어진말버리의 다운스 구릉 지대에서부터 멀게는 220km나 떨어진 곳인 남부 웨일즈 지방에서 가져왔다니 더욱 불가사의하게 여겨지고 있다.  도대체 이 유적지는 누가 건설했을까?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이러한 엄청난 공사를 했을까? 영워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수수께끼가 마침내 풀렸다. 비록 소설로이지만 히스토리 팩션의 마스터라고 불리운다는 버나드 콘웰의 “스톤헨지(랜덤하우스 코리아, 2010년 6월)”은 마치 4천년 전 스톤헨지가 건설되는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카메라로 직접 담아와 다큐멘터리 영화로 편집하여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천년 전 라사린 부족의 족장 “헨갈”은 쌍둥이 부족이었던 카살로족과의 오랜 갈등관계를 끝내고 혼인을 통해 두 부족을 하나로 묶어 평화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어느날 이방인이 옛 신전에 들어와 죽게 되고, 헨갈의 첫재 아들이자 차기 족장 후보인 “렌가”와 그의 이복동생이자 셋째 아들인 “사반”은 그 이방인 시체에서 금(金) 장식을 발견한다. 렌가는 금을 내놓으라는 아버지의 말을 거부하고 아버지와 결투 직전까지 이르게 되지만 아버지의 권위와 힘에 눌려 금을 내놓고는 평화를 주장하는 아버지를 거부하고 사라져버린다. 하지(夏至)날 헨갈과 사반, 부족 수행원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다리가 불구여서 버림을 당했던 헨갈의 둘째 아들이자 사반의 형인 “카마반” 일행은 평화를 맺기 위하여 카살로족 영토로 떠나게 된다. 거기에서 사반은 족장의 딸이자 결혼상대자인 아름다운 소녀 “데레윈”을 만나게 되어 한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고. 카마반은 여자 마법사 “사나스”의 치료로 불편했던 다리를 고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사반이 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성인식을 치루는 날, 사라졌던 렌가가 이방인 무사들을 이끌고 나타나 아버지 헨갈을 죽이고 족장에 오르게 된다. 정혼자를 형에게 빼앗기고 노예로 전락하여 부족을 떠나게 된 사반은 자신의 주인인 “하락”에게서 사실은 마법사가 된 둘째형 카마반이 자신을 죽이려는 렌가에게서 구해내기 위해 꾸민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하락의 부족이자 라사린 부족의 옛 신전에 들어와 죽으면서 금을 남겼던 이방인의 부족 “사르메닌”에 정착하게 된다. 카마반은 동생 사반에게 그를 구출해낸 이유를 말해주면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말했잖아. 만물이 변하기를 원한다고, 하지만 저절로 변하는 건 없어, 그러니 우리가 균형점을 찾아야 해. 태양이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겨울도, 질병도, 눈물도 없는 세상. 그러려면 제대로 된 슬라올 신전을 만들어야 해. 내가 원하는 건 그거야. 슬라올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는 신전”
 

사반은 거대한 신전을 지어 슬라올을 지상에 강림하게 함으로써 슬라올이 내리는 형벌인 겨울과 질병, 슬픔,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카마반의 원대한 꿈에 동참하게 된다. 사르메닌 마을에 조성되어 있는 신전의 돌들을 멀리 떨어진 라사린 마을까지 옮기는 거대한 역사(役事)가 진행되고, 수년 후 마침내 모든 돌들은 라사린으로 옮겨져 신전이 건축되기 시작된다. 그러나 신전 건축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된 카마반은 렌가에게 신전 건축의 중단과 수정을 요구하지만 자신의 정복 사업을 완성시킬 “전쟁신전”으로 잘못알고 있는 렌가가 이를 거부하자, 카마반은 렌가를 죽이고는 라사린 부족의 족장에 오르게 되고 사반에게 신전의 건축을 명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신전의 완성이 갈수록 더뎌지자 카마반의 광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게 되고 사반은 신전 건축을 더욱 서두르게 된다. 마침내 신전은 완성되고, 동지(冬至)날 신전 완성을 기념하는 제의(祭儀)이자 슬라올의 강림을 위한 의식이 벌어지지만, 카마반이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세상의 변화는 결국 이뤄지지 않고 신전의 한 기둥이 무너져 내리면서 신전은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아있게 된다. 



