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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는 왜 살찔까? - 다이어트와 심리의 비밀에 관한 모든 것
캐런 R. 쾨닝 지음, 이유정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회사 영업팀에 입사한 남자 신입사원을 1년여 만에 만났더니 몰라보게 살이 찐 모습에 놀란 적이 있었다. “회사 생활이 너무 편한가 보네. 살이 많이 찐 걸 보니”라고 우스개 소리를 건넸더니 멋쩍은 웃음만 짓던 그 사원이 살찐 이유가 사실은 업무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매일같이 폭음을 하거나 술을 안마시면 집에서 기름진 야식을 먹어댔다는 얘기를 그 친구 주변 사람에게서 듣고는 워낙 예의바르고 조용한 그 사원의 성품을 떠올리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으로 풀어버리는 사람이 실제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능력 있는 사원으로 인정받아 살도 빼고 활기차졌지만 지금도 그 당시를 떠올리면 명치 끝이 답답해진다는 말을 하는 그 친구를 보면 스트레스가 얼마나 치명적이고 위험한지를 새삼 느끼곤 한다. 인지행동 심리치료사이자 식습관 코치로 30년이 넘게 만성적인 다이어트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치료했다는 캐런 R. 쾨닝의 “착한 여자는 왜 살찔까”(레드박스, 2010년 6월)”은 이처럼 착한 성품에 스트레스를 발산하지 못하고 음식으로 풀어버리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서 착한 성격과 체중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설명한 책이다.
작가는 머리말 “착한 여자들만 보세요”에서 살이 쪄도 계속 과자 상자에 빠져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너무 착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이 책은 그 이유와 과정에 대해 다룬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착하다는 것은 어떤 것이며,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남자의 예도 있을 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여자일까? 작가는 여자들은 대부분 부모에게 착하게 살라는 교육을 받고 살아오면서, 또 어머니나 다른 여자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답습하면서, 혹은 연애를 하고 결혼하기 위해서는 남자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게 옳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착한 여자로 변해가며, 착하다는 것은 “즐겁고, 예의바르고, 긍정적이고, 배려하고, 친절하고, 사려깊다는 것”을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남을 의식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교육 받아온 “착한 여자”들은 어두운 기분을 밝혀주고 힘겨운 시간을 견디기 위해 달콤한 음식을 택하게 되는데, 실제로 어떤 음식은 화학작용을 통해 실제로 우리 몸에 즉시 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도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피질에서 코르티솔(cortisol, 고통을 무디게 해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코르티솔은 신경 펩티드 Y 화학물질 분비하게 되어 탄수화물 갈망하게 되며, 또한 긴장과 스트레스는 감정이완제인 세로토닌(serotonin) 감소하게 되어 탄수화물 갈망하게 되는, 일부 음식이 '위로식품(comfort food)'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즉 끔찍하게 힘든 한 주를 보낸 후, 금요일 밤에 비싸게 산 유기농 건강식은 거들떠도 안보고 하루에 필요한 열량을 훌쩍 넘어서는 링귀니 알프레도(파스타)를 먹어 치우는 데는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아 한 입 먹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살이 찌는 이유가 “착한 성품” 때문이라면 어떻게 하면 될까? 작가는 음식에서 위로를 찾지 않으려면, 우선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자기를 위한 방법들을 다양화하는, 즉 “변화”를 가져와야 하며,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표현하고 조절하는 감정 관리야말로 지나친 친절과 식욕을 함께 줄이고 다른 삶의 기술을 계발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착하기만 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으로 7가지 각 항목별, 즉 가족관계, 친구관계, 회사생활, 속마음말하기, 완벽주의 버리기, 비위 맞추는 습관 극복하기, 내가 이기적이라는 생각 버리기 등에서 “착한 여자 중지 선언”을 하라고 말하며 각 항목별로 해야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책 말미에서 착하게 살려다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음식으로 해소하려 하지 말라고 정리하면서 살아갈 힘과 즐거움을 주는 음식의 본래 기능을 되찾으려면, 화나고 실망스럽고, 복잡하고 불안하고 상처를 주는 감정을 해소하는 다른 방법들을 배워야 하며, 체중감소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면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기술과 습관을 익혀서 감정을 조절하고 인생의 굴곡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착한 성격을 적절한 수준까지 낮춘다 해도, 여전히 인생이 힘겨워질 때 음식으로 해결하려는 행동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충고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비만의 원인이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부족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어릴 적 교육에서 비롯된 심리적 강박관념에서 기인할 수 도 있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한번쯤 되새겨 들을만한 흥미로운 주장이다. 그러나 위에서 예로 들었던 남자사원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꼭 착하다는 이야기가 여성에게만 해당된다는 작가의 주장은 아무래도 틀린 듯하다. 작가는 남녀평등이 상당한 부문에서 진전을 이룬 현대에도 여전히 남자 아이는 씩씩하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여자 아이는 남들을 배려하는 착한 사람으로 양육되기 때문이며 그래서 남자는 사물을 보지만 여자는 사물 사이의 관계를 먼저 보는 데 익숙해진다고 이야기하는 데, 특히 유교적 예의범절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 남자들도 어렸을 때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남에게 신세지지 말며 남에게 해 끼치지 말라는, 소위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지 않았던가. 이처럼 “체면”과 “염치”라는 유교적 관습은 사회 생활에 있어서 남의 시선과 평판을 중요시하는 습성으로 자리 잡았고, 그런 시선과 평판이 부담스러운 나머지 타인에게 자신의 주장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고, 속으로만 담아두고 있는, 쌓인 스트레스를 술이나 음식으로 풀어버리게 되는, 결국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고야 말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충고대로 음식으로 풀 것이 아니라. 취미생활이나 운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해볼 수 있고 , 착한 사람이라면 멍에를 훌훌 던져 버리고,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살아보는, “이기적”인 모습이 되어 보는 것도 자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자 이제부터는 남이 아닌 내 자신을 위한 삶을 위해서 착한 사람 콤플렉스는 이제 훌훌 벗어버리고 이제는 나쁜(?) 사람이 되어보자!