  역자 후기를 보니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선사시대의 생활상과 종교, 문화, 등장하는 지명과 부족, 신화 모두가 그 지역에 구전(口傳)되는 신화나 전설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 모두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서 창조된 것이라니 이렇게 방대하고 장쾌한 신화를 새롭게 창조해 낸 버나드 콘웰의 글솜씨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오게 되었다. 특히 스톤헨지를 이루는 거석들을 노예들과 소, 뗏목들을 이용해 먼 지역까지 실어 나르고, 누운 돌을 곧추 세우고 지붕을 세우는 장면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마치 외국 유명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미지가 머릿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지게 만든다. 버나드 콘웰의 작품은 이 책 한 권 밖에 접해보지 못했지만,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역사소설가”라는 찬사가 결코 허명이 아님을 입증하고도 남을 완성도와 재미를 고루 갖춘 멋진 책을 만났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세상의 균형을 찾아 겨울과 질병, 눈물이 없는 이상향을 만들고자 했던 4천년 전 그들의 염원은 수 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사라지지 않고  스톤헨지의 거석 하나하나에 남아 우리들에게 지금도 이렇게 묻고 있는 듯 하다. 
 

너희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것이냐고. 너희들은 그것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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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는 왜 살찔까>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착한 여자는 왜 살찔까? - 다이어트와 심리의 비밀에 관한 모든 것
캐런 R. 쾨닝 지음, 이유정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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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영업팀에 입사한 남자 신입사원을 1년여 만에 만났더니 몰라보게 살이 찐 모습에 놀란 적이 있었다. “회사 생활이 너무 편한가 보네. 살이 많이 찐 걸 보니”라고 우스개 소리를 건넸더니 멋쩍은 웃음만 짓던 그 사원이 살찐 이유가 사실은 업무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매일같이 폭음을 하거나 술을 안마시면 집에서 기름진 야식을 먹어댔다는 얘기를 그 친구 주변 사람에게서 듣고는 워낙 예의바르고 조용한 그 사원의 성품을 떠올리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으로 풀어버리는 사람이 실제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능력 있는 사원으로 인정받아 살도 빼고 활기차졌지만 지금도 그 당시를 떠올리면 명치 끝이 답답해진다는 말을 하는 그 친구를 보면 스트레스가 얼마나 치명적이고 위험한지를 새삼 느끼곤 한다. 인지행동 심리치료사이자 식습관 코치로 30년이 넘게 만성적인 다이어트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치료했다는 캐런 R. 쾨닝의 “착한 여자는 왜 살찔까”(레드박스, 2010년 6월)”은 이처럼 착한 성품에 스트레스를 발산하지 못하고 음식으로 풀어버리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서 착한 성격과 체중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설명한 책이다. 

  작가는 머리말 “착한 여자들만 보세요”에서 살이 쪄도 계속 과자 상자에 빠져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너무 착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이 책은 그 이유와 과정에 대해 다룬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착하다는 것은 어떤 것이며,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남자의 예도 있을 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여자일까? 작가는 여자들은 대부분 부모에게 착하게 살라는 교육을 받고 살아오면서, 또 어머니나 다른 여자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답습하면서, 혹은 연애를 하고 결혼하기 위해서는 남자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게 옳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착한 여자로 변해가며, 착하다는 것은 “즐겁고, 예의바르고, 긍정적이고, 배려하고, 친절하고, 사려깊다는 것”을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남을 의식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교육 받아온 “착한 여자”들은 어두운 기분을 밝혀주고 힘겨운 시간을 견디기 위해 달콤한 음식을 택하게 되는데, 실제로 어떤 음식은 화학작용을 통해 실제로 우리 몸에 즉시 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도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피질에서 코르티솔(cortisol, 고통을 무디게 해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코르티솔은 신경 펩티드 Y 화학물질 분비하게 되어 탄수화물 갈망하게 되며, 또한 긴장과 스트레스는 감정이완제인 세로토닌(serotonin) 감소하게 되어 탄수화물 갈망하게 되는, 일부 음식이 '위로식품(comfort food)'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즉 끔찍하게 힘든 한 주를 보낸 후, 금요일 밤에 비싸게 산 유기농 건강식은 거들떠도 안보고 하루에 필요한 열량을 훌쩍 넘어서는 링귀니 알프레도(파스타)를 먹어 치우는 데는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아 한 입 먹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살이 찌는 이유가 “착한 성품” 때문이라면 어떻게 하면 될까? 작가는 음식에서 위로를 찾지 않으려면, 우선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자기를 위한 방법들을 다양화하는, 즉 “변화”를 가져와야 하며,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표현하고 조절하는 감정 관리야말로 지나친 친절과 식욕을 함께 줄이고 다른 삶의 기술을 계발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착하기만 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으로 7가지 각 항목별, 즉 가족관계, 친구관계, 회사생활, 속마음말하기, 완벽주의 버리기, 비위 맞추는 습관 극복하기, 내가 이기적이라는 생각 버리기 등에서 “착한 여자 중지 선언”을 하라고 말하며 각 항목별로 해야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책 말미에서 착하게 살려다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음식으로 해소하려 하지 말라고 정리하면서 살아갈 힘과 즐거움을 주는 음식의 본래 기능을 되찾으려면, 화나고 실망스럽고, 복잡하고 불안하고 상처를 주는 감정을 해소하는 다른 방법들을 배워야 하며, 체중감소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면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기술과 습관을 익혀서 감정을 조절하고 인생의 굴곡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착한 성격을 적절한 수준까지 낮춘다 해도, 여전히 인생이 힘겨워질 때 음식으로 해결하려는 행동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충고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비만의 원인이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부족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어릴 적 교육에서 비롯된 심리적 강박관념에서 기인할 수 도 있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한번쯤 되새겨 들을만한 흥미로운 주장이다. 그러나 위에서 예로 들었던 남자사원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꼭 착하다는 이야기가 여성에게만 해당된다는 작가의 주장은 아무래도 틀린 듯하다. 작가는 남녀평등이 상당한 부문에서 진전을 이룬 현대에도 여전히 남자 아이는 씩씩하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여자 아이는 남들을 배려하는 착한 사람으로 양육되기 때문이며 그래서 남자는 사물을 보지만 여자는 사물 사이의 관계를 먼저 보는 데 익숙해진다고 이야기하는 데, 특히 유교적 예의범절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 남자들도 어렸을 때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남에게 신세지지 말며 남에게 해 끼치지 말라는, 소위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지 않았던가. 이처럼 “체면”과 “염치”라는 유교적 관습은 사회 생활에 있어서 남의 시선과 평판을 중요시하는 습성으로 자리 잡았고, 그런 시선과 평판이 부담스러운 나머지 타인에게 자신의 주장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고, 속으로만 담아두고 있는, 쌓인 스트레스를 술이나 음식으로 풀어버리게 되는, 결국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고야 말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충고대로 음식으로 풀 것이 아니라. 취미생활이나 운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해볼 수 있고 , 착한 사람이라면 멍에를 훌훌 던져 버리고,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살아보는, “이기적”인 모습이 되어 보는 것도 자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자 이제부터는 남이 아닌 내 자신을 위한 삶을 위해서 착한 사람 콤플렉스는 이제 훌훌 벗어버리고 이제는 나쁜(?) 사람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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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1
고아라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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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이사 오기 전 원룸의 “주인세대”에서 산 적이 있었다. 주인이 살기 위해 원룸 3개를 합쳐 일반 아파트처럼 방 3개와 부엌, 거실로 꾸민 곳을 말하는, 원룸 건물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한 “주인세대”에 전세로 살았었기 때문에 근처 대학에 다니며 원룸에 살고 있는 대학생들을 많이 만났었다. 어느 날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4층 층계를 걸어 올라왔는데, 내가 살고 있는 집 앞에 하얗고 조그만 고양이 한 마리가 마치 지가 주인인냥 문을 가로막고 앉아서 - 옆에 한 무더기의 그것(!)을 싸놓고 - 나를 꼬나 보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 집 고양이냐 하고 난감해 하던 차에 출퇴근길에 종종 마주쳤던 아래층 여학생이 고양이 이름을 부르면서 우리 층으로 헐레벌떡 뛰어 올라와서는 문 앞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는 나와 고양이를 보고는 얼굴이 사색이 되면서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닌가. 이유인 즉슨 이 원룸 주인이 강아지며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끔찍이 싫어해서 원룸 계약할 때 애완동물 절대 금지며 발각될시 즉시 퇴거라고 경고를 해서 나를 여주인의 남편으로 오해해서는 쫓겨날까봐 그렇게 사색이 된 거였다. 계속 사과하는 그 학생에게 나도 세 사는 사람이라고 오해를 풀어주니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는 그 학생은 고양이 배설물을 깔끔히 치우고는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는 인사말과 함께 고양이를 안고는 총총 사라져버렸다. 그후로도 그 고양이는 우리 집 문 앞과 층계에서 종종 마주쳤고, 어느 정도 낯이 익었다 생각하는 지 강아지 마냥 나를 종종 따라오는 그 고양이가 귀여워서 몇 번 그 여학생 집에 데려다 주었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그 여학생하고도 친해져 자취하는 그 학생에게 반찬도 나눠주고, 방학일 때는 그 고양이를 우리가 맡아줄 정도로 가까워졌었다. 대변을 잘 가린다는 고양이란 말이 무색하게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는 불량 고양이였지만 강아지처럼 나를 잘 따르는 덕분에 애완 동물을 키우는 것을 싫어했던 내가 고양이를 한번 키워볼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던 고양이 “화이트”-털이 하얀 색이어서 화이트라고 이름 지었단다. 작명센스는 영 아니다^^-와 객지에서의 외로움을 비뚤어지지 않고 고양이를 키우면서 열심히 공부했던 바른 생활 소녀인 그 여학생이 그 집을 이사 나온지 몇 해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그 고양이와 여학생을 꼭 빼닮은 만화책을 최근에 만났다. 네이버 웹툰으로 이미 유명한 고아라의 “어서와(북폴리오, 2010년 6월)”가 바로 그 책이다.  

 

자취를 시작한 여 대학생 솔아는 친구의 부탁으로 고양이 “홍조”를 맡게 된다. 주인에게 잘 안기지도 않고, 방안 여기저기 자신의 분비물을 남기고, 침대나 소파 밑 어두운 곳에 틀여박혀 있는, 전혀 이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홍조”와 동거하면서 전역 후 복학한 친구 두식과 그의 친구인 재선과 만나게 되고, 솔아는 재선과 묘한 관계가 된다. 솔아가 살고 있는 원룸 창가에 낯선 남자가 자주 목격되면서, 남자친구와 동거하고 있지 않냐는 오해를 받게 되는 솔아, 친구라고는 두식 밖에 없는 터라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무시해버리지만 여기저기 주변 인물들에게 낯선 남자가 목격된다. 그 남자는 바로 다름 아닌 고양이 홍조가 사람으로 변신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솔아와 고양이 홍조, 그리고 환한 웃음이 매력적인 남자와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전래동화 “우렁각시” - 사실 애묘인들은 내가 키우는 고양이가 사람도 변한다면 하고 상상한다는 데 실제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연상된 것이 "우렁각시였다. 그렇다고 홍조가 솔아가 없는 사이 방을 청소하거나 저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으로 변해서 주변에 나타난다는 것 외에는 전혀 닮은 것이 없지만 - 를 연상케 하는 이 만화는 솔직히 만화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별로 매력적이진 않은 작품이다.  손으로 그리다 만 듯 한 그림체, 수채화 물감으로 어설프게 칠해놓은 것 같은 색상, 기존 만화에서 볼 수 있는 네모난 컷이 없어지고 세밀한 배경묘사는 커녕 종종 흰 여백만 보여주는 배경그림, 그리고 다분히 소녀 취향의 스토리 등은 이현세나 허영만 등 기존 작가들의 작품에 익숙한 나로서는 처음에는 영 마땅치가 않았었다. 그러나 책을 넘겨 가면서 어느새 별로라고 느꼈던 작가만의 독특한 그림체에 은근한 매력을 느끼게 되고, 잔잔하면서도 웃음이 묻어나오는 이야기에 점점 빠지게 되었고,  책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인터넷에는 연재되지 않았다는 작가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인 “메리", "대구” 이야기나 책 말미에 실린 등장인물 설정배경과 이야기들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이 책을 같이 본 아내도 다 읽고 나서는 전 집에서 만났던 그 여학생과 고양이 “화이트” 바로 그 이야기네 하는 것을 보면 너무나도 닮은 이야기에 감정이입이 더 쉽게 되었고, 그만큼 더 재미를 느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를 지금 키우거나 혹은 키워봤던 여성들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상상과 기대에 부응하는 사랑받을 그런 작품으로 평가받겠지만, 나처럼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은, 만화라면 그저 스포츠나 액션물이 최고지 하는 남자들에게는 조금은 밋밋한 만화일 수도 있을 것이다. 1권을 재밌게 읽은 나로써는 솔아가 재선에게 느끼는 묘한 감정들, 솔아의 친구이자 작가의 분신이라는 “알아”와 홍조와의 관계 등 앞으로 있을 러브라인들이 기대가 되는 이 작품의 후속권 또한 역시 기대가 된다. 연재되고 있다는 웹툰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이제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었을 그 여학생과 고양이 “화이트”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친구들을 만나면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그리고  자신들과 닮은 이 만화를 어떻게 생각할지 참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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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머러티 - 데이터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
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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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도 10통 이상 휴대폰으로 날라 오는 인터넷 가입 권유 또는 대출알선 문자 메시지, 아침에 아웃룩 들어가 보면 어김없이 쌓여있는 쇼핑몰 광고 글 및 비아그라 선전 메일들을 보면 내 정보가 이미 공개되어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아직 스팸 메시지 수신 정도일 뿐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실은 없지만 괜히 찜찜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내 정보는 어떻게 유출되었을까? 뉴스에서 보듯이 쇼핑몰 회원 정보가 통째로 유출 되어 건당 얼마씩 팔렸다는 그 정보 중에 하나 일 수 도 있고, 내가 운영하고 있는 미니홈피나 블로그 정보가 내가 모르는 사이 넘어갔을 수 도 있고, 내 개인 PC에 도사리고 있는 바이러스가 이메일 송수신, 인터넷 사이트 서핑 정보, 심지어 온라인 뱅킹 정보를 해킹했을 수 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수만 가지의 방법으로 내가 전혀 모르는 사이 나의 각종 개인 정보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업자에게 흘러 들어가 마케팅 대상으로, 또는 범죄의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범죄 예방을 위해 각종 건물, 거리, 골목 등 곳곳에 설치한 CCTV 만으로도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는, 인터넷 서핑이나 메일 정보만으로도 그 사람의 경제수준 및 생활습관, 성향까지도 일목요연하게 알아낼 수 있다는, 마치 조지오웰의 “1984”가 연상되는 오늘날 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그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비즈니스위크』의 테크놀로지 부문 수석 편집자로 20년 이상 『비즈니스위크』에서 일했다는 “스티븐 베이커”는 그의 저서 “뉴머러티: 데이터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세종서적, 2010년 5월)“에서 그들을 숫자를 뜻하는 ‘number’와 지식 계급을 뜻하는 ‘literati’가 합쳐진 신조어인 ”뉴머러티(Numerati)“, 딱히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숫자지식계급”으로 부를 수 있는 신 직업군의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에서 “뉴머러티”들은 사람들로부터 나온 데이터 파편을 결합하여 대하고 복잡한 숫자 체계와 방정식을 통하여 예측 가능한 모델 구축하는, 즉 인간을 수학적으로 모델화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은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번 씩 하게 되는 신용카드 구매, 휴대전화 통화, 이메일 발송, 인터넷의 마우스 클릭 등 우리의 일상 생활 정보를 꼼꼼히 수집하여 수학적 계산방법과 방정식으로 분류하고 체계화하여 각종 의사 결정의 수단으로 활용하게 되는데, 사무직 근로자의 업무 배치, 쇼핑몰 정기 광고 메일 송부를 통한 구매 유혹, 심지어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즉 배우자 소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하고 있다. 작가는 IBM, 인텔, 엑센츄어 등 기업 부설 연구소 뿐만 아니라 미국 국가 정보 기관으로 유명한 NSA(미국 국가안전보장국)에 근무하고 있는 뉴머러티들을 만나 그들의 연구 성과와 작업 성취를 소개하면서 기업에서의 직원성과평가 및 재배치, 선거시장, 쇼핑광고, 의료, 테러리스트 색출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이터마이닝”의 세계를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람을 데이터 코드화하여 관리한다는, SF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들이 이미 현실 깊숙이 자리 잡아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고, 비록 지금은 미약한 단계이지만 머지 않은 시기에 모든 인류가 데이터베이스화 될 것임이 분명한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그동안 생산직 근로자들의 작업환경 및 성과 측정, 공장라인 합리화 배치에만 활용되던 “공학기술”이 이제는 사무직 근로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IBM" 사례는 사무직에 근무하고 있는 나로써는 끔찍하기까지 느껴진다.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만든 장본인이자 IBM '토머스 J.왓슨 연구소' 시리아 출신의 수학자인 사메르 타크리티는 IBM의 기술 컨설턴트에 관한 수학 모델을 개발한 사람으로,  모든 컨설턴트의 역량을 한데 모아 목록을 만들고 수학적 계산을 통해 가장 적합한 배치방법을 고안해 낸 뉴머러티이다. 사람들의 행동과 특징을 해독하여 역량 한가지 한가지를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는 기호로 변환하는, "모든 것이 숫자로 바뀌어야 한다"는 그의 목표는 IBM 30만명의 직원들의 역량 분석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사람을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여 직원 한사람 한사람의 역량과 경험을 담은 프로파일, 사회적 네트워크를 작성을 작성하고 있는 그에게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직원을 그 사람이 가진 기술과 지식이라는 단위로 분해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결국은 그들을 시간 단위로 쪼개고, 동시에 직원들이 해야할 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부터 항공기의 설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이 작은 단위로 분해하는 수준까지 데이터화하는 것이 목표인 셈이다. 마치 사무직 직원을 생산 현장의 "가상 조립라인"이라고 부르는 라인 속에 자리 잡게 되는 형식으로 "이는 화이트 컬러의 산업혁명"라 불릴울만한 그런 성과일 것이다. 

  작가는 맺음말에서 이러한 통계적 수단이 소리 없이 우리의 삶에 점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사실이며 이렇게 된 바에야 이들을 통제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배워 우리에게 이롭게 사용하는 편이 낫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차라리 데이터 관리를 도와줄 서비스를 통해서 자신들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원하면 이를 광고업체들에 팔 수 있는, 즉 데이터 수집 업체들에 우리 데이터를 그냥 내주지 말고 스스로 관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한 미래의 권력과 부를 움켜쥘 수학자 및 컴퓨터 과학자들, 즉 뉴머러티들이 열쇠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로부터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정보를 확보해야만 가능하며, 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뉴머러티가 열심히 세고 있는 이 대상이 인간, 곧 우리이며, 이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우리를 계산하고 있으며 전 인류에 대해 모델을 수립하려 할 것이며. 이런 상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면서, 우리의 행동을 예측하고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의 욕망을 알아내려는 수학적 모델이 등장함에 따라 "이 사람들 분석 제대로 한거야? 이거 나 맞아?"와 같은 의문이 드는 것은 너무도 인간적이다라고 말하면서 끝을 맺는다. 
 

 “이 책을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묻는 질문은 「매트릭스」의 네오에게 빨간 알약을 먹을 것인지, 파란 알약을 먹을 것인지를 묻는 것과 같다.”
 

 라는 아마존닷컴의 독자의 말처럼 이제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 지금, 어느날 아침 출근하여 PC를 켠 나에게 회사 경영관리 시스템이 나의 근무 성적 및 업무 태도, 인적 네트워크를 근무별, 시간대별로 꼼꼼히 분석한 자료와 함께 “아프카니스탄” 지사로 전근을 명하는 발령장을 사내 이메일로 보내오는 날이 이제 언제 일어나도 전혀 낯선 것이 아닌 그런 현실이 되어 버렸다. 그동안 업무 중 직원들과 나누었던 잡담 내역, 짬짬이 돌아다닌 각종 포탈사이트 서핑 내역, 근무 중 온라인 뱅킹, 쇼핑몰 구매 등 개인 사무를 보았던 시간과 내용까지 첨부되서 말이다! 결국 나도 내 근무성과를 계수화하여 제시할 수 밖에 없을텐데, 지금부터라도 내 근무기록과 성과를 꼼꼼히 기록해두고 어떻게 계수화하여 평가할 건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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